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61일째, 2015년 8월 20일(목), 애틀랜타 흐림, 비
천일여행 61일째, 2015년 8월 20일(목), 애틀랜타 흐림, 비
예전에 한국에서 회사생활 할 때
한 동안 내 상사였던 한 분이
산을 타는 사람 이었다
그냥 운동 삼아 등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산을 탄다”라는
어느 등산가의 유명한 말을 하면서
등산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하던 분이다
회사에 2~3주씩 휴가를 내고
해외에 있는 산을 정복하고 돌아오기도 하고
한국등산협회의 상당한 높이의 직책을 맡기도 했었다
그 분이 회사를 떠나고 개인사업을 하면서
여의도 외곽도로를 매일 2시간씩 달리며 뛴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바로 히말라야 등반을 위해 체력을 기르고 있는 중이고
2년 동안 준비 한다는 이야기였다
무슨 준비가 2년이나 걸릴까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렇게 여러 명이 준비하고
히말라야로 가면 모두 정상을 위한 등정을 하는 게 아니고
일부는 베이스캠프까지만 가고
그 이후에도 몇 단계로 나눠 일부는 남고
최종 정상등정에도 컨디션이 좋은 사람만이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준비하고도 베이스캠프에 남는 사람이나
중간에 남아야 하는 사람들은 억울하거나 실망하지 않겠냐는
이야기에 누군가 성공을 위해서는 누군가 도움을 주고
때로는 희생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2년 동안 준비를 끝내고서도
현지에 도착해서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것도 몇 개월의 준비와
날씨나 현지 상황, 셀파 등에 따라 등정을 하거나
때로는 산에 오르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여러 명이 2년 동안 체력을 보강하면서
경제적이나 팀 구성 등의 준비를 마치고도
전부 등정하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현지에서 산만 바라보고 돌아 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오늘 이렇게 길게 히말라야 등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천일여행의 변곡점, 즉 한 관문에 있기에 이러는 것이다
천일여행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60일이 지났다
하지만 여행이라기보다는 준비기간 같은 거였다
그러니까 오늘 까지는 히말라야 등반 팀과 같이 준비 기간이었고
내일은 진짜 여행을 위해 현지로 출발하는 것과 비슷하고
아마도 다음 주말 정도면 정말 고독한 여행길에 오르는 기분이 들것 같다
얼마나 고독하고 힘들어야 해야 하는지 아직은 모른다
무의식중에 내가 가야할 고행의 길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마냥 오늘같이 살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는
아니면 그냥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히말라야 등반 팀도
처음에 계획할 때는 어떤 고난이나 어려움이 와도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고
‘그 까짓 쯤“하면서 당당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준비를 하면서도 약간의 문제 같은 것은 충분히 해결하고
함께하는 사람들과도 서로 잘 협력하고 이해하며 도울것이다
하지만 날이 가까워 오면서 각자의 짐을 싸야하고
공동의 준비물을 한 곳에 모으며 떠나야 하는 시간을 맞이할 거고
비행기 표를 받아 들면 실제 가야한다는 것에 실감을 할 것이다
모든 거나 모든 사람이 내 맘같이 되지 않을 때
여기저기서 조금씩 어긋남이 보일 때 실제 떠나야 하는 것을 느낄 것이다
나도 요즘 비슷한 느낌이 든다
10, 20, 30일 지날 때, 이렇게 쉽게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왜냐하면 아직은 준비단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60일을 지내면서 준비단계가 끝나는 것 같은 현실에서
지금까지 지나 온 60일은 그래도 편히 쉽게 왔다는 생각을 한다
두렵거나 걱정이 있기 보다는 ‘그냥 지금처럼 살면 안 되나?‘하는 불가능한 염원
하지만 어차피 가야 하는 길이다
씩씩하고 당당하게, 그리고 열심히 가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패하며 걱정했던
내가 담배를 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하루 가다보면
그 하루가 더해져 25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처럼 그렇게 살면 되리라
그렇게 나를 다지며 천일여행의 61일째를 보낸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