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897일째 2020년 8월 29일(토) 애틀랜타/오전/대체로 흐림, 오후/맑음

송삿갓 2020. 8. 30. 10:35

천일여행 1897일째 2020829() 애틀랜타/오전/대체로 흐림, 오후/맑음

 

영혼 없는 굿 샷!

오늘은 오랜만에 안·박 사장과 Eric 등 넷이 골프를 하였다.

조금 늦은 시각(912)이라 혼자라도 이른 시간으로 옮길 생각을 했었지만

매일 Eric을 피해다는 것 같아(실제로 그렇기는 하지만) 오늘은 그냥 제 시간에 넷이...

Eric은 여전히 자기가 하고 싶은 순서에 티 샷을 하고 다른 사람이 퍼팅을 하는 데

그냥 가 버리거나 페어웨이 중간에서도 다른 사람이 어드레스를 하고 치는 데도

이동하는 행동(주로 많이 멈추긴 하지만 유난히 내가 칠 때 그러는 경우가 많았다.)

변하지 않았고 나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이 많이 보였다.

어제 Brandon 등 다른 사람들과 칠 때 눈에 거슬리게 하는 행동이 있어도 넘기곤 했는데

유난히 Eric의 행동이 눈에 거슬리는 게 왜 다른 사람은 용서가 되는 게 Eric은 안 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라는 반성 같은 생각을 했었기에 대부분의 무례함은 그냥 무시했다.

10번 홀 그린 주변에서 치핑을 하려는 데 내 앞쪽의 그린에서 볼을 닦아 놓는 등의

행동을 멈추지 않아 샷을 중단하고 그냥 서서 기다리는 중에 안 사장이

"Eric, see back!"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나를 보더니 "Sorry"하곤 하던 행동을 멈추고

그린 밖으로 나오기에 다시 준비하고 샷을 했다.

이전 같으면 마음이 찌푸려졌을 맘도 한데 오늘은 그 자체도 즐기는 것으로 다짐했기에

평상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12번 홀에선 내가 그린 쪽을 가고 있음에도 샷을 하겠다고 어드레스를 하기에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니 나를 힐긋 바라보곤 멈추는 데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의 환장한 일은 18번 홀(Meadows 9)에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드라이버 티 샷을 하고 내가 하려는 데 Eric은 뭐가 급한지 자신의

카트로 가서 뭔가 정리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내 드라이버 티 샷이 살짝 뒤땅을 때리곤 볼을 맞춰 높이 떠서 왼쪽으로 가는 데

뒤에서 정리를 하던 Eric"굿 샷!“이라고 하니 옆에 있던 박 사장이

저 친구는 뒤땅을 쳐서 잘 가지 않았는데 보지도 않고 영혼 없이 굿 샷이라고 하냐?”

저 친구 원래 그러잖아 남의 볼 봐 주지도 않고, 염장 지르는 거지....”

아주 나쁜 볼은 아니었지만 왼쪽으로 당겨져 두 번째 샷을 길게 쳐야하는 상황이라

그렇게 말을 하며 Eric을 보는 데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급한 사람처럼 바삐 간다.

오늘도 그를 보면 거의 모든 티 샷을 내 앞에서 하고 전동카트를 밀고 가는 것조차

나를 앞서겠다고 성급히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상하기보단 내가 얼마나 이기고 싶으면

모든 걸 내 앞에서 하겠다고 저러나 하며 오히려 있지도 않은 우월감을 즐기며 걸었다.

미움보다는 가끔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불쌍함도 가지면서도 슬쩍 자리를 가로채

먼저 티 샷을 하는 여유까지 즐겼다.

원래 내일 박 사장, Eric 등 셋이 있어 Eric을 피해 앞으로 당겼다가 골프를 마치곤 오늘처럼

모르는 사람들과 골프를 하면서 골프의 매너나 에티켓만 지키고 적당히 무시하며 즐기자는

마음에서 원래의 Tee Time, 그러니까 셋이 플레이를 하는 걸로 돌아갔다.

 

아침에 골프장에 도착해 준비를 하는 데 전동카트의 뒤 바퀴 오른쪽 나사가 하나 부러졌기에

하나 남았는데 18홀을 견뎌주겠지?‘하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는데 9홀을 마치고 보니

남았던 나사 하나도 Head가 부러져 밑 부분만 남아 위태했다.

그럼에도 조심해 몰면 남은 9홀을 버텨 줄 것으로 믿고 Keep going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능한 카트 길과 평지로 조심스럽게 운행을 하는 데 신경이 계속 쓰이며

오늘 골프를 마치고 집에 갔다가 샤워와 식사를 마치고 Home depot를 갈 계획을 생각했다.

(나사 사이즈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지난번에 사서 쓰고 남은 게 집에 있었기에)

골프를 하면서도 수시로 확인하는데 16번 홀을 마쳤을 때 남은 나사까지 빠져 쏟아졌다.

부러진 나사를 잘 간직하고 더욱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며 확인 할 수 있는 나사가 있으니

골프 마치고 Home Depot 먼저 갈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다행이 18홀을 마칠 수가 있었고 바로 Home Depot로 가서 나사 등을 사서 집에 도착

바로 점심을 먹고는 전동 카트를 수리하고 샤워를 했는데 진동하는 땀 냄새에 고생했다.

암튼 이번에 조금 더 튼튼한 나사를 끼웠기 때문에 안전할 것으로 믿는다.

 

이후엔 일상적인 토요일의 오후시간을 보내며 쉬다가 저녁을 먹고 쉬었다.

오늘의 마음챙김 명상은 며칠 전에 했었던 우선순위 결정이다.

명상을 시작하곤 가능한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고 하고 있는 하나에 집중하려는 노력을 한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동안 해오던 습관이 있어 자꾸 몇 가지를 벌려놓고 동시에 하려는데

나이가 들어 그런지 기억력과 순서를 잃어 뭐가 뭔지 방황할 때가 종종 있어 혀를 찬다.

그러니까 절로 한 번에 하나씩 하는 걸 받아들여지고 있음에 다행과 탄식이 함께...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문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