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032일째, 2018년 4월 17일(화)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8. 4. 18. 10:00

천일여행 1032일째, 2018417() 애틀랜타/맑음

 

오늘은 어제보다 아침 기온이 더 낮아 30대 중반이고 조지아 북쪽은 30도 아래까지 내려갔단다.

때문에 오랜 만에 찾은 골프클럽은 Frost delay로 지금 기다리며 아침의 글을 시작하였다.

그럼에도 햇살이 좋아 오후엔 70도를 넘긴다고 하니 따스한 오후를 기대하며 기다린다.

 

한동안 많이 괴롭히지 않던 두통이 최근 며칠 또 몽니를 부리고 있다.

해서 편두통약은 아니지만 약을 먹는 횟수가 늘어 속을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다.

어제 잠자리에 들 때도 늘어지는 몸에 두통이 있어 걱정을 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 때문인지 아님 두통 때문인지 잠시 잠을 깼다.

화장실 다녀와 그냥 잠자리에 들었는데 두어 시간 지나고 또 몸을 일으켜야 했다.

안 되겠다 싶어 타이레놀 두 알을 먹고 화장실에 다녀와 다시 잠에 들었지만

아침에 아해의 모닝콜에 일어났을 때까지 두통이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걸 잊고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던 것은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 먹었던 몸살약과

새벽에 먹었던 타이레놀에 마침 꿈속에서 만났던 아해와의 즐거움이었을 게다.

꿈속에서라도 아해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좋았던지

아침에 일어나 두통이 있었음에도 몸과 마음은 붕붕 떠 다는 것 같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통도 잠재울 수 있었다.

 

일기예보에서 30도 중반의 온도라는 것을 들었을 때

오랜 만에 가는 골프클럽이 Delay 될 것 같다는 예측을 하였지만

아침 준비 속도를 늦추지는 않았고 가벼운 몸과 마음에 속도를 더 내서

다른 날보다 10여분 빠르게 집을 나선 것은 물론 사무실에도 빨리 도착했다.

몇 가지 일을 챙기곤 바로 클럽으로 출발했는데 그 역시 빨라 730분 무렵 클럽에 도착,

화장실에서 무념무상의 고독을 즐기고 있는데 Frost delay를 알리는 메일이 왔다.

다른 때 같으면 왜 이렇게 늦게 보내는 거야?’하는 불평이 있었겠지만

오늘은 꿈속에서 만난 아해의 여운의 꼬리를 잡고 있는 마음이 불평 No.

차에서 Laptop 가방을 들고 그릴에 앉아 미심쩍은 회사의 일 한 가지를 점검하고

책을 펼쳐 뜻하지 않은 한가한 아침을 마음껏 즐겼다.

Laptop에 인터넷이 되고 책 한권 있으면 시간을 보내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데다

새벽녘 꿈속에서 아해를 만난 기분을 즐기다보니 늦어진다는 게 오히려 더 좋았다는 생각이다.

 

결국은 30분 지연된다는 메일을 Tee time 직전에 받았다.

서둘러 읽던 책을 닫고 채비를 하여 연습장쪽으로 올라가니 EricStables 1번 홀로 걷고있다가

나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We are next."

오늘 Pines로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Stables란다.

연습도 없이 바로 출발,

처음 몇 홀은 차가운데다 연습도 못해 헤맬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즐겁게,

네 번째 홀에서 EricMatch play를 하자며 도전장을 낸다.

그냥 그러려니 하다가 두세 홀 지나선

너 오늘 운 좋을 줄 알아라. 오늘은 살살 하련다.’

전반 9을 마쳤을 땐 All square,

그런데 후반에 들어서 너무 느슨해서 그런지 내리 4홀을 졌다.

아무리 져도 이건 아니지하며 내리 3홀을 이겨 1down8번 홀을 맞이하였다.

이쯤에서 마치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8번 홀을 마쳤을 때 2down으로 졌지만 기분은 여전히 굿.

9번 홀을 파로 마무리 하고나니 스코어는 20 over, 92.

 

샤워를 하고 점심을 Togo하여 사무실로 내려오는 중에 아해와 통화를 하였다.

마냥 즐거워하는 나에게 애기 같다.”며 놀린다.

그래 내가 언제 애기 같아본 적이 있었나?

장남이니 늘 어른스러워야 하도록 훈련 받았고

사회생활 또한 20대 후반부터 상사를 많이 안 둔 자리를 지키다보니 근엄함을 보여야 했다.

대학시절이나 회사 이외의 모임에서 회장이라는 직함을 많이 갖다보니

아파도 아픈 척, 외로워도 그런 척을 못하며 살아야 했었던 내가 아닌가?

하지만 아해를 만나선 그러지 말기를 바랐고 나 역시 위선을 버렸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나 행동이 자유로워졌다,

때로는 조금 지나치거나 때를 가리지 않아 아해로부터 핀잔이나 야단을 들어도

찔끔하며 주의는 하지만 나 스스로 크게 제어하질 않는다.

그런 내가 참 좋아서, 아해가 너무 좋아서 그런다.

 

퇴근해서 30여분 아해와 영상통화를 하고 430분을 조금 넘겨 아해는 침대로

나는 옷을 갈아있고 계란을 풀어 중탕으로 찜을 만들기 시작했다.

된장찌개 데우고, 호박나물볶음에 아스파라거스 등으로 상을 차려 저녁을 먹었다.

아보카도와 Grape fruit으로 후식, 카마모일을 마시며 저녁을 쉬었다.

 

밝은 햇살은 날이 저무는 순간까지 밝음을 선사하고 어둠에 자리를 양보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라는 인사를 하곤 사라졌다.

아해의 꿈을 마음에 안고 즐겁게 지낸 오늘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되새김을 하며

잠자리에 든다.

오늘 참 즐겁고 행복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