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294일째, 2019년 1월 4일(금) 애틀랜타/비, 오후/대체로 맑음
최근 몇 달 애틀랜타에 내리는 비는 흡사 지칠 줄 모르고 질주하는 경주마 같다.
일반적으론 폭우가 쏟아지고 그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살이 비추거나
반나절쯤 줄기차게 내리다 기치면 며칠은 쉬곤 하였는데
최근의 비는 하루 종일 줄기차게 내리고 다음날은 쉬는가 싶으면
잠시 휴식을 취해 충분히 회복되었다는 듯이 또 쏟아진다.
이번 주는 많이 내렸으니 다음 주는 쉬겠지 하는 예상을 할라치면
‘네 예상은 틀렸어 약 오르지?’하며 또 퍼붓곤 하기를 족히 3개월은 된 것 같다.
하기야 2018년이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많은 비가 내린 해라니 그럴 만도 하다.
새해가 되어서도 줄기참이 이어지니 자연에겐 해가 바뀐 게 대수롭지 않은 게 확실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늘아침 일기예보에 비가 내리는 Last Day라고는 하지만
다음 주는 또 어떻게 될지 하늘만 알겠지?
소용돌이치듯 아님 폭죽이 울리듯한 년 말이 지나고 새해에 들어섰다.
씨끄러움 뒤에 찾아오는 조용함이 더욱 고요하듯이
흐리고 비 내리는 날씨가 정적에 한 줌을 더하는 오전이다.
아직은 일이 많이 않은 년 초라 공장의 소음이 적어 올 해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그런 일시적인 적막감에 평화로움을 넘어 지루함을 지나고 불안함까지 이어진다면
너무 극한으로 빠져드는 것이려나?
나이와 내 현재의 상황이 더욱 그런가보다.
누군가와 특히 가족들과 보내야하는 연말연시를 혼자 보낸다는
하지만 막상 여러 사람이 북적거리면 그리 달가워하지 않을 게 분명한데도 그런 것은
욕심에 한계가 없다는 아주 일반적인 사람의 한 형태라 나도 별 수 없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내가 경멸하는 기복이 심고 욕심이 너무 많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곤 아닌체하고 포장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불행한 사람인가?
또 그건 절대 아니다.
너무 포장하며 아닌 척 하기 위해서 위선의 행복을 주장하는 것 또한 절대 아니다.
지금의 내가, 현재의 내 상황이 충분히 행복하고 즐겁다는 것에 이의가 1도 없다.
이런 걸 행복에 겨운 치기어린 어리광이라고 하는 건가?
Crew주급 계산을 마치고는 Cesar와 Luis를 불러 조곤조곤 따지며 정리를 했다.
다른 때 같으면 쉽게 넘어 갈 것들도 오늘은 운동을 가지 않고 시간이 많기에
세부적으로 충분히 검토하고 협의와 협박 끝에 조정을 마쳤다.
내가 사무실에 오래 있으면 직원들이 고생한다니까.....
오늘은 오랜만에 권영일 사장을 만나 점심을 같이했다.
박일청 사장까지 합류하여 셋이 21Tasty에서 회포를 풀 듯 시간을 보냈고
점심 후 잠시 피부과에 들려 머리에 버짐처럼 일어나는 걸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를 만난 시간은 2~3분, 지난번과 같은 약을 처방받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퇴근길에 I-285를 들어섰는데 주춤거리던 햇살이 방긋하며 인사를 한다.
한 참 만에 보는 것 같아 반가움에 미소로 응답하였고 집에 도착해서까지
아해와 통화를 하였는데 영상통화 또한 오랜만인 것 같아 반가웠다.
아해가 잠자리에 들고 나는 Package Pickup하여 정리를 하곤 저녁식사,
따로 준비한 것은 없고 감자탕을 데우고 호박나물볶음에 멸치볶음, 김이 반찬
후식은 딸기 이후에 쉬면서 금요일 저녁시간을 보냈다.
이번 주는 일한 날이 며칠 되지 않는 데 금요일이라 그런지 어찌나 고단한지
초저녁부터 눈이 자꾸 감기는 걸 억지로 참으며 잠자리에 들 시각까지 버텼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잘 보내고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