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869일째 2020년 8월 1일(토) 애틀랜타/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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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 바 비엔(Tout va bien)
오늘 오후에 쉬면서 한국의 TV에서 하는 아이 콘택트라는 프로그램의 지난 방송을 보는데
카메룬 출신의 남매가 만나는 내용을 봤다.
오빠는 2015년 한국에서 있었던 군인올림픽에 카메룬의 복싱대표로 출전했다가 다른 한
동료와 함께 탈영을 하여 숨어 지내다 난민으로 인정되어 ‘이흑산’이라는 한국이름까지
받았고 복싱 페더급 한국챔피언까지 되었다.
어렵게 삶을 이어가면서 수시로 하는 말이 [모두 잘 된다.]라는 뜻의 “뚜 바 비엔”이다.
두알라에서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는 그는 어린 시절 작은 물고기를 잡아 백인들에게 팔았던
것을 이야기하며 지금은 연락을 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고통 중에 하나라고 한다.
가족 중 여동생은 프랑스에서 결혼해 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는데 그가 난민 지위를 받을
때 여동생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 데 7년 동안 만나지 못하고 있다가 아이 콘택트의
제작진에 의해 한국을 방문 오빠를 만나 4일을 보냈다는 내용이다.
서로 주고받는 말 중에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 “사바”와 “뚜 바 비엔”으로 여동생이
프랑스로 돌아갈 때 그의 각오가 복싱 세계챔피언이 되어 자주 만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내가 그들의 만남을 유심히 보게 된 것은 추억과 그리움 때문이다.
두 남매의 모습을 보면서 카메룬에서 보았던 사람들, 착하고 순하고, 바보 같으면서 더럽고,
기회만 되면 구걸 하듯 손 벌리는 모습까지 필름 돌아가듯 추억이 지나가며 아해와 함께
했던 많은 것들이 그리움이 깊이를 더해가며 철렁거리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답답함까지,
그럼에도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추억이라도 더듬으니 많은 위안이 되었다.
그들의 대화 중에 나온 이름 현 축구 카메룬대표팀 감독인 “리고베르 송”,
내가 카메룬에 갔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이야기 할 때
“너희들의 영웅 리고베르 송과 같은 Last Name"이라고 할 때 더욱 활짝 웃으며 반기는
모습에 나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덩달아 우쭐해진 기억도 그리움의 한 자락이다.
오늘 운동은 Brandon Kang, Eric 등 셋이 걸었다.
Eric은 여전이 좋게 보이질 않지만 삶의 한 형태를 연습하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대하니
마음은 편해졌고 또 나는 연습 삼아 골프를 한다는 생각으로 집중하니 신경도 덜 쓰였다.
Eric은 처음 대하는 사람에게 나름 예의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 데 Brandon에게는 특히
더 그러니 좋지 않은 습관이나 매너는 자제하는 모습이 뚜렷한 것도 다른 점이다.
특히 Brandon이 좋은 매너를 가지고 있고 서로 볼을 찾아 주거나 플레이에 “굿 샷!”을
많이 하니 그도 따라하는 것도 좋은 점 중의 하나다.
한 순간, ‘그럼 저 친구 나와 박 사장, 안 사장에겐 왜 그러는 거야?’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 또한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나름 편하게 즐기는 골프를 마치고 집으로 내려왔다.
샐러드를 만들어 먹고는 잠시 족욕, 그리고 침대에 누워 한 숨 자고 일어났다.
조금 정신을 차리고 어제 마무리하지 못한 회사의 Inventory 작업을 하였다.
거의 두 시간을 컴퓨터 두 대를 켜서 비교해 가며 일을 마치니 눈이 침침해졌다.
정말 나이가 들었나보다.
일이 길어져 저녁 준비가 조금 늦어졌고 김치찌개 데워 저녁을 먹고는 설거지에 이어
오이김치를 담갔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 잘라 소금에 절였던 오이를 깨끗이 씻어 얇게 썬 양파와 버무리다
까나리액젓과 멸치액젓, 고춧가루와 마늘, 자이톨 등을 추가해 버무리니 집안에
집안에 액젓 냄새가 진동을 한다.
결국 출입문과 발코니 문을 열어 공기를 순환시키며 냄새를 빼는 과정까지로 마무리...
오늘 새벽에도 두통이 있었다.
‘약을 먹을까?’ 하다간 그냥 버텼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까지도 이어져 또,
‘약을 먹을까?’ 하다간 스트레칭을 하고 버티면서 아침을 먹고 골프장에 도착해서도 계속,
그냥 버텨보기로 하고 골프에 집중하다보니 잊어졌다가 사라졌다.
저녁 마음수련을 할 무렵 두통은 물러 간 것으로 생각하며 내일도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든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