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804일째, 2017년 9월 1일(금) 애틀랜타/오전/대체로 흐림, 소나기, 오후/맑음

송삿갓 2017. 9. 2. 10:34

천일여행 804일째, 201791() 애틀랜타/오전/대체로 흐림, 소나기, 오후/맑음

 

오늘 날씨는 천방지축 말썽꾸러기 꼬마 같았다.

18홀 골프를 하는 동안 한 겨울에 내리는 눈 말고는 모든 것이 지나쳤으니 말이다.

흐리고, 가랑비에 후루룩, 잔잔한 바람에 돌풍(Gust), 하늘이 구멍 난 듯 소나기까지

참 종잡을 수 없는 다양한 날씨에 18홀을 혼자 걸었다.

 

전반 9은 그런대로 잘 지나 갔는데 12번 홀 티 샷을 할 때 약간의 소나기성 비가 내리더니

두 번째 샷을 마칠 무렵 쏟아지는 비는 땅을 적시는 정도를 지나 벙커와 그린을 잠기게 할 정도,

그래서 나무 밑에서 우산을 받치고 10여분 이상을 피해 있어야 했다.

그 때 생각났던 문구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

잠시 멈추고 사무실로 갈까 하는 생각을 하였지만 까맣던 하늘의 한 편이

밝아오는 것을 보고서 기다려보기로 작정을 하였다.

벙커에 들어간 볼을 세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렸지만 물이 흥건하여 그냥 2 퍼팅 처리,

다름 홀로 올라가니 각각 다른 카트를 타고 가던 앞서 가던 2 사람이 티 박스에 있어

또 잠시 대기하는 사이, 비는 완전히 그치고 맑은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더니

드라이버 티 샷을 하고 홀 중간 쯤 갔을 때는 햇살이 따갑고 뜨겁고, 땀은 줄줄

나머지 홀을 마칠 때까지 대체로 맑은 하늘이었지만 많이 내린 소나기로 바닥은 흥건하였다.

 

18홀을 마치고 샤워를 하러 들어가려다 전화기를 보니 LianaChristian에게서

Bridge Saw 한 대가 Working을 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Christian930분에 Liana1130분에 보낸 것이다.

그러니까 아침부터 작동을 하지 않았다는 건데 내가 왜 메시지를 못 봤지?

아마도 비, 바람과 사투를 벌이듯 운동하느라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으로 자위를 하였다.

중간에 봤더라면 운동을 중단하고 달려갔던가, 아님 운동 내내 마음이 불편했을 터

이왕 늦은 것 천천히 샤워나 하자고 마음먹었지만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자식들 기계가 안 되면 뭐가 안 되는지 보낼 것이지하며 말이다.

샤워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나간 Christian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를 확인하니

Up & Down이 안 된다는 이야기에 대충 뭐가 문제인지 감을 잡았다.

어떻게 해체하고 어떻게 조립하지?‘

오랫동안 하지 않아 기억이 잘 나지 않아 곰곰이 생각해도 감감하다.

에이, 가서 보면 생각나겠지

점심 먹고 수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공장으로 출발했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공장의 Cesar가 기계를 Fix 했단다.

기특한 마음이 들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뛰어 올라가 보니 일단 작동은 되는데

잘 못 조립해서 얼마 가지 않아 큰 문제를 일으키레 만들어 놓았다.

좀 전 기특하다는 마음은 싹 사라지고 불끈 뜨거움이 치솟지만 참는다.

내가 점심 먹고 해결할 테니 사용하지 말라는 주의를 주고 점심식사를 하는데

마음이 급한 것이 잘 못 조립한 상태에서 이미 사용을 하였기에 다른 문제가 걱정되어서다.

급하게 식사를 마치고 공구를 챙겨 올라가니 아니나 다를까 강제로 조립을 하다

나사는 박다 말았고 완충제인 고무는 찌그러져 곧 터질 것 같은 상황이고

얼마가 힘을 주어 조여 놓았는지 풀리지가 않는다.

Tool을 끼우고 풀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풀리지는 않고 튕겨 나가며 팔만 기둥에 부딪쳐

살갗이 벗겨지듯 빨갛게 변해 당장이라도 피가 나올 것 같았지만 다시 시도

몇 번을 부딪치며 땀을 비 오듯 쏟아 내고서야 겨우 풀어낼 수 있었다.

아침 출근 전에 김선식 사장이 이사를 갈 계획인데 Kitchen Countertop을 하고 싶다며

오전에 자리에 있느냐?는 메시지가 왔었다.

해서 오후 2-4시 사이에 사무실에 있을 예정이라는 회신을 했더니

한 참 기계를 고치는 중에 Liana가 와서는 손님이 왔다는 전갈을 하였다.

하던 일을 중단하고 김선식 사장의 부인을 만나서는 이야기를 듣고 나름 설명을 하였다.

12월에 이사할 예정이기에 시간의 여유가 있어 여행을 다녀와서 처리해도 될 것 같았다.

 

다시 기계를 수리하는 데 아까 부딪친 팔이 데인 것처럼 따갑고 아팠다.

그럼에도 기계 수리를 깔끔하게 완료하고는 나머지 일을 처리하고 조금 늦게 퇴근하였다.

퇴근길에 H-Mart에 들려 두부, 콩나물, 부추를 샀고

Costco에서는 KiwiCherry를 사려고 했지만 Cherry가 없어 Blueberry를 샀다.

집에 도착하니 6시를 훌쩍 넘겨 바로 저녁을 먹어야 했다.

무국, 두부조림, 오이무침, 계란프라이, 호박나물볶음까지 푸짐하게 상을 차렸다.

저녁을 먹고는 세탁기 돌린 빨래 널고 여행 갈 짐을 챙기며 저녁을 보냈다.

이번 여행 짐은 최대한 줄이다보니 조금 허전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도 참 잘 보냈다.

자기 전에 팔에 약 꼭 발라야지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