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674일째, 2017년 4월 24일(월) 애틀랜타/오전/비, 오후/흐림, 저녁/맑음
아침, 잔뜩 흐리고 쌀쌀하다.
긴 팔의 셔츠를 입고 혹시나 하고 자켓을 들고 집을 나섰는데
‘입을 걸 그랬다’할 정도로 찬기가 몸을 오그라들게 하면서 닭살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
꼭 더운 여름이 지날 무렵 습격하듯 갑자기 찾아 온 가을의 한기 같다.
몸에 뿌린 쟈스민 향수가 찬 공기를 막아내려는 듯 향기가 찬 공기와 섞여 몸을 감싼다.
출근길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의외로 한산해서 조금은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몸은 물론 마음도 차갑게 느껴지기 때문 일게다.
아주 가끔씩 창에 내리는 가랑비도 차갑게 느껴지는 분위기에 동참한다.
사무실
어제 오후에 제법 많이 내린 비 때문인지 주차장의 먼지가 거의 쓸려 내려가 깨끗하다.
바닥이 아스콘과 콘크리트 영역이 뚜렷하게 달라 보이니 더욱 차갑게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따스한 공기가 몸을 감싼다.
그래도 건물 안 이라고 바깥보다는 따스한 공기를 품고 있다 문을 여니
온기가 냅다 탈출하려는 듯 몸을 휘감기에 순식간에 돋았던 닭살이 사라지고 노곤함이 왔다.
자리에 앉아 아침 일을 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되었다.
8시 30분경 Jonas가 출근하면서 큼지막한 오렌지 한 개를 건넨다.
대체적으로 많이 Dry해졌는데 이것은 탱탱한 편이다.
둘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Luis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찾아 와서는
"No work my bridge saw, no power"
메인 기계가 동작이 안 되다는 이야기인데 고장 나면 아무 일도 못한다는 뜻이지만
“No power"란 소리를 듣는 순간 뭐가 문제인지 짐작이 왔다.
Tester를 주섬주섬 챙겨 공장으로 들어가 Check하니 예상대로 Fuse 세 개 중 두 개가
끊어진 것을 확인하면서 ‘근본 원인은 뭘까?’라는 다음 생각이 들었다.
바닥에 잘라진 조각돌이 많은 것으로 보아 지난 주말에 많이 돌려 과부하가 걸렸던 것으로
그래서 기계를 보호하고자 Fuse가 대신 장렬히 산화한 것으로 판단된다.
일단 Fuse를 갈아 복구시켰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사무실 돌아오니 Jonas가
“You are fix it?"
"Yes"
"Easy work"하며 안도한다.
오전 일이 대충 정리 되었을 때 잠시 외출,
UPS에 들려 Package Drop하고 박일청 선배 사무실 방문
어제 준비한 공을 선물하니 반가워한다.
박 선배를 위해서 일하는 내가 아는 전 사장이라는 사람이 있다.
3월경에 뭔가 오해가 있어 한 바탕 문제가 있었다가 사과를 하면서 괜찮나 싶었는데
최근에 다시 문제가 생겨 서로 관계를 중단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전 사장과 알고 지낸지는 10년도 넘었는데 마음에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작은 것에도 발끈하는 경우가 있고 한 번 틀어지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박 선배와 5년을 넘게 거래하면서 형·동생처럼 잘 지낸다 싶었는데 그렇게 되었단다.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고 사무실로 돌아와 샐러드로 점심을 먹었다.
오늘까지 Liana가 휴가다.
다른 사람들이 외근을 하기에 사무실을 비우지 않기 위해 자리를 지키며 오후를 보냈다.
퇴근
얼마 전 된장찌개를 끓이기 위해 샀던 조그만 호박,
두 개는 먹고 한 개가 남아 있는데 조금 더 지나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0.5cm 두께로 썰어 부침가루를 살짝 묻혀 푼 계란에 잠시 담갔다
프라이팬에 노랗게 익혀 호박전을 만들었다.
계란을 두 개라 풀었기에 호박전이 끝났는데도 제법 많은 양이 남았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다시 두르고 적당히 달궈졌을 때 남은 계란을 다 붓고
어느 정도 익었을 무렵 치즈를 얹어 1/3로 구분하여 양쪽을 중앙으로 접고 불을 꺼서
그냥 열기로 나머지를 익힌 스크램블을 만들었다.
어묵국을 데우고 감자볶음과 지난 토요일에 먹고 남은 스팸구이와 함께 저녁상을 차렸다.
오늘은 아해가 저녁 행사가 있어 늦은 시각까지 아해의 표현방식에 의하면 ‘밤일’을 했다.
밥을 다 먹었을 때까지 아해의 저녁 행사가 끝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는데
내 마음이 허전하고 안쓰러워 자꾸 시계만 바라보게 되었다.
다른 때 같으면 먹고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설거지를 하고 후식을 먹는데
오늘은 차를 만들어 마시며 앉아 있는데 꼭 귀가를 기다리는 마음이었다.
그러다 아해가 집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왔을 무렵 마음이 놓였고,
잠자리로 간다는 인사를 하고 설거지에 이어 내일 운동 후 갈아입을 옷을 자동차에 두고
1층에 내려가 Mail Box를 확인을 마치니 서서히 어둠이 찾아 든다.
올라와 차를 마시며 책을 읽다가 잠이 쏟아져 하루를 마무리 한다.
자꾸 한기가 드는 것도 얼른 침대로 향하게 한다.
오늘도 잘 보냈다. 그치?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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