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20일째, 2015년 10월 18(일) 애틀랜타 맑음

송삿갓 2015. 10. 19. 09:23

천일여행 120일째, 20151018() 애틀랜타 맑음

 

오늘은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 이었다

그래 그런지 오늘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예고도 없이 나오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나와 함께 골프하는 일부 사람들은 자주 그래왔기 때문에

별로 이상하게 생각할 것도 없는 일이다

덕분에 혼자 여러 가지 생각은 물론

다른 때 연습하지 못한 것 들 점검해 가며 잘 놀았다

 

지난 며칠 특히 어제를 생각하면

오늘 과연 제대로 골프를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혼자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템포와 강약을

조절해 가며 운동을 하니까 혼자 하는 게 오히려 좋았다

 

힘이 부족해 그런지 가끔은 힘에 부쳐 다리가 흔들리고

허벅지가 뻐근하며 피곤함이 발바닥에서부터 머리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럼에도 뭉쳤던 근육이 풀리는 것과 같은 느낌도 함께하여

며칠 앓았던 몸이 회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물에 몸을 담그고 쉬면서 잠깐 눈을 붙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오랜만에 클럽에서 Togo 해 온 샌드위치로 저녁을 먹고

소소한 일들을 꽤 많이 했다

팥과 콩을 삶아서 냉동실에 넣고 보이차를 끓여 냉장실에 넣고

가지와 배추 말린 것 정리하고 간장 달인 것은 간장은 따로 딸아 병에 담고

넣었던 양파와 멸치는 따로 건져 별도로 보관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나니 빛과 씨름하던 땅거미가 캄캄한 밤이 되고

여기 저기 불빛이 일요일의 밤을 밝힌다

 

내일은 회사에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날이다

공장의 한 명이 아니라 사무실에 함께할 가족말이다

공장일의 경우 어디 선가 조금만 급여를 더 준다고 하면 떠나고

술을 많이 마셨거나 어디론가 여행을 가거나

불만이 있으면 쉽게 떠나기에 가족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무실의 경우는 한 사람을 채용하면

보험이나 세금문제 그리고 처우 문제 등이 공장사람들과 많이 달라

신중하면서도 한 번 함께 하면 적어도 5년은 산다는 생각을 하니

더 신중하게 검토하고 출근을 시작하면 더 친근하게 대하곤 한다

물론 처음 2주는 임시직으로 채용하는 거니가

그 사이 회사든 직원이든 한 쪽이 싫으면 언제든 그만 두면 되지만

그것은 서로를 알기위한 필요한 절차에 불과한 것이고

한 번 출근하기 시작하면 각자 갈 길을 가는 방향 보다는

부족한 것을 개선하여 서로 맞춰가는 것이기에

더욱 따스하고 다정한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이 친구는 갓 서른을 넘겼는데 아이가 넷이라 한다

물론 멕시코 사람들이 신실한 가톨릭신자는 아닐지라도

낙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임신을 하면 거의 출산한다

그런데다 결혼개념이 없고 10대부터 출산을 시작하여

대개의 경우 아이들이 많은데 이 친구도 넷 이라니

아이들 키우기 쉬지 않는 미국에 살면서 아이 넷을 키우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많은 경제적 부담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미리 겁먹는 것은 아니지만 일 하면서 자라는 아이들 Care 하느라

하던 일 내 뒤로하고 뛰어가는 일이 많은 건 아닌지 하는 은근한 걱정도 있다

하지만 성실하게 열심히 일만 잘 한다면야 일부 불편함은 감수해야겠지?

 

오늘 저녁은 내일 맞이할 새 식구와 그 가정을 위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봐야 하겠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천일여행 120일 째이며

가장 우울했던 119일을 잘 마무리한 것을 기념해야 하는 날이네

좋은 밤이 되어야 하겠지?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