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7일 째, 2015년 6월 27일(토), 애틀랜타 맑음
천일여행 7일 째, 2015년 6월 27일(토), 애틀랜타 맑음
손가락은 아직 다 났지 않았어.
그래서 오늘도 골프를 치지 못했다.
벌써 2주를 쉬게 되네
그런데 전혀 아쉽지가 않아.
그토록 좋아하는 골프를 하지 못하는 데
손가락이 아파서 불편한 것이 많은데
가끔 통증이 급습해서 온 몸을 오그라뜨려야 하는데
아쉽지가 않아.
그러다 보니 벌써 천일여행이 7일 째를 맞이했네.
어제는 내 생에 처음으로 오징어순대를 만들었지
물 좋은 오징어를 물에 조금 담갔다가
다리를 분리해 내고 몸통과 머리 부분의 껍질을 베껴냈지
하얀 속살이 들어나더라고.
그러곤 다리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큼지막하게 썰었지,
물론 눈과 뭐라 하나 가운데 딱딱 한 것은 빼냈고
부추는 손가락 마디 만하게 썰고
양파는 1/4크기로 잘라 야체와 오징어 다리 준비를 마쳤지.
그리고 마늘 다지는 그라인더에 넣고
마늘, 소금을 조금 넣고 다졌어.
다진 돼지고기를 살짝 볶고, 물론 후추를 조금 넣었지,
왜 돼지고기를 볶느냐고?
고기가 익는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
고기 익는 시간에 맞추려 오징어순대를 오래 찌면 질길 것 같아서
미리 익히는 것도 있고, 기름기도 조금 빼려고
조금 큰 그릇에 다진 것과
볶은 돼지고기, 전분을 조금 넣고
살살 달래면서 버무려 서로 잘 섞이게 해서 속을 완성했지.
껍질을 벗긴 오징어에 수저로 꼼꼼히 속을 다져 넣고
나무젓가락 끝을 뾰족하게 만들어 입구를 다물게 해서 준비 끝.
그것을 쪄야 하는데 불행이도 나는 찜통이 없잖아.
그래서 제법 큰 냄비에 물을 넣고
오므렸다 폈다 하는 찜 도구를 활짝 펴서 넓게 만들어 냄비에 넣고
그 위에 준비한 오징어순대를 올리고 찌면 되는데
여기서 내가 실수를 한 거야.
잘 익게 한다고 물을 조금 많이 넣었더니
물이 끓으면서 부풀어 올라 순대에 까지 올라와
찌는 것이 아니라 거의 삶는 수준이 되어 버린 거지
학교 다닐 때 물리를 제법 잘 했는데
물이 끓으면 부풀어 오르는 것을 예상치 못한 거야.
학교로 돌아가서 다시 공부해야 하나?
학창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싫다.
그럼 천일여행이 아니라 천년여행이 될 것 같으니까 그건 하지 않을래.
암튼 중간에 물을 조금 덜어 내기는 했지만
오징어순대 안에 있는 맛있는 육수가 끓는 물에 젖어
조금 맛을 손해 본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어.
그래도 익혀놓고 보니 제법 순대 같더라고
조금 식은 후 끄집어내서 한 토막 잘라 떨리는 마음으로 맛을 봤는데
나쁘지 않아. 첫 작품 치고는 나쁘지 않더라고.
내가 개발한 오징어순대, 내가 잘 하는 물만두 맛과 비슷하기도 하고
거기에 오징어 맛이 곁들이고 또 오징어 다리 다진 것이 씹하는 맛이
나쁘지 않았어.
몇 가지 보완할 점이 있는 거야.
이러니까 무슨 회사 일 하는 것 같다.
우선 물 조절을 잘 해야 하는데 이건 제대로 된 찜통을 쓰거나
끓는 높이를 감안해서 조절 하면 될 것 같고,
오징어순대를 만들 때는 조금 작은 오징어가 좋겠어.
큰 것은 썰어 놓으니 한 입에 넣기가 힘들어서,
순대 속이 끈기가 떨어져 인터넷을 뒤졌더니
찹쌀가루를 넣으면 된다고 하더라.
찹쌀가루에 전분을 섞어 같이 버무리면 좋아질 것 같아.
물론 식감이 떨이지지 않도록 양 조절을 잘 해야 하겠지.
실은 나만의 콩국수도 만들었는데 길어졌으니까
그건 다음에 쓸게.
다음에는 잘 개선 된 오징어순대를 너에게 만들어 줄게
네가 좋다면 앞으로 종종 그렇게 할 거고.
오늘도 날씨가 많이 덥다.
그래도 잘 지내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