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96일째, 2015년 9월 24일(목), 애틀랜타 흐림
천일여행 96일째, 2015년 9월 24일(목), 애틀랜타 흐림
어제는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다 사무실로 왔지
조금 일찍 끝내서 집에 가기가 애매하더라고
사무실에 와서 딱히 할 건 없었지만
그래도 조금 미뤄 두었던 것 마무리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사무실로 와서 마무리하고 있는데 배가 살살 아파오더라고
탈이 난 것 같은 거 말고 내장이 뒤틀리는 것 같은 통증
그런 거 있잖아, 장이 꼬인다는 말
긴장을 하거나 뭔가 스트레스가 심하면 오는 현상인데
그럴만한 이유가 없는 데 그랬던 거야
집에 가서 약 먹고 누룽지 끓여 먹었어
무말랭이 불린 것
마늘, 고춧가루, 참기름 넣어 무쳐서 반찬으로 먹었는데
처음 한 것 치고는 나쁘지 않았지
입술이 파래지면서 피곤함이 많이 밀려왔어
배가 아프면 몸이 힘들어 하거든
다행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진정되더라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살살 아프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참을 만 했어
‘왜 그랬나?’하고 생각을 해 봤는데
아마도 지독한 상사병? 히힛
오늘이 어머님 생신이야
음력으로 8월 12일, 추석 3일 전이라 절대 잊을 수 없지
바로 밑에 동생과 같은 날이야
아침에 출근하면서 어머님 통화하는 데
기운이 없으시더라고
“오늘 미역국 드셨어요?”
“헤~헤~, 안 먹었다”
“그럼 뭘 드셨어요?”
“셋째가 해다 준 사골 국물에 찬밥 먹었다”
유난히 ‘찬밥’이라는 말이 걸린다
“왜 찬밥을 드셨어요?”
“따스한 국물이 있으니 그렇지”
갑자기 미안함이 솟구친다
“어머님, 아들들 키워봐야 다 소용 없지요?”
“아니다, 그냥 팔자려니 한다”
평소 같으면 그냥 “아니다”가 팔자타령으로 이어지는 게
많이 서운하셨던 것 같아
“썩을 놈들, 그렇지요?”
“아니야, 셋째가 그저께 와서 돈 주고 갈비탕 사줬잖아”
“둘째는요?”
“어제 전화 왔다. 못 와서 미안하고 추석에 와서 생일 축하 해 주겠다고”
“그래도 좀 다녀가지”
“대목 앞에 얼마나 바쁘겠니~, 바쁜 사람 왔다 갔다 시간만 쓰지”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목소리에는 힘이 없는 게
갑자가 훌쩍 떠난 아버지가 원망스러워졌어
지금까지 살아 계셔서 둘이 함께 보내면 좋았으련만
‘나는 내 짝을 홀로 오래 남기지 않겠다’는
뜬금없는 다짐을 해 보았어
“어머니, 너무 서운해 마시고, 파이팅!!”
“애비야, 내가 너 많이 생각하는 거 알지?”
“네, 알지요. 저도 어머니 많이 생각해요”
“그래, 출근길 조심해 해라”
“네 어머님 생신 축하드리고요, 명절에 무리하지 마시고요”
“그래, 무리 안 할란다. 자네나 허전하게 보·내·지·마··시···게”
귀에는 들리지 않아도 마음으로 들렸어
어머님의 흐느낌이
다시 맘을 다졌지
‘난 절대 내 짝을 혼자 두지 않을 거야’
“네 어머님, 건강하세요. 또 연락드릴께요. 안녕히...”
전화를 끊고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는지 오디오를 켰어
어제 듣다 만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마지막 부분이 흐른다
구름인가 눈인가 저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매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면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삶이라는 것이 모두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가끔은 실망하며 주저앉고 싶은 때도 있지만
함께 살아갈 사람이 있기에
내가 챙겨 줘야하는 사람이 있기에
상실감과 고독을 삼키고 삵이며 오늘을 사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파트너는 아침부터 얼굴이 벌게져 흥분을 하고
F자 들어가는 언어를 소나기 퍼붓듯 쏟아내는 것야
자신의 친구가 하는 회사의 일을 해 주는데
그 회사는 우리의 마진이 거의 없다
그런데 그 회사가 이래저래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처음부터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던 곳인데
자신이 시작한 일이니 일으키는 문제에 대한 답답함과
나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그런건지
그 회사의 일에는 더욱 흥분을 하곤 해
최근에 부엌 공사를 끝내 놓으면
싱크가 떨어졌다는 Claim을 유난히 많이 한다
예전에는 그냥 Glue만으로 싱크를 붙이는데
요즘은 앵커를 박고 Glue로 붙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떨어 질 수가 없거든
나중에 배수관 연결하는 사람이나
전기하는 사람들이 밟고 올라서 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아마도 그런 것 같다며 펄펄 뛰고 현장으로 달려갔어
내가 가서 확인하고 원인을 찾고 싶지만
원인 분석이 끝나면 내 성향으론 당장 일을 중단 할 것이기에
그러면 파트너가 친구에게 면이 서지 않을 것 같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야
아마도 년 말 정리가 끝나면 2015년 사업 분석 때
정리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거의 모든 나라가 비슷하지만
특히 미국이라는 나라는 풍요로움이 넘쳐
아끼고 절약하고 들에서 이삭줍기 같은 것은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아
버리는 것, 실수로 흘리는 것, 내 것이 아니라 챙기지 않는 것
그런 것이 너무 많은 나라지
먹고 마시며 즐기는 것에 필요한 내 돈을 위해서는 물불을 안 가리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 축적이 되면 그야말로 ‘나 몰라라’
국가가, 상위 몇 %의 우수한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해
대표적인 예가 인디언에 대한 것이지
한 곳에 몰아 술 많이 주고 노는 것 많이 해주고는
나오지 못하게, 자기들의 것 주장 못하게 만드는 그 제도
그것이 오늘날 미국에 쫙~ 깔려있어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고 크게 신경도 쓰지 않지
‘절약? 그게 뭔데?’ 하는 식이야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이 나라 안 망하는 게 신기해. 하지만 나 살아 있는 동안은 안 망할거야’
너무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생각인가?
사회가 그래
그래도 먹을 거, 입을 거, 즐길 거 많은 나라
조금 열심히 일하면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나라
난, 그런 나라에 살고 있는 거지
흘린 것 열심히 챙기면서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