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의 컬럼과 글
꿈이었으면 좋겠다
송삿갓
2015. 9. 9. 08:00
꿈이었으면 좋겠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자기야! 나 왔어요
그래 어서와, 오늘도 수고 많았어
오늘 저녁은 메뉴가 뭐야?
응, 콩국수
와 맛있겠다
만두도 삶았다
오늘도 배 터지겠다
에이, 그럴 리가 있나
똑~똑~
누구세요?
나 왔어요
그래 어서와, 오늘도 수고 많았어
와! 맛있는 냄새 난다
무국인데 뭐가 맛있는 냄새야
아니야. 맛있는 냄새야
또 있는데?
뭔데?
오징어 볶음
어쩐지, 먹어봐도 돼?
그럼, 아~ 해봐
와! 정말 맛있다
너무 맵지 않아?
아니, 하나도 안 매워
얼른 옷 갈아입고 와
오늘도 배 터지겠다
자기야!
오늘은 김밥 싸 먹을까?
응, 그러자
오이는 내가 사갈게
아니 집에 오이 있어
그래 알았어, 맛있겠다
그래 조심해서 와. 어묵국도 끓일게
오늘도 배 터지겠다
똑~똑~, 나 왔어요
어서와요
다 준비됐어?
그럼, 어묵국 맛볼래?
응. 와! 정말 맛있다
요새 우리 너무 잘 먹는다
이러다 살찌겠다
문을 잠그지 않았었다
똑~똑~ 하고는
불쑥 들어올 것만 같다
그래서
문을 잠그지 않았었다
하지만
문을 잠근다
잠그지 않고
잠 못 자며
밤새 기다리는 게
습관 되는 것 같아
이제는 문을 잠근다
그리고
숨죽여 운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없는데도
숨죽여 울고
벽보고
눈물 훔친다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
그냥
똑~똑~ 하고
나 왔어요 하며
문이 열렸으면 좋겠다
오늘도
그런 희망을
가져본다
꿈이 아니라
현실로......
September 8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