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817일째, 2017년 9월 14일(목) 애틀랜타/오전/대체로 흐림, 오후/대체로 맑음
“많이 아팠다”
출근길 어머님과 통화를 하면서 안부를 묻자 힘없이 하셨던 첫 말씀이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디가 얼마나 아프셨어요?”
“잘 모르겠어. 입맛이 도통 없고 겨우 먹는 것도 체한 것처럼 소화가 되질 않는다”
“병원은 다녀오셨어요?”
“그럼, 매일 다녀왔지”
“동생들한테는 연락하셨어요?”
“응 셋째는 전화 왔을 때 이야기 했고 둘째는 바쁘다기에 말았다”
“그래도 전화 하시지 그랬어요”
“바쁘다는 데 뭐하라 전화를 해? 이제 많이 좋아져서 괜찮다”
괜찮다고는 하지만 서운함이 깃든 말씀이다.
공연히 둘째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뭐가 틀어져 아버지 제사 때도 오지 않더니 그러는가 하면서 말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병원을 하루에 두 번 간 날도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럴 때 어머님에 대한 마음이 아리고 내가 혼자 된 것에 대한 죄송함이 풍선처럼 부푼다.
한국을 떠날 때 이런 마음이 들 것을 예상하였지만 지금 마음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크게 걱정 말아라. 그래도 어제보터 조금씩 먹기 시작했는데 영~ 기운이 없다”
“식사를 못하시면 기력이 없는 게 당연한데 어쩌지요?”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푸념 섞인 소리다.
“정말 걱정 말아라. 주변의 할머니들이 미역국도 끓여다주고 다른 것들도 많이 줘서
건더기는 못 먹어도 국물만이라도 먹고 있으니 좋아지고 있다“
그러다 전화를 끊었을 때 귀에서 윙윙 소리만 들리는 것 같았다.
내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으면서 동생들에게 잘 하라는 닦달을 할 수는 없는 것 이를 어쩐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보니 기분이 꿀꿀해졌다.
어제도 잘 자기를 바라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깊은 잠을 자지는 못한 것 같다.
다리에 쥐가 나는 일이 없어 통증 없이 밤을 보낸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출근해서 몇 가지 일을 처리하고 바로 클럽으로 갔다.
꿀꿀함에도 운동해야겠다는 마음을 접지 않은 것이 이상한 마음을 안고 도착했을 때
한 친구가 “Member-Member Tournament에 참가 하냐?“고 묻는다.
"No"
"Why"
"I missed chance"
그냥 해외에 있어 기회를 놓쳤다는 것으로 얼버무리고 연습장에 올라 가는데
Jim이 다가 와서는 바로 나가란다.
Feng 부부와, Dr. Song 부부가 준비를 하고 있어 그들 앞에 가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이다.
방향을 틀어 Medows로 출발했고 바로 앞은 Ken Goss혼자 카트를 타고 가는 것은 알겠는데
첫 홀의 그린에 가니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마지막 홀인 9번 홀의 그린 가까이 갔을 때서야 Dr. Lee가 가방을 메고 걷는 것을 보았다.
운동에 샤워까지 마치고 점심을 Togo해 CPA 사무실에 들려 어제 정리한 8월 서류를 전달하고
사무실로 내려오니 거반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오후엔 LG Hausys와 씨름했다.
Invoice를 늦게 보내거나 보내지 않고 결제를 하지 않았다고 우리 Order를 못 받겠단다.
Jonas는 회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강한 투로 싫다고 하는데
그건 자기 말을 잘 들어 주지 않는 그야말로 갑질이 통하지 않는데 대한 불평이다.
회사의 시스템이 이상해서 나 역시 좋아라 하지는 않ㄴ지만
조금 심할 정도로 자기 가격을 고집하면서 영업을 하려는 것은 배울만 한데 말이다.
서류를 뒤져가며 정리를 하고 통화를 마쳤을 땐 정말 기운이 빠졌다.
결국 줄 돈은 다 주고 Jonas 투정부리는 소리까지 다 들어야 했으니 말이다.
상한 마음을 달래려 퇴근 했다면 이상한가?
사무실에 더 앉아 있으면 마음이 불편 할 것 같았고
퇴근 하기에 그리 이른 시각도 아니기에 사무실을 나서 집으로 오는 길에
Costco에 들려 치즈, 우유, 아보카도, 양파 등을 샀다.
묵은 김치와 양파, 돼지고기를 넣고 약한 불에 천천히 끓인 김치찌개가
오늘 저녁의 주 메뉴, 조개젓과 멸치볶음이 주연 같은 조연
아침부터 꿀꿀했던 마음을 달래는 심정으로 열심히 먹었다.
올리브오일에 살짝 데친 토마토에 모짜레라치즈를 얹어 후식으로 먹고 나니
조금 기분전환이 되는 것을 즐기며 저녁을 쉬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간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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