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181일째 2021년 6월 9일(9) 강화/맑음

송삿갓 2021. 6. 10. 07:13

천일여행 2181일째 202169(9) 강화/맑음

 

자가격리 7일차

새벽에 셋째 부부가 나를 보겠다며 도착했다.

내가 어머님을 생각하면 가장 고마워하는 사람이 셋째 제수씨다.

어머님을 엄마라고 부르면서 딸처럼 반말 비슷하게 대화를 하는 사이인데

딸이 없는 어머님은 정말 딸처럼 생각하며 살가워하는 데

삶의 사정이 넉넉지 않아 안쓰럽지만 어머님께 가장 잘 하는 부부다.

그래서 나 역시 셋째 부부, 특히 제수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오랜만에 넷이 아침을 먹으니 북적거리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어머님은 근처에 있는 한방병원에 침 맞으러 다녀오곤

동생부부와 저녁거리를 사러 나갔다.

 

저녁에 삼겹살을 구워 저녁을 먹는 데 동생은 소주를 곁들였다.

혼자 제법 많은 양을 마시곤 이야기를 하자기에 자리를 잡았는데

어머님에 대한 걱정이다.

날이 갈수록 고집은 늘고 건강은 나빠지는 어머님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아니 어쩔 수 없다는 명분을 공유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자리였다는 게 더 정확하다.

어머님은 수시로 내가 몇 년을 더 산다고?”라며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거부하는 말씀에

나와 동생들은 어머님 없는 세상을 생각하면 가슴 철렁하는 것엔 충분한 공감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뚜렷하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에 답답하면서

어쩔 수 없음이라는 면피용 방어막을 치면서 무기력함에도 부끄럽고 안쓰럽고, 죄송하고....

그런 이야기를 한 참 했지만 여전히 답은 없어 겨우 정리하는 말이

어머님 편한 대로......, 어머님 편한 대로....”였다.

그런 마음의 짐을 담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