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158

책방을 찾아서 - 최인아 책방

책방을 찾아서 - 최인아 책방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책방을 차려야겠다. 크지는 않아도 그냥 읽을거리가 제법 있는 책방 책을 산 사람들이 마냥 편하게 쉬면서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다른 한 켠에는 주방을 만들고 내가 만들 수 있는 옛날식 짜장면에 단무지를 무료로 제공하는 그런 책방을 차려야겠다. 어른들이 만화를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추억의 만화책이 잔뜩 있는 만화책방, 감자가 들어간 짜장면에 단무지를 무료로 제공하는 어른들의 만화방. 한국을 떠나기 전 내가 그렸던 나이든 삶의 그림이었는데 2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 꿈을 이루겠다는 굳은 의지였는지 아님 호기어린 객기의 생각이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숙명처럼 내가 꼭 해야 한다는 부담감 혹은 의무감이 내 맘에..

그리메 이야기 2021.06.26

2월 중순의 어느 날

2월 중순의 어느 날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고는 하지만 몸과 마음으론 아직 겨울 비가 내린다 이 비가 눈이었더라면 하얀 세상을 좋아라 했을까 아님 추워서 몸을 더 움츠렸을까 하나마나한 부질없는 생각이라 들며 그냥 겨울비를 마음으로 느낀다 조금은 늘어지는 때로는 한스러운 탁한 목소리의 노래가 빗소리와 어우러져 춤을 춘다 어디론가 빠져드는 상념에 마음이 처지기라도 할라 치면 탄식처럼 들리는 토해냄이 기분을 슬쩍 밀어 올린다 가려던 겨울과 오려는 봄이 샅바를 부여잡고 너울거리듯 내 삶과 세상이 밀당하는 2월 중순의 하루를 산다 February 13, 2021

그리메 이야기 2021.02.14

Papa, can you here me

Papa, can you here me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본 건 이미 영혼은 떠나고 생명력이 없어졌지만 이 세상에서 마지막을 볼 수 있었던 그 순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슬픔이 있거나 아름다운 과거에 대한 회한을 느끼지도 못하면서 그저 눈물이 주르륵주르륵 엄마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눈물 흘린 적은 많지만 아버지에 대해 그런 적은 아마도 그 순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음악을 듣다 문득 아버지가 보고 싶어졌고 많이 힘들고 외로웠을 것 같고 마음을 열고 주고받지 못한 것의 깊이가 더해 갈수록 미안함도 더해간다 옅어져가는 기억을 붙잡고 이야기를 자꾸 하고 싶다 조금 늦었네 당신의 손자와는 늦지 않기를 다짐하며 눈물을 머금은 마음으로 조용히 외쳐본다 Papa, can you..

그리메 이야기 2021.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