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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 듯……

불현 듯……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데 창밖으로 들녘이 보이고 멀리 강 건너 북한 땅도 눈에 들어온다. 어머님 집은 거실 커튼을 열면 가까이 낮은 집들이 보이고, 논밭 등의 들녘 너머로 강화로 들어오고 나가는 자동차들이 달리는 도로가 시원스레 이어진다. 맞은편 부엌 창도 매가지여서 멀리 한강의 하구와 그 건너 북녘 땅이 아스라히 잡힌다. 저녁이면 북한 땅의 밝은 불빛까지 보이는 나름 트인 전망이다.​문득 익숙하고 친근한 감정이 밀려오며 '한국에 있는 동안 가끔은 어머님 집에 와서 지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스쳤다.​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예전에는 들고 나가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강화에만 들어오면 나갈 궁리를 먼저 하던 내가 '가끔 여기서 머물러도 좋겠다.' 생각하다니. 바로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

참 좋겠다

참 좋겠다 ​"참 좋겠다……."드라마에서 어린 소녀가 좋아하는 오빠의 문에 부러움을 곁들여 붙여준 문구다.​길을 걸을 때, 보행보조기에 겨우 의지해 걸어가는 어느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그랬다.'할머니는 참 좋겠다.'​은행에 갔을 때, 아들에 의지하며 한 걸음씩 떼는 어느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그랬다.'할머니는 참 좋겠다.'​어머님 병실 건너편 침대의 할머니가, 아들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운동을 나서는 모습을 보며 그랬다.'할머니는 참 좋겠다.'​요즘 내 마음을 송곳처럼 찌르는 문장이 있다.​'엄마랑…… 단 한 번만이라도 같이 걸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November 2 2026

삼단 자개장

삼단 자개장 지난밤 자다가 심한 편두통 때문에 깼다. 달래보고자 집안을 서성이다가 밤빛에 반짝이는 자개장이 눈에 들어왔다. 내 10대였으니 50년을 훌쩍 넘긴 어머님 보물 1호다. 푼돈 아끼어 계를 들어 어렵게 장만한 어머님의 개인자산 1호격이다. 쓰다듬고 닦으며 애지중지하셨다. 반짝이는 자개로 흐르는 물과 산과 구름이 있음은 물론 날아다니는 새, 나무에 앉아있는 새, 물위에 노니는 물새는 물론 꽃과 나비도 무늬도 있다. 대문 열듯 양손으로 고리를 잡고 열면 작은 미닫이가 있고 제일 윗단의 아랫부분에는 작은 서랍까지 있지만 이사를 다니고 세월의 흔적을 머금다보니 여기 저기 까진 부분에 손잡이가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안에는 2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시적삼에 삼베바지가 있고 넷째아들의 딸,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