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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단 자개장

삼단 자개장 지난밤 자다가 심한 편두통 때문에 깼다. 달래보고자 집안을 서성이다가 밤빛에 반짝이는 자개장이 눈에 들어왔다. 내 10대였으니 50년을 훌쩍 넘긴 어머님 보물 1호다. 푼돈 아끼어 계를 들어 어렵게 장만한 어머님의 개인자산 1호격이다. 쓰다듬고 닦으며 애지중지하셨다. 반짝이는 자개로 흐르는 물과 산과 구름이 있음은 물론 날아다니는 새, 나무에 앉아있는 새, 물위에 노니는 물새는 물론 꽃과 나비도 무늬도 있다. 대문 열듯 양손으로 고리를 잡고 열면 작은 미닫이가 있고 제일 윗단의 아랫부분에는 작은 서랍까지 있지만 이사를 다니고 세월의 흔적을 머금다보니 여기 저기 까진 부분에 손잡이가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안에는 2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시적삼에 삼베바지가 있고 넷째아들의 딸, 그러..

수의(壽衣)

수의(壽衣) ​"조카님, 미안햐……. 내가 중환자실에서 성(이모는 내 어머니를 충청도 사투리로 '성'이라 부르신다) 만나고 온 날 저녁 기도에서 '우리 성 너무 고생시키지 말고 곱게 데려가세요'라고 기도했어.""그게 어때서요, 이모.""아니, 조카님들은 엄마를 위해서 그렇게 애쓰고 있는데, 나는 얼른 데려가시라고 기도한 것 같아 미안해서…….""이모 입장에서는 그게 어머님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신 건데요. 괜찮아요.""그래도 애쓰고 있는 조카님을 보면 미안한 기도였지.""우리가 하는 일도 이모가 기도해 주시는 과정의 일부인데요, 뭐."​언제 퇴원하실지도 모르는 어머님의 다음을 위해 요양원을 알아보러 다니던 중, 막내이모와 나누었던 통화 내용이다.​꺼져가는 듯했던 어머님이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11번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11번 1악장 Andante grazioso​집 앞을 졸졸졸 흐르는 작은 시냇물 소리가 났다.고인 물에 노니는 물고기가 보였고,그 옆 숲으로 튀는 개구리도 보였다.잔뜩 웅크린 가재가 보여 작은 돌을 던지니,가위발을 번쩍 치켜들며 방어 태세를 취한다. ​2악장 Menuetto Allegretto​텃밭에 길게 무청이 우거지고 하얀 무꽃이 피었다.나풀나풀 노랑나비가 빠르게 날갯짓을 하다가무꽃 위에 내리앉아 천천히 날개를 접고 편다.잠자리채를 든 나는 살금살금 다가가지만,기척을 느낀 나비가 날아오르고내가 보지 못했던 몇 마리의 나비마저 무리지어 허공에 날아올랐다. 잠자리채를 들고 힘껏 달리는 마을길,나비들은 골목을 향해 빠르게 날아간다.오른편의 기와집을 지나고, 왼쪽의 초가집을 지나나를..

천일 여행 2026.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