천일 여행

천일여행 1789일째 2020년 5월 13일(수)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20. 5. 14. 10:08

천일여행 1789일째 2020513() 애틀랜타/맑음

 

내가 로브웻지 가지고 공을 띄우는 걸 배우려고 했는데, 저 사람이 다리가 아파

속도가 늦으니 따로 가자고 하네요.“

아니 괜찮습니다. 제가 속도 맞춰드리지요.”

아니 저 사람 말이 아픈 사람이 알지 당신이 어떻게 알겠냐고 그럽니다.

그러니까 우리 앞에 먼저 가세요.“

,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늘 내 Tee time에 이름을 올리신 Dr. Song이 연습장에서 조용히 다가와 나눈 대화다.

그래서 오늘도 혼자 걸었다.

나야 6월에 있을 시니어챔피언십 연습을 할 작정이었기에 함께해도 무방했지만

굳이 따로 가자니 한 편으론 다행이다 싶었다.

나는 수시로 소변을 봐야 하는 데 Mrs. Song이 함께하면 참아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Meadows-Pines rotation이라 Meadows를 걸으면서 9홀만 걸을까하는 생각을 했지만

집에 일찍 도착해야 낮잠이나 잘 것 같은 생각에 그냥 18홀을 다 걸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샤워에 이어 샐러드로 점심을 만들어 먹고는 족욕과

저주파치료기로 허리를 달래며 시간을 보내다 잠시 침대에 누워 있다 일어나선

화장실에 있는 체중계와 거실 테이블에 있는 Bang & Olufsen 스피커 WiFi 연결을 했다.

오늘 아침에도 켰다가 끄지 않고 나가서 오후에 집에 도착하니 켜져 있어

우선 급한 건 테이블의 Fan에 있는 전등 연결인데 여러 번 시도해도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씩이라도 진전이 되니 다행이란 생각으로 나를 위로했다.

 

나는 음악을 잘 모른다.

음악을 배우던 중학교 때 가장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가 음악이었고 어려웠다.

악보를 보는 것을 몰랐는데 지금도 여전하고 2학년 때인가 방학숙제 중

3옥타브 건반을 그리는 게 있었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하지 않았다.

방학이 끝나고 다른 학생들이 숙제물을 낼 때서야 무엇인지 알고는 나도 그릴 줄 아는데

라는 아쉬움이 컸기 때문에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시절 다른 친구들이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이야기 할 때도

나는 관심 밖이었고 베토벤이아 모차르트 같은 사람은 이론 시험을 위해 그냥 외웠던 것이다.

물론 그 때 음악시간에 불렀던 몇 가지 클래식은 있었지만 클래식, 팝송 같은 건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느꼈는데 그런 내가 음악 듣기를 좋아하게 된 것은 언제 무슨 계기로 그랬는지

확실하지 않다.

대학 1학년 때 불어시간에 강의실에서 들었던 음질 나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아니 그보다 고등학교 다닐 때 광준이 집에 드나들며 동네 어귀에서 들었던 소녀의 기도

피아노 소리가 먼저였던 것 같은 데 그냥 맑고 깨끗한 피아노 음률이 좋았던 기억...

군에 있을 때 가끔 클래식 음악 감상실에 갔던 건 음악이 좋거나 알아서라기 보단

혼자 있고 싶었던 거, 혹은 겉멋이 들어서였었나?

회사를 다니고 몇 년 뒤 미국 출장길에 소니 미니 컴퍼넌트를 샀고 내 생전 처음 샀던

클래식 CD가 차이코프스키 음악이었는데 아마 지금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그 이후로 미친 듯이 클래식 음악을 듣곤 했는데 특히 출퇴근길 자동차 안에서...

책을 많이 읽으면서 좋은 책을 구별하듯이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좋은 오디오,

아니 좋은 스피커에 대한 로망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이야 5, 아니 7채널 써라운드가 흔하지만 앞뒤 2개씩 있는 스테레오로 듣다가

돌비시스템을 들었을 땐 박하사탕처럼 가슴을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은 감동에 젖곤 했었다.

그래도 음악을 듣기에 최고의 오디오는 자동차였는데 어느 순간에 헤드폰에 빠지기도 했다.

여력이 되는 한 좋은 것으로 들으려 노력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중간급도 안 되는 것들...

실은 이제 그런 것에 대한 욕심이 많이 크진 않은 게 헤드폰을 하도 들어 귀가 어두워졌고

나이 들면서 점점 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귀로 음악이 들려도 마음으로 듣는다.

그러니까 아주 나쁘지만 않으면 개떡같이 들려도 찰떡같이 듣는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

거기다 아해의 손을 잡거나 무릎을 베고 누워들으면 금상첨화다.

그래도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듣고 싶을 땐 침대에 누워 한두 시간쯤 들으면 후련해진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목에 두르는 Wear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데

멀리보이는 애틀랜타 다운타운의 불빛과 어두움과 어우러진 좋은 사운드가

그리움을 더욱 깊게 한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문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