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115일째 2021년 4월 4일(일) 애틀랜타/맑음
천일여행 2115일째 2021년 4월 4일(일) 애틀랜타/맑음
괜찮은 웍(Wok)에 품질 좋은 들기름을 두르고
기름이 끓을 때 즈음에
물이 불렸다 물을 꼭 짜낸 황태를 볶는다.
나무주걱으로 잘 볶다보면 황태가 구워지는 오징어처럼 말리는 데
그래도 조금 더 볶으면 나중에 먹을 때 식감이 좋다.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볶으면 황태의 색이 거의 진노랑색이 되었을 때
황태를 불리고 건져낸 물을 부어 끓인다.
그냥 맹물을 넣는 것에 비해 국물의 깊이가 훨씬 더 한데
물론 황태를 불리기 전에 살짝 씻어내고 불리는 게 안심이 되겠지?
끓이는 중에 마늘을 넣어 맛의 풍미를 더하고
또 혹시 황태의 비린내가 있으면 말끔히 사라지게 하는 작용을 하는 것 같다.
끓기 시작하면 들기름으로 볶은 황태에서 뽀얀 국물이 우러나는 데
이래서 꼭 들기름으로 볶아야 한다는 내 주장이다.
한 참을 끓여 뽀얀 국물이 충분히 우러났을 때 콩나물을 넣는데
듬뿍 넣어 끓기 전에 뚜껑을 닫든가 아님 아예 열어놓고 끓여야 콩나물 비린내가 안 난다.
(물론 나는 비린내가 나는 것도 잘 먹어 상관없긴 하지만...)
콩나물이 익었다 싶으면 두부를 넣고 꼭 새우젓으로 간을 하는 데
여기서 쓰는 새우젓도 맛있는 것을 골라야 하는 데
안 그러면 새우젓 비린내가 국의 고소한 맛을 덜 하게 한다.
계란을 푸는 데 나는 먹을 국그릇에 계란을 풀어 잘 저어 국에 넣는다.
이러는 이유?
설거지를 줄일 목적이 있지만 그 보단 계란을 조금이라도 덜 버리려는 알뜰함이다.
이러기 위해선 계란도 품질 좋은 것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는 거다.
한소끔 더 끓이면 콩나물황태국이 완성되는 데
재료의 선택에서부터 만드는 과정에 정성과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음이
나를 위한 가장 크고 좋은 선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혹은 친지들과 함께 식사하는 부활절 저녁에
나를 위해서 정성을 다한 국을 만들어 저녁을 먹었는데
이렇게 장황하지만 정과 성을 다해 설명하는 이유는
오늘 내 마음의 결정 때문이다.
오늘 골프는 박 사장과 Eric, 그리고 Jonas가 함께 잘 즐겼다.
Jonas야 나랑 골프를 하면 가능한 잘 보이려고 죽어라 노력하는 사람이니
골프에 대해선 그에게 불만이 거의 없다.
물론 일 이야긴 1도 하지 않으면서 노는 것에만 집중하니 더욱 편하고 즐겁게....
Eric도 가능한 매너를 지키려하는 모습이 가상하게 여겨 나쁘지 않았는데
당분간 그와 함께 골프를 하지 않을 결심을 했다.
Pines-Meadows를 돌았는데 오늘도 16번 홀(Meadows 7번)을 마치곤 집으로 들어갔다.
처음엔 놀랬지만 무슨 사정이 있으려니 했었는데 반복이 되기에 마음에 거슬렸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집으로 들어가면서 인사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에
함께하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분류가 되었다.
박 사장, 나 등 셋이 칠 때
박 사장, 오 영록 사장 등 넷일 칠 때
오늘 박 사장, Jonas 등 넷이 치면서도
박 사장에겐 들어간다고 인사를 하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과는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오늘 17번 홀 티 박스에서 셋이 티 샷을 하고 나서 Jonas가 뒤를 보며 머뭇거리다
“Eric은 어디 갔느냐?“는 당연한 질문에
"Left"라는 대답을 하며 왜 내 마음이 공허해야 했던지,
물론 지난 번 오 영록사장과 칠 때도 같은 마음이었지만
오늘은 더욱 미안하고, 기분 나쁘고, 기분 더럽고......
“박 사장은 좋겠어, 간다고 인사를 받아서.”라고 박 사장에게 비아냥거리고 싶었지만
내 입이 더러워지고 박 사장은 뭔 죄인가?
내가 황태해장국 하나를 끓이는 데도 좋은 재료로 정과 성을 다함은 나를 위해서인데
Eric처럼 매너 없는 놈과 어울리며 마음을 상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를 생각하니
그야말로 손절하는 게 최선이란 다짐을 하였다.
향후 어느 날 마음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우선 즐거움과 행복을 위한, 그래서 정신건강을 좋게 하기 위한 골프에서
왜 독이 만들어지는 사람과 어울릴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당분간, 아님 영원히 손절할 마음을 다졌다.
한 동안 멀리하기로 했다가 다시 어울리기를 반복하는 등의
왔다갔다의 마음이 한 번 더 출렁이는 날 중 하루였다.
이런 아까운 날이 다시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