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삿갓
2015. 12. 7. 10:23
박
봄에 모종내어
사립문 밖 돼지우리
처마 밑에 심고
지붕까지 긴 장대 걸치면
이슬 먹고 햇살 받고
무럭무럭 장대타고 자라나서
지붕 위에
박 넝쿨로 가득차고
여름 되면 꽃이핀다
벌들이 이꽃 저꽃 날아들어
매미소리 울창할 때
새알 낳듯 콩알 만 한
애기박이 돋아난다
농사꾼 모시적삼 적실 때면
어떤 것은
갓 시집온 색시 닮아
올통볼통 어여쁘게
조롱박으로 자라고
어떤 것은
밭일하는 엄마 닮아
위는 홀쭉 아랜 둥글
쌀 항아리에 자리 잡고
어떤 것은
꼭지 있는 풍선처럼
큼지막한 동그라미
엄마·할미 보리밥에 김치 넣어
비벼먹는 바가지 된다
사용하다 금이 가면
송곳으로 듬성듬성 구멍 내서
굵은 실로 얼기설기
꿰매어서 다시쓴다
박은 시골 추억의 고향
December 6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