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906일째 2023년 6월 4일(일) 강화/맑음

송삿갓 2023. 6. 4. 21:22

천일여행 2906일째 202364() 강화/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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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와서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 운동을 쉬면서 왼손과 양쪽 어깨, 등줄기 등 통증을 달래보자는 의미에서 그런다. 아침 스트레칭도 하지 않으니 아침 화장실에서 불편하다. 과천에는 비데가 있어 괜찮지만 강화는 지난겨울에 계약을 취소해 비데를 철수 했기에 유연성이 떨어진 아침의 거사를 치른 후 뒤처리는 편하지가 않다.

 

침대가 너무 오래 되었거나 집에서 사용하는 것과는 푹신함 정도가 달라 그런지 아침 조금 오래 누워있어 그런지도 모르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뻐근함이 심하다. 그런 상태에서 화장실을 가니 뒤처리가 편하지 않은 건 당연하다는 위로를 한다.

 

어머님이 지나치다 할 정도로 잠을 많이 주무신다. 이야기를 하거나 뭔가 하는 중이 아닐 때는 수시로 졸고는 하시는 데 아마도 치매와 공황장애 약 산도르셀트랄정(50mg)와 먹는 톤캡슐(1.5mg) 때문인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럼에도 어머님은 그 약을 먹고 나서부터 아버지가 꿈에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졸음이 너무 온다는 불평도 하신다. 동생도 그렇게 말하고 내가 느끼기에도 약을 먹은 이후로 치매가 많이 호전 되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어디가다 넘어지거나 하는 일이 있을까 걱정도 된다.

 

인생은 살아 볼만한 가치가 있다.

오디오북을 통해 듣는 마음챙김의 내용 중 들었던 것인데 인생은 행복하다.’라는 확정적인 생각보다는 밝은 앞을 생각하는 의미에서 [인생은 살아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마음으로 살면 더 긍정적인 삶이 된다는 것이다. 명상, 즉 마임챙김 수련을 시작한지 3년을 조금 넘은 것 같은데 최근 몇 년 들어 습관화 된 내 일상 중 가장 좋은 것 중의 하나라는 확신이 든다. 마음의 분노가 거의 없어지고 부정적인 생각이나 언어보다는 긍정적이고 깊은 숨을 쉬며 한 템포 쉬어가는 지혜도 얻은 것 같아 그렇다. 물론 그 보다 더 좋은 루틴은 지금 쓰고 있는 천일여행기지만 마음수련 또한 그 못지않은 습관이 된 것에 감사한다.

 

딸은 낳아 보지도 못했어요.”

어머님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큰 뻥이다. 하지만 나는 어머님의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지우고 싶은 가슴 아픈 아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그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란 걸....

 

동생들 중 셋째는 원래 남·녀 쌍둥이였다. 그 쌍둥이를 낳는 날, 혹은 장면이 가장 오래 된 내 기억이고 또 백일도 안 된 그 여자 동생이 죽어 묻으러 가는 장면이 두 번째 오래된 기억이다. 오래 된 세 번째 기억이 할아버지 돌아가신 건데 그 모두가 60년 전 일이다.

 

어머니는 딸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가끔 하시는 데 지난 주말에, 그리고 어제 아침 푸념에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 두 이모를 이야기할 때 부럽다는 듯이 말하는 것도 딸이다. 큰 이모는 딸만 셋(법적으로는), 막내 이모도 딸 둘이 있으니 부러워할 만한데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어머님이 원하시는 것 중 해결해 드릴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그거다. 그렇다고 딸을 대신할 짝꿍도 옆에 없으니 어머님이 그런 말을 할 때면 입을 꾹 다물어야 한다.

 

오늘 아침은 교회가 예배 후 수양회를 가기에 교회를 가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동생은 문안인사 하듯 아침에 들려 어머님을 보고 교회로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나는 들어야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으로 어머님은 죽은 동생이야기를 했다. 시작은 아이가 죽어 묻고 왔는데 일을 나갔다 돌아온 할머니가 한 번도 안 물었고 아버지 또한 나중에라도 그 아이를 어떻게 묻었는지 묻지 않아 서운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판도라상자를 열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게 그 이야기를 한 건 정말 처음이었다. 먹은 게 없으니 젓이 나올 리 없음에도 젓을 물렸지만 안 나오니 배가고파 고개를 힘없이 절레절레 흔들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샘이 터졌다. 다른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셨는지 모르지만 어찌 보면 60년을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를 하려니 눈물이 터지는 게 너무도 당연한 거란 생각이 들었다. 거의 숨도 쉬지 않듯이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시는 데 나도 그냥 눈물이 터졌다. 내가 해 드릴 수 없는 딸 문제라는 생각에 미치자 나도 꺼이꺼이 흐느끼며 울어야했다. 어머님은 나를 울게 해서 미안하다면서도 30분 넘게 한을 토해냈다. 물론 열 살도 안 되었을 때 석탄을 주워 팔아서 끼니를 해결했다는 이야기에 시골에서 솔방울을 주워 가마니에 가득 담아 이고 조치원까지 걸어가면 출렁거리다 못해 반 가마니 조금 넘게 줄어들으면 다시 꺼내 부풀려 집어넣어 팔고 다시 그 먼 길을 걸어갔다는 이야기(시골 동네에서 조치원까지는 적어도 20km는 될 텐데 그 거리를 한 가마의 솔방울을 이고 걸어가서 팔고 막내 이모 줄 사탕까지 챙겨 집으로 갔다는 내용)까지 주저리주저리 이어졌다.

 

오늘은 더운 날씨를 핑계로 산책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보냈다. 밖을 나간 건 어머님이 옥상에 있는 뭔가의 식물에 물을 주어야 한다며 양동이를 들고 나서기에 들어드리고 5분여 바깥 바람을 쐰 것뿐이었다. 낮잠을 두 번이나 잤고 주로 TV를 보았지만 간간히 어머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장단 맞추기가 가장 많이 한 일이다. 어제 저녁에 콩죽을 먹고 남은 걸 오늘 점심에 먹기로 했지만 두 번 연속 죽만 먹어서는 안 된다며 밥을 하셔서 먹었고 대신 저녁은 점심에 먹을 예정이었던 콩죽을 먹었다. 또한 물을 대신해서 수박을 많이 먹은 게 오늘의 내 먹는 노력이었다. 저녁까지 잘 먹고는 쉬다가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 하루 좋은 날씨에 감사하고

어머님 이야기를 많이 들어 줄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어머님이 해 주신 점심과 저녁에 감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Carpe Diem**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