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의 컬럼과 글 444

내가 나에게

내가 나에게 아침에 좋은 햇살로 맑던 하늘에 구름이 많아지고 흐려졌다 번쩍번쩍 우르르 쾅쾅하며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다 고요함에 귀 기울이고 먼 하늘을 바라보다 조금 공허함이 밀려왔고 벅찬 사랑이 채워졌다 울고 싶을 정도로 누굴 그리는 걸까? 그냥 나에게 나를 기대고 쓰담쓰담 토닥토닥 나에게 속삭인다 사·랑·해· August 15 2023

발길

길을 걸었다 바닷바람이 마음을 애무하고 하늘 햇살이 사랑을 속삭인다 수확 안 한 들보리가 살랑살랑 애교를 떨고 빨강 산딸기가 같이 놀자 유혹한다 잘 익은 놈 하나를 깨무니 어릴적 추억이 입안에 퍼진다 귀를 간지럽히는 음악이 곁에 없는 연인의 속삭임 같아 질긋 눈감고 이름을 불러본다 또 걷는다 정해진 곳 없고 부르는이 없지만 보헤미안의 방랑자 되어 발걸음을 옮긴다 언덕 넘어에 그니가 있으면 참 좋겠다며 바닷바람 헤쳐간다

5월의 산책

5월의 산책 이틀 연이어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그친 오늘 엄마와 산책길에 나섰다 엄마는 노인보행기에 의지하고 나는 그 뒤를 어슬렁거리며 따랐다 “이렇게 느린 엄마랑 걸으려니 답답하지?” “아니요. 괜찮아요. 충분히 좋아요” 지난겨울 눈 덮여 하얗게 꽁꽁 얼었던 들녘에는 모내기를 마쳐 잔바람에 부르르 떨며 존재를 알리고 길가에는 들꽃이 가을의 코스모스처럼 피어 반긴다 참새 닮은 작은 새들이 스타카토로 노래를 지저귀고 뭘 찾았는지 쏜살같이 지나는 까치소리에 멀리서 메아리치듯 들리는 뻐꾸기장단이 산책의 배경음악 들길 걷는 엄마의 웃자란 쑥에 씀바귀 돼지감자를 가리키며 중얼거리듯 하는 온갖 참견은 산책길이 하모니 밭에 심은 고추에 감자, 그리고 고구마와 씨받이용 유채꽃이 오월 산책의 길동무다 뒤뚱뒤뚱 걷는 엄마..

오늘 같은 날

오늘 같은 날 어떤 날 눈을 떴을 때 앞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의식은 또렷하고 민감한 감정이 솟는 그런 날 진한 커피 향기가 나를 쿡쿡 찌르는 그런 날 목마와 숙녀나 만추를 한 번 더 듣고, 보고픈 그런 날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읽었던 책을 이야기하며 내가 잊었던 부분을 다시금 끌어내 퍼즐처럼 맞추고픈 그런 날 누군가 미치도록 보고프지만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그려지지 않아 추억을 쥐어뜯으며 사무치기만 했던 그런 날 바로 오늘 같은 그런 날 나는 외로운 걸까 아님 행복한 걸까 September 4, 2022

내 책사랑은.....

내 책사랑은..... 스윽 고개를 돌리는데 눈길을 잡았다 멈칫하며 마음도 잡았다 그리곤 발걸음이 향했다 오래된 책의 냄새가 폐를 채우는 순간 갖현던 추억이 터졌다 예전에 10대 중반에 그러니까 50여년 전에 자주 발길했던 헌책방거리 있어요라고 묻고 없다라고 답하면 다음집 또 다음집 훑고 슬쩍슬쩍 만져가며 다리가 너무 아파 지칠 때까지 좋은데 갖고 싶은데 살 돈이 없어 찼아 헤매던 곳 새책이 있을리 없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찾아 헤매던 곳 헌책방의 거리 지금은 갖고 싶으면 그냥 살 수 있는데 굳이 여기 오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와서는 깨달음 내 책사랑이는 그 때도 있었구나 10대 중반에도... June 3 2022 김무현 사장과 경동시장의 안동집에서 국수를 먹고 한성길을 걸어 동대문까지 이동, 청계천의 ..

2022년 5월 12일

2022년 5월 12일, 강화의 날씨는 참 맑다. 햇살이 좋고 구름 한 점 없는 하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바람이 쌀쌀 한 듯 선선 한 듯, 봄이라기엔 조금 늦고 여름이라기엔 이른 좋은 날씨다. 낮에 잠시 나갔는데 아카시아 꽃이 많이 피었더구나. 어제 밤 나와 동생 둘, 그리고 제수씨 너 네 엄마이자 내 막내 이모와 네 이모이자 내 엄마 그동안 한 번도 없었던 조합의 가족모임, 계획 없이 만나 앉아 떠들고 웃고 어쩌다 심각함도 있었지만 그 또한 끈끈함을 즐기는 모임이었다. 그야말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새벽까지 놀았다. 늦게까지 있었음에도 고단한 줄 모르게 즐겼으니 참 행복한 모임이었다. 처음이고 오랜만의 만남이었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네가 많이 고맙다. 새벽녘에 모임을 파한 후 늦잠을 ..

민들레

제목 : 민들레 민들레야 민들레야 노란 네가 참 예쁘다 나도 너처럼 예쁜 때가 있었단다 민들레야 민들레야 하얀 홀씨 되어 바람타고 동서남북으로 훨훨 나는 민들레야 나도 꿈을 안고 세상을 날고픈 때가 있었단다 민들레야 민들레야 머리카락 하얘 나이 들어 노란 꽃 예쁜 널 보니 옛 생각이 많이 난다 민들레야 민들레야 노란 꽃의 민들레야 훨훨 나는 민들레야 나중, 나중에 저세상서 보자꾸나 May 28 2022 어머님과 강화 들판을 걷다 어머님이 노란 꽃에 하얀 홀씨 머금은 민들레를 보고 읊조린 것을 정리한 것

여행길

여행길 좋았다 내 고모를 만나서 손을 잡았을 때 따뜻함이 오고 따뜻함을 건넬 수 있어서 너를 만나서 너와 주고받았던 이야기에서 삶의 온기가 있어서 삶의 기억이 없어진게 적지 않은 것 같아 아플 때 멍들어서 나이가 가져가서 어제, 오늘 특별한 추억을 덧입혔다 상처에 새살 돗듯 네가 마음다해 가꾸는 예쁜 꽃처럼 스치는 바람에 불현듯 다가 올 색과 향기로 추억하며 그 때 잘했다며 내 자신에게 감사 할 여행이라 참 좋았고 고맙고 너무너무 사랑한다 내 고모, 내 동생... May 21 2020 목포에서 출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