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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그때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까까머리 중학교 3학년 시절. 나는 키가 작아 반에서 번호가 2번이었고, 소심한 성격 탓인지 친구가 그리 많지 않았다. '조리 있게 발표를 잘해요.' 그 시절 내 생활기록부에 적혀 있던 인상적인 한 줄이었다.​국어 교과서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갱지 위에 연필로 꾹꾹 눌러쓴 것 같은 Vintage의 느낌,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가득했던 그 내용을 나는 지금도 아득히 간직하고 있다. 교과서 말고는 마음 놓고 읽을 책이 마땅치 않던 시절, 국어책의 다른 단원보다 쪽수가 넉넉했던 그 글을 나는 소설책이라도 대하듯 읽고 또 읽었다.​질풍노도의 시기였던 고등학교 3학년, 소나기를 읽던 중3 2학기 무렵 폭풍 성장을 거쳐 키는 반에서 중간쯤이 되었고, 조금 덜해지..

불현 듯……

불현 듯……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데 창밖으로 들녘이 보이고 멀리 강 건너 북한 땅도 눈에 들어온다. 어머님 집은 거실 커튼을 열면 가까이 낮은 집들이 보이고, 논밭 등의 들녘 너머로 강화로 들어오고 나가는 자동차들이 달리는 도로가 시원스레 이어진다. 맞은편 부엌 창도 매가지여서 멀리 한강의 하구와 그 건너 북녘 땅이 아스라히 잡힌다. 저녁이면 북한 땅의 밝은 불빛까지 보이는 나름 트인 전망이다.​문득 익숙하고 친근한 감정이 밀려오며 '한국에 있는 동안 가끔은 어머님 집에 와서 지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스쳤다.​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예전에는 들고 나가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강화에만 들어오면 나갈 궁리를 먼저 하던 내가 '가끔 여기서 머물러도 좋겠다.' 생각하다니. 바로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

참 좋겠다

참 좋겠다 ​"참 좋겠다……."드라마에서 어린 소녀가 좋아하는 오빠의 문에 부러움을 곁들여 붙여준 문구다.​길을 걸을 때, 보행보조기에 겨우 의지해 걸어가는 어느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그랬다.'할머니는 참 좋겠다.'​은행에 갔을 때, 아들에 의지하며 한 걸음씩 떼는 어느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그랬다.'할머니는 참 좋겠다.'​어머님 병실 건너편 침대의 할머니가, 아들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운동을 나서는 모습을 보며 그랬다.'할머니는 참 좋겠다.'​요즘 내 마음을 송곳처럼 찌르는 문장이 있다.​'엄마랑…… 단 한 번만이라도 같이 걸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November 2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