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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天國) -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天國) - 이청준 이 소설에서 자주 언급한 ‘자유와 사랑’은 ‘나와 당신’이라는 어우러져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대칭적인 상황을 그려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른 면으로는 사랑이 없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라는 의미를 쏟아내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 책의 본문을 읽을 때는 생각지 못하다 해설을 읽는 중간에 초판발행일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이 책이 쓰여 진 시점의 시대상황이 궁금해서였을 게다. 이 소설은 1974년부터 1975년 사이에 신동아에 연재되었고 1976년 5월 책으로 발행되었다. 1972년 10월, 대통령을 종신을 할 수 있도록 한 흔히 말하는 ‘10월 유신’ 헌법이 공포되었다. 이전에도 그랬겠지만 10월 유신에 대한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서 투쟁을..

책을 읽고 2024.12.22

낮은 데로 임하소서 -이청준 지음-

낮은 데로 임하소서 -이청준 지음- 한 동안 흔히 말하는 신앙에 깊이 빠져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삶의 진리를 추구하는 순수함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시절 어느 교회의 남전도회에서 내게 선물한 책이다. 책꽂이에서 이 책을 보며, 당연히 읽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책장을 열어보니 그러지 않음을 알았다. 읽을까, 말까 망설였다. 직전에 읽은 양귀자의 [모순]을 읽고 소설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나를 꺼내고 싶은 간절함으로 읽기로 작정하고 시작했다. ‘책 한권 읽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 책 [모순]에서 ‘상처는 상처로 치료해야 가장 효험이 있는 법이다.’라고 했던 것처럼 책은 책으로 치료하자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책의 화자..

책을 읽고 2024.11.24

모순-양귀자

모순-양귀자 진지하고 우호적인 형태이든, 혹은 거칠고 과격한 형태이든 간에 미리 유포되는 전문 독자들의 독후감은 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조장한다. 그런 선입견은 자칫 작가에게는 소망을, 독자에게는 감동을, 소설 그 자체에서는 완성의 기회를 앗아가는 적이 될 수도 있다. -작가 노트 중에서- 이 책 [모순]의 본문을 모두 잃고 뜸을 들이다가 ‘작가 노트’를 읽었다. ‘작가 노트’를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을‘이라는 되 뇌임을 하면서 읽고 또 읽고, 또 읽으면서 반성했다. 작가는 ’소설 뒤나 앞에서 반드시 쓰여지거나 쓰여졌어야 하는 문장들이 저 혼자 뚜벅뚜벅 머릿 속을 걸어다는 일이 벌어지고는 한다. 그럴 때 결단코 그 문장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메모 노트를 하는 데 글씨들이 몹..

책을 읽고 2024.11.10

은빛 비 -아사다 지로-

은빛 비 -아사다 지로- 소녀의 흰 얼굴이, 분홍 스웨터가, 남색 스커트가, 안고 있는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 모두가 하나의 큰 꽃묶음 같다. 어지럽다. 그러나, 내리지 않으리라. 자랑스러웠다. 이것만은 소녀가 흉내 내지 못할, 자기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황순원의 소나기 중에서- 중학교시절의 국어교과서에 있었던 황순원의 [소나기]다. 나무위키에서는 이 소설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어느 가을날 한 줄기 소나기처럼 너무나 짧게 끝나버린 소년과 소녀의 안타깝고도 순수한 사랑을 그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꼭 순정만화(순정만화(純情漫畵)는 대한민국에서 널리 쓰이는 한국 만화 장르의 명칭이다. '순정만화'의 명칭은 1950년대에 등장하였다. 대체로 주 작가층이 여성이다. 일본에서는 비슷한 뜻..

책을 읽고 2024.11.02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지음-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지음- 이 책은 지난 2022년 5월 한국에 갔을 때 교보문고에서 구입한 거다. 왜 이 책을 샀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죽음을 앞둔 노(老)학자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과연 죽음 앞에서도 초연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였을 게다. 바로 읽으려고 샀고 읽기를 시작했지만 읽다 멈추고 다시 읽다 또 멈추기를 반복했다. 하루나 이틀 멈춘 경우도 있고 때로는 두세 달 멈추기도 했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리고 아끼고 싶어서도 아니라 주로 외면하고 싶어서였다. 어떤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놓기도 했던 것으로 보아 ‘외면’이 분명하다. 죽음이 두려워서라기보다는 슬프고 애처로워서, 또 죽음에 대해 더 알기를 거부하고 싶어서였다. 책은 김지수라는 기자가 이어..

책을 읽고 2024.10.30

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그럼 저절로 죽었단 말이지.”“저절로 죽긴 어떻게 저절로 죽냐. 자살을 한 거지.”“자살? 나무가 말야?”“그래 그 나무는 나를 좋아했으니까. 나를 좋아하지 않음 내 창가에 어떻게 그런 예쁜 꽃을 피울 수가 있겠어. 우리 집 능소화처럼 화려하게 피는 능소화를 난 어디서고 본 적이 없어.”“그래도 그렇지 나무가 어떻게 자살을 하냐?”“얘 좀 봐. 왜 못해. 나무는 자살할 수 없다고 누가 그래? 나무 우습게 보지 말아 너. 나무도 사랑을 잃으면 자살할 수도 있다는 걸 우리 집 능소화가 확실하게 보여줬잖아? 그래도 못 믿겠어?” -본문 ‘일탈의 예감’ 중에서- 이 이야기의 시작은 화자인 영빈, 그의 친구 한광, 그리고 두 사람에게 30여년 넘게 연민을 안겨준 현금 등 세 사람은 초..

책을 읽고 2024.10.20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이 책은 [그리움을 위하여]로부터 시작해 [그래도 해피 엔드]라는 9개의 단편소설이 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나도 사는 일에 어지간히 진력이 난 것 같다. 그러나 이짓이라도 안 하면 이 지루한 일상을 어찌 견디랴. 웃을 일이 없어서 내가 나를 웃기려고 쓴 것들이 대부분이다. 나를 위로해준 것들이 독자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는 글을 썼다. 저자의 글대로 읽으면서 웃었고 고개를 주억거린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에서는 공감을 하면서도 가슴을 찌르는 듯한 마음의 상처를 건드린 곳이 많았다. 이 책의 해설 [험한 세상, 그리움으로 돌아가기]을 쓴 김병익은 “노년문학”이라는 표현을 썼다. 가슴이 쓰렸던 건 나도 노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

책을 읽고 2024.10.06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박완서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박완서 이 책에는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라는 장편 외에도 저자가 세태소설이라고 한 장편 [서울사람들], 그리고 단편 [저문 날의 삽화(2)] 등 세 편의 소설이 있다. 저자 박완서는 책 뒤에 이렇게 썼다.이건 대단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한 평범한 여자가 꿈에서 깨어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직도 꿈을 못 버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꿈으로부터 배반당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꿈을 창출해내는 게 어찌 여자들만의 일이겠습니까. 인간의 운명이지요. -책 뒤에, 에서- 이렇듯 여자의 이야기인데 ‘여자들만의 일이겠습니까. 인간의 운명이지요.’라고 쓴 이유는 아마도 여자도 남자와 동등한 여자이기를 바라는 강력한 주장의 소설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내 생각..

책을 읽고 2024.09.28

호미(산문집) - 박완서

호미(산문집) - 박완서 매일 천일여행기를 써서 그런지 아님 세상을 살면서 완숙해져 그런지 어떤 날은 한 단어를 떠올린 것만으로도 그 단어를 제목 삼아 혹은 글의 핵심으로 앉아 타이핑을 하면 한 페이지 정도는 너끈히 글이 쓰여 질 때가 있다. 그렇게 쓰여 진 글이 내 마음에 잘 표현되었다며 꼭 들어 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때로는 ‘이건 아니다. 뭐 이런 글을...’하고 씁쓸할 때도 있다. 억지로 ‘글을 써야지’하는 것 보다 편안하고 경륜이 있는 것 같아 ‘어 너 제법이야.’라고 하는 글을 모으면 그게 산문 아닐까? '해가 바뀐다든가 몸이 곤곤할 때면 머릿속으로 이것만은 지켜야지,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지 심각하게 다짐을 하는 버릇이 있다. 방학하는 날 계획표 같은걸 벽에 써붙여 놓아야 안심하고 씩씩하게 나..

책을 읽고 2024.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