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628일째, 2017년 3월 9일(목)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3. 10. 10:03

천일여행 628일째, 201739() 애틀랜타/맑음

 

아침 출근길 어머님께 전화를 거니 오늘이 할아버지 제삿날이라 작은아버지들을 비롯한

동생들이 전부 모여 있다고 한다.

바쁘실 것 같아 간단히 전화를 끊으려는데 어머님이 동생 바꿔주랴?”하신다.

한 참 바쁘게 제사상 준비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분위기 깰 것 같다

됐어요. 제사 잘 지내세요하면서 급히 전화를 끊었다.

 

얼마 전에 제사라는 것을 들었지만 그게 오늘이란 사실은 까맣게 잊었다.

어머님께는 무리하지 말고 조금씩만 하라하니

그래 조금씩 하련다. 몸이 매 해 달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대답이다.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명절과 제사에 줄어드는 손님을 아쉬워하며

그나마 할머니·할아버지 상을 차리니 작은집과 고모들이 오시지

언젠가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제사 물려받을 사람 없으면 뿔뿔이 흩어져 거의 못 보다

어쩌다 있을 경조사에나 볼 수 있는 분들이 되겠다.

이어받아야 할 사람이 나 인데 내가 한국에 없고 또 있더라도 할 마음이 없으니

틀림없이 그렇게 될 것으로 사촌들과도 점점 연락이 두절 될 것이다.

거기에 내가 혼자되고 나서 들어나기 보다는 숨듯이 지내다 보니 더욱이 심할 것이다.

 

아직은 어머님이 살아계시고 움직이시고 수 십년 이어 온 것에다

가족들 부를 분명한 명분이 있으니 그걸 낙으로 삼고 계시니

힘들다고 당장 그만 두시지는 않을 게 분명하다.

다만 저녁에 제사 지내고 먹기가 무섭게 늦었다며 뿔뿔이 흩어지고 나면

덩그러니 혼자 계시면 얼마나 허전할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설거지라도 하고 가야 한다는 말 인사에 틀림없이 늦었으니 그냥 가라고 쫒았을 터

밀려오는 허전함에 에먼 제기(祭器)를 닦는다고 늦게까지 뭔가를 하시다

혹여나 내일 아프신 것은 아닌지도 내 걱정과 미안함의 하나다.

그저 아프지 마시기를 비는 수 밖에

 

오늘 Course Condition에 대해서 처음 온 이메일에는 그런 이야기가 없더니

클럽에 막 도착했을 때 다시 온 이메일에는 'Frost delay'라며 다시 연락 주겠단다.

너무 늦은 연락에 살짝 짜증이 나려 했지만 여유 가지고 연습이나 더 하지 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장비를 챙기며 준비를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Jim이 다가오더니

"You can start 8:40"하는 것으로 10분밖에 안 늦는 거다.

그래 이럴 걸 미리 짜증을 냈더라면 후회했을 거야하는 스스로 대견스러워하며

커피와 사과를 준비해서 연습장에 올라가니 아무도 없다.

차분히 연습을 하고 나갈 시간이 되어 Jim이 불러 뒤를 보니

내 시간에 이름을 올린 Dr. 이윤재가 어정쩡하게 서서 기다리고 있다.

늘 그래왔기 때문에 저 사람 먼저 나가면 뒤 따라 가야지하며 가는데 꿈쩍을 않는다.

Mr. Lee9홀을 돌고 일을 하러 가야 한다는 명분에 함께 이름이 있어도

골프백 메고 커피한잔 들고 달아나듯이 가는 사람인데 오늘은 그대로 서 있었다.

내용은 잘 모르지만 결국 나와 함께 걷게 되었다.

아마도 먼저 나가지 못하게 한 것으로 추측할 따름이다.

 

그와 전에 함께 플레이를 해 본 적이 있는지 아님 없는지 가물가물

그가 하는 것으로 보아 처음인 듯 하다.

1번 홀에 도착해 나는 Blue·White combination에서 치는 데 어떻게 하실래요?”하자

뭐 상관없습니다. 1번 홀은 어디죠?”

"White입니다

두 시간이면 끝나겠죠?”

아주 넉넉 할 겁니다

이러는 것으로 보아 그는 White에서 플레이를 한듯 하다.

그게 부담이 되었는지 2번 홀에서는 볼 두 개를 물에 빠뜨리더니 건너가서 칩샷 한게

그린을 훌쩍 넘어 벙커까지 굴러가 빠지니 이번 홀 포기 한다는 말을 하였다.

 

다음 홀에서 내 드라이버 티샷은 약간 오른쪽으로 갔는데 그가 친 볼은 감기면서 물에

물 앞에서 Drop하고 친 볼이 벙커에, 벙커에서 친 불이 물에

다시 Drop하고 친 불이 그린에 올랐지만 3퍼팅

뭐 많이 치는 것은 그럴 수도 있는데 그린에서 모래가 잔뜩 묻은 볼을 그냥 치는 모습에

참 성의 없다했는데 자기 마치고 나 퍼팅하는 사이 그냥 가 버린다.

참 매너도 없다

이후에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우왕좌왕, plus 계속되는 무성의, 무 매너

9홀을 1시간 35분에 마쳤을 때 그가 하는 말

“9홀을 돌고 일을 하러 가야기에 대충 치는 버릇이 있는데 아주 나쁜 버릇이죠

“???”

늦게 시작했는데 끝나는 것은 더 빨랐네요

그렇습니까?”

 

워낙 낯을 가리는 내가 오늘 그의 모습을 보며 느낀 게

그동안 좋지 않은 기억이 몇 가지 있었지만 오늘 더 각인되었다.

이러는 게 참 슬프고 안타깝다.

 

Togo Order를 하고 샤워하러 들어갔다.

나오는 길에 샐러드를 Pick up하러 갔는데 BillService Charge가 붙어있다.

원래 Togo Order에는 없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늘 팁으로 주는데 오늘은 미리 붙어 있다.

몇 번 이야기할까 하다 말았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생각 난 일이 있다.

지난 이틀 Togo한 샐러드의 야채에서 흙이 씹혔다.

지난 화요일에 그랬을 때는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어제도 그래서

내일 가면 주위를 줘야지했던 것이 생각나 일하는 친구에게

지난 이틀 연속 그랬으니 주방에 이야기해서 잘 확인 하라고 하자

오늘 것 미리 확인한다며 들어가더니 미안하다며 오늘 Bill을 구겨서 버린다.

그러지 말라고 말렸지만 그런 문제는 언제라도 지적해 달라며 구긴 Bill을 버리는 데

내 앞에서 그러는 모습을 보며 기분이 별로였다.

그냥 말로 하고 내가 가면 버리지하는 생각

그러다 그냥 생각 없이 하는 것에 민감할 필요가 없어 "Thank you"하고 나왔다.

 

점심을 먹고 서류 정리를 하고 있는데 공장 작업현황을 보여주는 컴퓨터가 느리다며

LianaComplain을 해서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점검을 시작했다.

뚜렷한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아마도 Microsoft에서 Windows 10으로 Upgrade 하면서

나타났던 것으로 생각되어 예비로 가지고 있는 컴퓨터로 바꾸려는 시도를 했지만 실패,

이 또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차분히 점검할 계획을 생각하고 있는데

공장에 물 Tank 펌프가 고장 났다며 달려왔다.

에궁, 문제가 되면 이렇게 한 번에 온다니까?

 

이런 일을 대비해서 Water Pump를 사 놓은 기억이 있는데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Christian이 들어오기 전에는 내가 모두 관리하니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에게 곳간 열쇠를 주었더니 내가 찾기가 힘들어졌다.

한 참을 헤매다 찾아서는 물을 빼면서 사무실로 돌아와 컴퓨터 점검을 계속하였다.

한 번에 두 가지를 하다 보니 약간은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결국 모두 해결했다.

물탱크의 Pump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청소를 하지 않아 가라앉은 돌가루가 많아

작동시키는 센서를 잡고 있어 그랬던 것으로 주말에 청소 할 것을 지시하였고

컴퓨터는 너무 많은 자료를 바탕화면에 보관하고 있어 속도를 잡아먹고 있었던 거였다.

Christian에게 마무리를 지시하고 퇴근하였다.

 

퇴근해서 바로 무를 잘라 말리는 작업을 했다.

지난 번 말리긴 했지만 조금 부족한 듯하여 서너 개 더 말리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마무리 되었을 때 두부조림을 불에 올려 저녁 준비를 하였다.

무국, 동태전, 무총김치와 함께 상을 차려 저녁을 먹고는

딸기와 보이차로 후식까지 마치고 쉬면서 저녁을 보냈다.

설거지를 마치고 내일 운동 후 입을 옷을 차에 가져다 둔 후

1층에 내려가 메일과 Package 온 것을 Pickup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였다.

 

오늘도 참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참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