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9일째, 2015년 7월 19일(일), 애틀랜타 맑음
천일여행 29일째, 2015년 7월 19일(일), 애틀랜타 맑음
폭염의 하루가 또 넘어간다.
이렇게 하면 쓸쓸함 내지는 허전함이 느껴질지 모르지만
푹푹 찌면서 사람을 늘어 질대로 늘어지게 뜨거움을 전하던 태양도
자기도 집으로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는 듯이
황금빛의 여운을 남기며 인사를 하고
더위 속에서도 분주히 발길을 사람들도
땅거미 들기 전 돌아오라고 손짓하는 집을 향해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것 같다.
20여 년 전 30대 초반에 미국출장에서 하루를 마치며
조금은 지친 듯한 몸을 뉘이고 싶어 숙소로 차를 몰던 때의 마음,
아쉬움이나 안타까움은 아니지만
뭔가를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나 스스로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공허함과 허전함이 교차하며 바라보던 석양,
낮게 깔린 빛이 차창의 정면에서 나를 비출 때
강한 빛 때문에 손으로 눈을 가리거나
차 안의 태양 가리개를 내려 맛서는 것을 피하면서도
뭐라 표현할 수 없었던 순간적으로 멍 때리게 하던 황혼
오늘, 지금 이 순간 왜 그 시절이 생각나는지 모르지만
길게 늘어뜨리던 그림자마저도 자취를 감추는 시각에
난, 하루를 마무리하며 세상을 보고 있다.
이게 외로움이고 고독인지는 몰라도
땅으로 꺼지듯 처지기보다는 또 한 발 내 디뎠다는 막연한 쾌감?
그렇게 저물어가는 하루와 상념의 대화를 한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더위 때문에 오늘은 여기서는 새벽이라는 시각에 골프를 했다.
일요일이기에 늘 그랬듯이 나는 카트를 밀며 걸었다.
어제 무더위와 씨름하듯 했던 골프의 후유증으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불에 오그라든 구운 오징어처럼
팔과 다리는 물론 어깨와 허리까지도 구부리고 엄살을 피우고 싶기도 했다.
‘오늘은 쉬면 안 될까?
하루쯤 운동 안 한다고 건강이 크게 나빠지는 것도 아니고
하루 쯤 내가 안 나갔다고 뭐라 할 사람이 있을까?
배도 고프지 않고, 조금은 고파도 참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 하루쯤 쉬면 어때?‘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몸은 일어나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는 사이 마음은 몸에게 사정하듯 게으름 피우기를 유혹해 보지만
몸은 제 갈 길을 묵묵히 간다.
그렇게 준비하고 도착한 골프장
이미 도착하였음에도 마음은 몸에게 투덜투덜
4시간을 걷는 내내 몸은 마음을 달래며 땀을 뻘뻘 흘려야만 했다.
조금은 찬 물로 샤워를 할 때서야 마음은 몸에게 항복을 하고
상쾌한 기지개를 켜며 몸에게 인사를 한다.
“오늘도 고맙다”
집의 에어컨은 오늘도 쉰다.
그만 쉬고 나와 함께 하면 좋으련만
휴가를 갔는지 아니면 큰 심통이 났는지 작동하기를 거부한다.
그나저나 고쳐주기로 한 회사는 어찌 된 거지?
골프를 하고 집으로 오면서 오랜만에 햄버거를 To Go했다.
그걸 점심과 저녁으로 나눠먹고
토마토를 얇게 썰어 프라이팬에 소금을 뿌려 살짝 익혀 먹었다.
예전에는 토마토를 왜 익혀먹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은 그냥 씹어 먹는 것 보다는 갈아서
갈아서 보다는 조금 익혀 먹는 것이 몸에 흡수가 훨씬 높다하여
그 중에서도 특히 토마토가 좋다고 하여 가끔은 그렇게 먹는다.
하여간 지 몸은 어지간히 챙겨, 그치?
알잖아, 죽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살자.
그러려면 운동 열심히 하고 음식 잘 먹고
좋은 음악에 좋은 책, 좋은 생각 많이 하고
친구처럼 좋은 사람과 행복하고 즐겁게······
난 오늘도 그것을 위해 산다.
열심히 사랑하며······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