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823일째 2020년 6월 16일(화) 애틀랜타/대체로 맑음

송삿갓 2020. 6. 17. 10:16

천일여행 1823일째 2020616() 애틀랜타/대체로 맑음

 

복잡한 마음

나는 소설을 읽으면 많은 경우 몰입이 되어 빠져나오지 못하고 마음이 복잡해진다.

어제 읽기를 마친 미시마 요키오의 소설 [금각사]의 충격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씁쓸하고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더러운 기분, 다른 한 편으론 너무도 공감하기에 허우적....

일기 전부터 이럴 것이 예상되어 미루어 오다가 과감하게 시도를 하고 느릿느릿 읽으며

나도 모르게 늪에 빠지듯 깊이깊이, 그러니까 시나브로....

! 빠져나가고 싶다 할 정도로 거지 같다.

 

2~3주전 그러니까 Jonas가 휴가를 가기 전 친구를 데리고 슈가로프에서 골프를 치고

그린 피 때문에 이야기가 있을 때 자신이 자주 칠 생각이 있으니 골프 멤버로 넣어 달라기에

한 달에 5회 이상 치지 않으면 Monthly dueWaste money가 되니 잘 생각하고

결정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는 그러든 말든 자신은 무조건 정식 멤버가 되기로 한 듯,

나와 이야기한 것은 모른 첫 하고 골프장에 직접 Contact해 나에게 Member Update

위한 서류를 보내와 재촉을 하고 있었다.

기왕 그렇게 된 것이니 골프를 하든 말든 그냥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고는 착착 진행을 하고

있었는데 나를 수시로 Push하면서 빨리 진행 할 것을 강요하였다.

그의 평상시 일하는 습성으로 보아 거의 모든 걸 느릿느릿 혹은 빼먹기가 일쑤인데

이번 건 같은 경우는 앞뒤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니 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속으론 일을 그렇게 해봐라.’하는 생각이 절로 나오지만 그래도 꾹 참고 하는 데 토끼몰이

하듯 너무 밀어대니 은근이 오기가 발동하는 건 내 속이 너무 좋은 건가?

 

이렇듯 마음이 복잡할 때 가장 먼저 크게 겉으로 나타나는 건 골프다.

우왕좌왕은 물론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헤매기도 하는 데 오늘이 그랬다.

샷에 집중하려다 보면 소설의 한 장면이 떠올라 마음을 빼앗기고 그럼에도 다잡아

잘 해보겠다고 볼에 집중하려면 Jonas가 전화까지 걸어와 징징대는 것에 마음일 복잡하니

볼이 제대로 갈 리가 없는 것은 물론 무수히 많은 볼을 물이나 숲으로 날려 보냈다.

꼭 바람 빠진 공이 튕겨 보겠다고 발악하는 것처럼 어느 시점엔 내 자신이 애처로웠다.

그래 골프는 명분이고 운동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마음을 정리하자.’ 하면서도

어디 골프가 그런가?

거기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은근 경쟁구도가 되니 그야말로 혼돈의 골프를 한 셈이다.

그런데 배는 어찌나 고프던지 바나나에 아해가 만든 떡을 먹고도 허기져 더욱 지쳤다.

이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테이블위에 있는 책 [금각사]가 보여

으이구 이 화상아!’하며 말썽꾸러기에 꿀밤 한 대 주고픈 것과 같은 마음이 들었다.

! 당분간 책 읽는 거 쉬어야겠다.’

이럴 때 아해가 옆에 있었으면 참 좋겠다.

 

참 묘하고 다행스러운 게 자고 일어난 아해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오늘 아침부터 느꼈던

복잡하고 우왕좌왕하는 마음이 깨끗이 사라지고 마음이 평온해졌다.

아니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아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름 노력하고 바쁘게 보내고 있음에

안쓰러움과 대견함으로 간유리 같은 것이 끼어있던 것 같은 마음이 깨끗해졌다는 게 옳다.

어쩌면 아해가 우선이기에 걱정과 안쓰러움이 모든 것을 덮어는 지도 모른다.

암튼 마음의 평온은 찾아졌고 아해가 더 잘 하기를 다독이고 격려하는 씩씩한 마음이 되었다.

오늘 하루는 이렇게 횡설수설 하며서 하루를 보냈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