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58일째, 2015년 11월 25일(수) 한국 용인, 비

송삿갓 2015. 11. 25. 19:37

천일여행 158일째, 20151125() 한국 용인,

 

어제 늦게 집에 들어 온 때문인지

잠은 깊이 자지 못했어도 다른 날에 비해 늦게까지 침대에서 버둥거렸다

어머님 또한 내가 늦게 들어와 제시간에 잠을 못 이룬 덕분에

다른 날에 비해 조금 더 늦장을 부리신다

 

콩을 불리지 못해 그냥 끓여서 갈았다며 주신 내 아침이

비린내가 풍기며 넘기는 대로 위로 올라오며 컥컥 트림하게 한다

그럼에도 어머님이 해 주신 거라 아무런 말도 못하고 꾸역꾸역 넘긴 덕에 속이 부대낀다

낌새를 알아차린 어머님이 연신 미안하다며 두 손을 모은다

에궁~ 속도 참

 

아침에 일찍 나갈 까 하다가 늦장을 부리게 되었다

어머님이 학교를 빠지고 집에 혼자 계신다 하기에 어머님을 두고 나갈 수가 없었다

날씨가 춥고 비가 내려 같이 나자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머님 같이 나가실래요?”하니 싫다 하시며

치우고 청소하며 집에 계신다 한다

그래서 바로 나가지 못하고 어머님 옆에서 뒹굴뒹굴

결국 이른 점심을 함께 먹고 발길을 옮긴다

안경을 찾고 증권회사에 들려 계좌 정리를 해야 한다

 

아직도 버스를 타는 게 익숙하지 않아 죽전역 가야하는데 미금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어차피 같은 지하철 타면 된다는 자위를 하지만 어느 번호를 타야 하는지 확실치 않아

매 번 올 때 마다 한두 번씩 비슷한 실수를 거듭한다

남대문 안경집에 도착해서 안경을 찾고 주변에 있는 증권회사를 찾아

계좌를 정리하는데 한 번에 안 되고 금요일에 다시 오란다

금요일은 이래저래 바쁘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오는 길에 백화점에 들려 버건디색 기모바지 하나 더 사고

머리를 자르겠다고 이발소를 가야하는 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에궁, 미국으로 돌아가서 다음 주에 자르면 되지 뭐~’하며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저녁 준비에 한참이다

오늘은 며칠 전부터 아욱국을 끓이자 했던 것을

드디어 오늘 저녁 메뉴에 등장하였다

맛조개와 된장을 넣고 끊이 아욱국은 어릴 적엔 거의 먹지 않았다

미끄덩미끄덩 한 것도 싫었고 된장 맛이 싫었던 것 같다

나이 들어 어릴 적 먹던 대부분의 음식은 싫어하는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것으로 바뀐 몇 가지 음식 중 하나가 아욱국

특히 어머님이 끓여주시는 아욱국은 아주 특별하다

아침에 나가기 전에 어머니 저녁 때 조기찜 해주세요했던 것에

조기찜에 브로커리와 버섯 데친 것, 겉절이, 멸치볶음, 콩자반, 구운김 등

한 상 가득 차렸지만 어머님은 아욱국이 좋다며 다른 것은 구색 맞추기 된 것 같다

그럼에도 골고루 많이 먹으라는 어머님의 성화에

아욱국 한 사발, 조기찜 한 마리, 동치미 무 몇 개 두루두루 먹은 것이

속이 꽉 차 숨쉬기도 거북하지만 맛있게 먹어줘 고맙다는 어머님 말씀에

가쁜 숨 달래며 소화시키려 궁리한다

 

저녁을 먹고 TV 보자는 어머님 옆에서 앞뒤 모르는 연속극에 눈길을 맞춘다

혼자 계신 어머님의 유일한 취미이자 즐거움이 TV

대리 만족은 물론 대리 분노고 연속극을 통해 자신의 인생과 비교하며

한 숨과 걱정과 탄식과 즐거움과 행복을 찾는다

 

내일은 어머님의 엄마 제사라 어머님의 친정이자 내가 태어난 곳을 간다

시대가 좋아지고 교통이 발달하여 지하철에 기차에 버스를 타고

세 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 내일 저녁은 그곳에서 잠자리를 할 예정이다

그래서 12일 여행의 짐을 정리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