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86일째, 2015년 9월 14일(월), 애틀랜타 맑음
천일여행 86일째, 2015년 9월 14일(월), 애틀랜타 맑음
월요일 아침
이번 주는 유난히 바쁜 월요일이다
내일이 15일, 급여 지급일이기에 할 일이 참 많다
그리고 또 내일이 CBMC의 정기총회로 회장을 물려줘야 하는 날 이기에
그것 또한 준비할 것이 적지 않다
조금은 분주한 마음으로 출근을 하며
어머님과 통화를 하는데 목소리가 이상하다
어머님 왈
어제 세 가지 김치를 담궜더니 힘이 들었는지 감기가 왔다는 거다
그래서 오늘은 병원에 가고 약 먹고
그랬음에도 목소리에 힘들어 하시는 게 역력하다
“힘들게 왜 세 가지를 한꺼번에 담그셨어요”
“그래야 돈도 덜 들고 힘도 덜든다”
“어머님, 그렇게 해서 아낀 돈 병원비로 나가고
아프면 더 힘들잖아요“
“몸이야 어떠니, 하루 이틀 아프면 그만이지”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엄마가 미련해서 그래”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다음부터는 각자 먹을 것 해오라 하세요”
“그걸 말이라 하니?”
참 속상하다
명절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병
그래서 올 초부터는 장보는 것은 셋째 부부가 함께 도와주는데
김치 등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들은 혼자 하시니
명절 병은 피하질 못한다
그리고 매 번 다르게 점점 더 힘들다는 말씀을 듣고
내가 뭔가 잘 못해서 나이들어도 혼자 하셔야 하는 것 같아
속상한 것에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두통이 온다
이내 이건 뭔가? 잘못은 내가 하고 내가 왜 올라와?
“애비야!”“네”
“심란하지?”
“아니요, 저는 하나도 심란하지 않아요”
어머님 입장에서 명절을 혼자 보내야 하는 아들 걱정을 하는 거다
“애비야!”
“네”
“보고싶다”
“저두요”
“지금 이 맘이 보고 싶다는 말만으로 어찌 다 표현되겠니?”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곤 머릿속엔 어머님을 언제 뵈러 갈 수 있는지 날짜를 꼽아본다
그렇게 출근하고는 정신없이 일에 빠진다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아침 날씨였는데
낮의 온도는 오히려 어제보다 낮은 것 같다
가을을 맞이하는 나뭇잎 중 조금 성급한 것은
갈 길을 재촉하는 길손처럼
벌써 누런 모자를 쓰기시작 하였는데
강한 가을 햇살에 반사되어 불분명한 색깔을 띠며
서늘한 공기를 더욱 차갑게 느끼게 한다
아침에 통화한 어머님의 목소리나
가을 햇살을 반사하며 선선한 바람에 춤추는 나뭇잎이
마음 한 곳에 큰 돌덩이를 안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가을을 타려나?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