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184일째 2021년 6월 12일(토) 강화/맑음

송삿갓 2021. 6. 12. 21:31

천일여행 2184일째 2021612() 강화/맑음

 

자가격리 10일차

맑고 무더운 토요일이다.

집안에만 있으니 더운 걸 잘 모르겠는데 아침을 먹기 전 들어서는 동생이

많이 덥다며 땀을 흘렸다.

어제 어머님이 만드신 누룽지를 끓이고 동생이 무친 명란젓과

지난 번 자가격리자 구급상자에 들어있던 장조림을 곁들여 셋이 아침을 먹었다.

집을 나서기 전 아침을 먹었다는 동생은 조금이라도 먹으라는 어머님의 성화에

주세요.”라며 자리를 잡더니 군말 없이 잘 먹는다.

나는 어쩌다 만나 무한정 권하는 어머님의 성화를 듣는 데

동생은 만날 때마다 듣는 성화를 잘 받아 넘기는 것에 대단하단 생각을 했다.

어머님과 동생은, 그리고 어머님과 셋째는 주고받는 말이 티격태격에 가깝다.

가끔 듣는 나로선 위태하게 느껴 가슴 졸이기도 하는 데

그게 어머니와 나이 들어가는 아들들의 정을 나누는 삶의 방식이다.

나는 장남이기에 체면을 차리느라 못하는 것을 동생들은 삶의 일부가 되었다.

물론 아들들이 그러는 것에 어머님은 반격을 하지만 내심 싫지 않으신다.

간단한 아침에 이어 커피를 마시며 투닥거리던 동생은 내일부터 교회에서 예배시간에

드럼을 쳐야 한다며 떠났고 어머님은 설거지에 이것저것 치우며 오전을 보냈다.

 

교회에서 드럼을 연습하던 동생이 저녁 무렵에 족발을 들고 나타나 건네주곤

본인은 연습이 남았다며 바로 발길을 돌렸다.

아침에 다녀갈 때 오후에 족발을 사서 오겠다고 하니

어머님과 나는 동생도 함께 저녁을 먹을 줄 알고 있었는데

바쁘다며 그냥 떠나니 어머님은 아쉬움의 탄식을 하면서도 큰 내색은 감추셨다.

그런 사정이 있을 때 자꾸 먹고 가라고 종용하지 않는 게 둘의 그간 암묵적 룰이었고

두 번째는 너무 크게 내색을 하면 함께한 내게 미안함에 그러셨던 것으로 추측된다.

 

할 수 없이 둘이 족발과 함께 온 반찬에 어머님이 끓이신 배추된장국을 곁들여 저녁식사,

분주하게 치우시는 동안 나는 집안을 걸으며 운동을 했다.

그리곤 둘이 앉아 옛 시골시절의 이야기를 하는 데 즐겁고 행복함 보다는

어렵고 힘들었던 이야기에 자꾸 탄식에 가라앉아 그만하자면서도 한 참을 더했다.

주로 어머님의 푸념을 듣는 대화였지만 한풀이가 필요한 어머님을 위해 장단을 맞췄다.

 

햇살 좋은 토요일을 이렇게 보내고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