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0일 째, 2015년 6월 30일(화), 애틀랜타 맑음

송삿갓 2015. 6. 30. 23:52

천일여행 10일 째, 2015630(), 애틀랜타 맑음

 

오늘이 벌써 6월 말일이자

천일여행 10일 째네.

 

네가 말했지.

천일 여행이 짧지 않지만

그래도 100일을 열 번만 하면 천일이라고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10,

그러니까 이런 10일을 아흔아홉 번만 더 하면 천일,

시작이 반이라 했는데 벌써 10일을 왔다.

일단 작은 축하, 짝짝짝~

 

, 오늘은 손가락 김밥을 만들건 데

이러다 천일여행이 요리책이나

요리강좌가 될 것 같다고?

그러진 않을 거야.

당분간은 요리 이야기를 자주 할 지도 모르지만

다른 것도 하게 될 거다.

 

굻기와 크기가 손가락 만하다고 해서

손가락김밥이라고 하는데

실은 손가락 보다 조금 굵고 크다.

하지만 한 입 혹은 두 입에 먹을 수 있어

무한정 먹도록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모든 요리에서 재료나 준비 과정이 중요하지만

손가락김밥에서는 좀 미리 준비해야 하는 재료가 있다.

바로 어묵을 볶을 양념간장인데 시작할게.

 

조금 많이 만들어 두고두고 필요할 때 쓰면 좋다.

양조간장에 양파를 잘게 썰어 넣고

다진 마늘과 올리고당을 적당히 넣는다.

만일 매운 맛을 좋아하면

할로피뇨나 매운 고추를 잘게 썰어 넣어

약한 불에 끓이면 되는데

어른들은 간장을 달인하고 하지.

이는 약한 불에 천천히 저으면서 끓이는 것을 의미 하는 것 같아.

센 불에 팔팔 끓이면 절대 안 된다.

만일 양념장이 타면 쓴 맛이 나면서 못 먹게 되거든.

시작할 때 양의 절반이 될 때까지 달이면

양파가 흐물흐물해지고

마늘은 넣었는지도 모르게 삭고

매운 맛을 위해 고추나 할로피뇨를 넣었다면

크기가 아주 작아 질 거다.

유리로 된 용기에 담아 필요할 때마다 두고두고 쓰면 된다.

 

가장 먼저 밥을 해야 하겠지?

하얀 쌀밥을 하는데 평소에 하던 것 보다 물을 약간 덜 넣어

조금은 꼬들꼬들하게 하는 게 식감이 좋아.

하지만 조금 질척해도 그리 나쁘지는 않지.

 

양념간장 준비가 끝나면 어묵을 볶아야 하는데

납작한 사각어묵을 0.5cm 정도의 너비로 가로로 썰면

손가락김밥의 크기와 얼추 맞는다.

프라이팬을 달구고 식물성 기름을 넣어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썰어 놓은 어묵을 넣고 볶다가 양념간장을 넣고 계속 볶는데

약한 불에 해서 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일 어묵에 검정색이 묻어나면 이미 탄 거니까 먹지 않는 게 좋지.

 

다음은 오이를 써는데

반을 갈라 숟가락으로 씨를 걷어내고

어묵크기로 잘라 세로로 썰어 준비하면 된다.

크기는 3mm정도면 된다.

 

다음은 오이와 같은 크기로 단무지를 썰어 준비하면 되는데

오이와 단무지는 하루 전에 썰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물기가 말라 꼬들꼬들한 김밥을 먹을 수 있다.

김밥을 싸기 직전에 해도 되지만

할 수 있으면 하루 전에 하는 게 좋다는 뜻이야

 

그런데 단무지 대신 포기김치를 넣어도 맛있다,

포기김치의 이파리부분은 잘라 반찬으로 하고

조금 두터운 부분을 어묵 크기로 잘라서

적당한 크기로 세로로 찢는다.

칼로 써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손으로 찢는 것이 들쭉날쭉 크기가 달라

더 정감이 있고 맛도 있더라고.

손에서 김치 냄새 난다고?

그거야 요리한 사람 티를 내는데 최고잖아.

 

김은, 종이를 반으로 접어 작은 칼로 자르듯

김밥 김을 반으로 접어 접힌 부분에 칼을 넣어 자르고

다시 반으로 접어 자르면 된다.

결론적으로 1/4장의 김으로 만드는 거지.

 

재료가 다 준비 되었다.

밥숟가락 하나와 조그만 접시에 물을 담으면 준비 끝.

접시에 물은 뭐냐고?

숟가락에 물을 조금 묻혀 밥을 뜨면

밥풀이 묻지 않거든.

 

김을 펼치고, 숟가락에 물을 조금 묻혀

밥을 한 숟가락 떠서 김 위에 고르게 펴고

그 위에 볶은 어묵, 오이, 단무지를 넣고 말아

끝 부분에 밥풀 몇 개 으깨 풀리지 않게 붙이면 끝.

 

작은 김밥이지만 입에 넣고 반을 베 물을 때

김밥 끊어지는 소리가 귀에 먼저 들리고

김에서 나는 약간 비린 듯한 바다 냄새에

멸치 냄새 비슷한 약간 달달 짭짜름한 어묵 맛

풀냄새 비슷하면서도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 오이 맛

아작 씹히면서 조금 물기를 머금게 하는 단무지 맛

한 마디로 세상의 맛을 느끼게 한다.

 

씹으면 씹을수록 어떻게든 온전한 상태를 보존해보려

몸부림치는 듯한 하얀 쌀밥에서 나오는 고소함이

입을 자극하면서 손은 벌써 다음 김밥으로 향하게 된다.

 

한 가지 주의할 사항이

이렇게 먹는 손가락김밥은 평상시 먹는 밥보다 많이 먹는다는 것이야

그래서 배가 부르다 싶으면 이미 과식의 문으로 들어서는데

그러면 어때. 담에 조금 덜 먹으면 되지.

 

한두 번 만들어 먹다보면 많이 만들어 조금은 남게 된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남은 것은 냉장고에 넣어두면 딱딱해 지는데

계란을 풀어 섞어 프라이팬에 기름 조금 넣어 살짝 튀기면

그 맛 또한 일품으로 간식 대용으로도 부족하지 않아.

 

이 김밥에 무슨 국이 좋을까?

어떤 사람은 김치 국물도 좋다고 하는데

나는 어묵국을 끓인다.

이건 담에 하는 것으로 하고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