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50일째, 2015년 11월 17일(화) 애틀랜타 대체로 흐림

송삿갓 2015. 11. 18. 10:58

천일여행 150일째, 20151117() 애틀랜타 대체로 흐림

 

오늘이 천일여행 150일째다

때로는 길게 때로는 아주 짧게 느껴지던 하루하루가 모여

벌써 150일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또 한 굽이를 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라는 게 참 내 의지나 뜻과는 무관한 게 틀어지고 왜곡되기도 한다

내가 CBMC회장을 2년하고 다음 사람에게 물려 준 지 2개월

·취임식이 1주일이 지났잖아

그런데 목요일 모임인 목요사랑방은 신임회장의 부탁이 있었고

또 내가 처음 시작하였기에 당분간은 리드하겠다고 했는데

어그러져 버리고 말았다

 

지난 주 목요일 모임에서 내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이번 주와 다음 주는 참석할 수 없으니

회장이 알아서 하라고 했거든

그랬더니 회장은 이끌어 줄 사람이 없는데

두 주를 쉬자고 하더라고, 그러라고 했지

 

매주 월요일이면 화요모임과 목요모임 안내를 하거든

내가 회장을 할 때는 내가 직접 이메일로 연락했어

그런데 신임회장은 회계에게 그것을 일임한 거야

어제 월요일 회계가 이번 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모임이 있다고 메일을 보냈더라고

내가 이상해서 텍스트 메시지로 회장에게 물었더니

자신이 회계에게 사전 연락을 못해서 그런 혼선이 생겼다고 하며

정정하겠다고 하더라고, 그런 줄 알고 있었지

 

그런데 어제 저녁 조금 늦게 회계가 나에게 메일을 보냈어

내가 자기에게 이번 주 목요사랑방일정을 안 알려줘서

모임이 있는 것으로 통보를 하게 되었다는 불만과 함께

회장을 그만두고 나서 CBMC에 소홀 한 것 아니냐는 뜻의 메일이었어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더라고

회장이 결정한 내용을 자신의 임원에게 잘 전달했더라면

내가 이런 질책성의 메일을 받지 않았을 것을 하는 생각 말이야

하지만

미안하다

나는 회장이 알면 임원이 당연히 아는 것으로 생각 했는데

내가 생각이 짧아 그랬다는 메일을 보냈지

 

그리고 오늘 아침 모임에서 잠깐 그 얘기를 했는데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하니

회장이 내가 회계에게 그런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을 까맣게 잊었다

미안하다고 하면서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하다군

그렇게 끝날 줄 알았어

그랬더니 오늘 점심시간에 회계로부터 이메일을 또 받았어

정신 차려라는 말까지 듣게 해 줘서 고맙다는 빈정거림의 메일

참 기가 막힌다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니 자신이 정신 차리라고 했다고 하더군

어린애들 장난도 아니고 답답한 마음이야

 

아침 모임을 끝내고 운동을 하러 갔었어

온도는 그리 낮지 않은데 해가 뜨지 않고 바람이 부니까 춥더라고

두껍게 입고 목은 Neck Warmer로 꽁꽁 싸매고 운동을 시작했지

평상시 보다 조금 빨리 걸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땀이 나더라고

날씨는 추운데 등줄기와 가슴에 땀이 흐를 때의 느낌

가슴과 등의 근육이 불끈불끈 일어나는 것과 같은 기분 좋은 것

아침에 느꼈던 꿀꿀함이 달아나 버렸어

따스한 물로 천천히 샤워를 하고나니 몸과 마음이 가벼워 지더라고

클럽의 식당에서 샌드위치를 Togo 해 와서 잘 먹었다

CBMC의 문제가 있어 마음이 조금 답답하기는 했지만

그건 내 즐거움이나 행복과 무관한 것이니

그냥 무시해도 좋을 해프닝에 불과 한 거야

 

벌써 추수감사절 분위기라 마음들이 들떠있어

내가 여기에 혼자 있으면 외톨이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한국을 가야 하니까 그 분위기를 많이 접하지 않을 수 있겠다

다만 한 가지 정말 아쉬운 것은

그리운 사람과 함께하지 못하는 것 뿐

 

오늘도 복잡하게 하루를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