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533일째, 2016년 12월 4일(일) 애틀랜타/종일 비
비슷한 현상이 벌써 3일째다.
잠들고 두세 시간, 그리고 깨서는 뒤척이기 시작한다.
몸은 고단하고 잠자고 싶은데 잠을 이루지 못한다.
꼭 뭔가 마음이 불안해서 그것을 해소하지 않고는 도저히 잘 수 없는 것 같은
하지만 그 불안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현상
그러다보니 두통이 시작되어 약을 찾게 되지만 참아본다.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얻은 지식에 의하면 편두통은 참지 말고 ‘약을 먹으라’
했던 것에 위안을 삼고 약에 마음이 가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갈등에 참아 보려하지만 결국 약에 손길이 간다.
그럼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니 두통이 가라 앉을리 없다.
어제 밤에도 비슷하다.
스마트워치에 표시된 잠을 잔 시간에 의하면 세 시간 남짓,
그것도 겨우 절반을 넘기는 정도만 푹 잤고 나머지는 뒤척여서
잠잔 효율이 그리 높지 않다고 표시된다.
절대적으로 믿을 건 못 되지만 다른 것으론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소극적인 믿음으로 ‘더 자야 한다’고 내 자신에게 몸부림친다.
오늘은 비가 내린다하여 아예 골프하러 갈 생각을 접었지만
평상시에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몸을 일으킨다.
두통이 있고 창에 맻혀 있는 빗방울에 좀더, 아니 많이 더 게으름을 피워도 되지만
따스하게 차 한 잔을 타서 방으로 와선 블라인드를 모두 올리고
아직은 어둡고 건물의 불빛들이 듬성듬덩 보이는 밖을 보며 차를 마신다.
어제저녁 먹은 것이 체한 것 같아 녹아내리라는 마음으로 조금은 뜨겁게
짙은 향기의 찻물이 목줄기를 따라 위에 스며들게 한다.
마음을 울리는 피아노 소나타도 마음을 위로하며 두통 해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일요일 이른 새벽 고층 콘도의 블라인드를 올리고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신다.
참 멋있는 풍경 같지만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 몽롱한 전신과 머리를 비트는 두통
멋스러움은커녕 속의 울렁거림까지 동반한 씨름이다.
그대로 다행인 것은 슬픔이나 신세한탄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할 이유가 없고 필요도 없지만 ‘이 자체를 즐겨보자는’ 어른스러워 지고 싶음.
오늘은 비와 몸을 핑계로 그냥 뒹굴뒹굴, 꼭 그래야 할 것 같은 하루다.
그런 걸 쉬라는 사인으로 알아야 한다고 자위를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몰라, 이러다 마음이 바뀌어 무슨 일을 할지,
뭐 그래봐야 운동하고 책 읽고, 빨래 다리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이 자체를 즐기자고 하니 딱 하나만 빼고 다 폼난다.
아해를 떠나 온지 이제 1주일 지났는데 한 달도 더 된 것 같다.
아득히 먼 옛날에 다녀와 그리움이 사무쳐 몸의 모든 혈관 끝에
‘보고 싶음’이라는 열매가 애처롭게 아우성치는 것 같다.
참 몸과 마음이 다양하기도 하지,
몽롱하고 아프고, 그리움은 가득 쌓여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고
비가 와서 해 뜨는 것이 보이지 않을 오늘 이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징글징글 이라는 말을 오늘 같은 날 비오는 모습에 적합할 것 같다.
쏟아지는 수준으로 계속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내리는 것 같다.
어제 골프를 하며 했던 안 사장의 말에 의하면 130몇 년 만에 맞은 가을 가뭄으로
조지아와 알라바마 일부 지역의 물 공급을 담당하는 Lake Lanier가
바닥을 들어냈을 정도라고 하니, 하기야 며칠 전 내렸던 비가 43일 만에
내린 것이라 하니 그 많은 비에도 어제 골프장의 그린은 딱딱해서
거의 디봇이 없이 탕탕 튀는 것으로 가뭄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 오늘 종일 내리를 비를 탓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아침에 일어나 Costco에서 사 온 빵에 치즈와 딸기 잼을 발라 먹고는
빨래와 바지 다림질을 하였다.
한 개 두 개 밀렸던 바지가 다섯 개까지 되어 꼭 방학 내내 미루던 밀린 숙제를
개학 직전에 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면서 게을러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였다.
여행을 다녀와 널었던 빨래를 개고 오늘 빤 것을 건조대에 너는 것으로 오전을 마치고
누룽지를 끓여 오징어젓과 무장아지로 점심을 먹었다.
잠시 자려고 누웠지만 말똥해진 정신에 오랜만에 한국 영화 한 편을 보기 시작해
누룽지를 먹을 때까지 보면서 오전을 보냈다.
잠시 쉬다가 잠시 아해와 통화를 하곤 낮잠을 잤다.
30분만 잔다고 한 것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깊이 거의 50분여를 잤다.
일어나니 몸은 몽롱하지만 지난 3일 뒤척이며 누적된 모자란 잠을 충분히 보충한 것 같다.
에스프레소 만들어 입에 머금으니 쓰디쓴 짜릿함이 정신을 버쩍 들게 하며 기분을 전환한다.
저녁은 소면으로 만든 장터국수, 전통적인 장터국수는 아니었다.
멸치로 국물을 만들고 버섯, 양파 등을 볶아 고명으로 얹어 먹으려 했지만
어제 돼지고기야채볶음으로 체한 것 같아 밤새, 그리고 오늘 종일 두통에 고생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기름이 없는 것으로 먹기 위해 멸치 국물에 양파와 어묵, 버섯을 넣고 끓이다
다진마늘과 내가 만든 양념간장으로 간을 한 후 마지막에 부추를 썰어 넣고 마무리를 했다.
여덟 번을 끓여 냈다는 가는 소면을 삶아서 끓여낸 국물을 넣은 소면국수를 먹었다.
어제저녁부터 체한 것으로 생각되는 원인으로 시작된 두통은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마쳤을 때야
진정기미를 보이다 운동을 마치자 깨끗해졌다.
어쩌면 날씨가 좋아 운동하러 갔더라면 더 쉽게 가라앉았을지도 모르지만
종일 내리는 비와 동행을 하려는 듯 나를 괴롭히다 자취를 감쳤다.
저녁을 먹고 9층에 내려가 한 시간을 넘게 Treadmill을 걸으며 어제 읽던 책을 계속 읽었다.
운동을 마치고 올라와 샤워 후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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