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의 컬럼과 글

세상 단 하나의 시집

송삿갓 2016. 1. 28. 10:48

세상 단 하나의 시집

 

시집을 한 권 선물로 받았어

사랑과 이별에 관한 시를 모은 건데

페이지의 왼쪽은 시가

오른쪽은 비어 있어

필사를 하도록 되어 있더라고

 

그러려니 하고 훑어보았지

내가 알고 있는 시가 있고

처음 보는 마음에 드는 시도 많은 거야

어떤 건 한 줄

어떤 시는 두 페이지

두고두고 시간 날 때

읽겠다고 생각했지

 

내가 글씨를 잘 못 써서

때로는 내가 쓴 글씨조차도

해독이 안 되는 경우도 있어

필사?

생각지도 않았어

 

그런데

자꾸 마음이 가는 거야

한 번 도전해 볼까?

흘려 쓰면 어때?

못 알아보면 어때?

왼쪽에 원본이 있는데

 

그러다

아니야, 해보자

못써도 좋으니

한 번 해보는 거지

너무 초딩 같은 글씨라도

또박또박 써보자

줄이 삐뚤더라도

흘리지 말고 써보자

 

다 쓰면

선물 하자

사랑의 선물로

 

단단한 각오로 시작했지

잘 안 되더라

몇 자 지나지 않아

나도 모르게

흘려 쓰려하고

그럴 때 마다

이러면 안 되지를 외치며

중단 했다 다시하고

 

자꾸 흘려 쓰려고 하는

어떤 날은

한 페이지

그래도 참을 만 한

다른 날은

몇 페이지

 

쉽지 않아

몇 십 년 습관이

어디 가겠어?

신경 쓰다 보니

중간 중간 틀리기도 하고

잠자리 날아가듯

춤추는 줄도 있어

이런데

창피해서 줄 수 있나?

 

하지만

한 자 한 자

마음 담고, 사랑담아

마칠 거야

끝맺으면

선물 할 거야

내 사랑에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시집이잖아

 

January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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