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396

알고 있었음에도

알고 있었음에도 ​어머님의 수술 전, 의사로부터 "수술 후 섬망이 오고 손이 묶일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어 분명 알고 있었음에도, 막상 억제대에 양손이 묶인 어머님을 보고는 턱- 하고 가슴이 막혀왔다.​이틀 전 밤, 병원 간호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었다. 보호자임을 확인하더니 "환자분이 주사 바늘을 뽑고 반창고를 떼어내는 일이 있어 장갑을 끼워야 하는데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그러시라" 대답하면서도 묶인다는 뜻일 줄은 상상조차 못 했던 거였다. 어제 면회를 가서야 '장갑을 끼운다'는 말의 진짜 의미가 '장갑을 끼우고 손을 묶는다'는 것임을 알았다. 그 깊은 속뜻도 모르면서 1초도 고민 없이 "그러라" 답했던 내가 어머님께 너무 미안해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물었다."어머님, 손이 묶였네요..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내게 다음 생이 있다면나는 다시 내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다.​내가 엄마를 몰라보고엄마가 나를 알아보지 못할지라도,내가 엄마의 향기를 느끼지 못하고내 냄새를 엄마가 알지 못하더라도,나는 기어이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다.​아흔아홉 번 불효하고겨우 단 한 번 보답하는부족한 아들이 될지라도,어머님이 나를 마다하지 않으신다면나는 꼭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다.​만약에, 만약에진정 그럴 수만 있다면오늘 엄마 앞에서나는 울지 않으리라. ​절대로,절대로. October 14 2026

어머님 솜씨

어머님 솜씨 밥을 차렸다.고사리볶음, 물김치, 게장…… 모두 어머님의 솜씨다.​오늘 어머님이 입원해 계신 병원에 다녀와,어머님이 마당 화단에 심어두신 배춧잎 몇 개를 솎아 깨끗이 씻어 올렸다.멸치를 넣고 끓인 맑은 미역국,냉동실에 있던 잡곡밥을 데워 상을 완성했다.​예전 어머님이 차려주시던 밥상 앞에서는 늘 투정하듯"반찬이 너무 많아요" 했었는데,하루가 다르게 어머님 솜씨가 담긴 찬의 가짓수가 줄고남은 양마저 점차 바닥을 보이고 있다.병원에서 퇴원하시더라도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실 가망이 없는 어머님.이젠 "너무 많아요"라는 철없는 투정조차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줄어가는 어머님의 솜씨를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처럼,그 맛을 음미하듯 오래오래 씹었다.내가 끓인 미역국에서 혹시라도 이어졌을어머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