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812일째 2020년 6월 5일(금) 애틀랜타/오전/소나기, 오후/대체로 맑음
Happy Friday?
아침 뉴스에서 앵커들이 "Happy Friday!"라며 인사를 했다.
금요일이면 자주 듣는 인사로 그러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은 무덤덤...
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출근 준비를 하는 데 잠시 놀란 게
어제 저녁에 아침과 저녁에 먹을 약을 준비해 놓곤 아침에 먹는 약을 먹었다.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보이는 것은 저녁에 먹어야 할 약 뭉치를 보곤
내가 점점 이렇게 되는 구나하는 생각에 씁쓸했다.
그럼에도 출근 준비를 하고 사무실에 도착 Crew Report를 마치곤
골프장으로 가기위해 자동차에 앉았다가 “오늘 내가 사무실에 돌아 올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다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수표를 발행, 서명을 하곤 출발했다.
오늘은 젊은 친구 Tommy Chun과 함께 플레이를 했는데 다음 주 토너먼트가 있는데
너무 걸었더니(그 친구는 아침에 한 라운드, 점심에 Gym, 오후에 다시 한 라운드)
골반에 문제가 생겨 오늘은 카트를 타야겠다며 등장하곤 사촌(가끔 골프장에서
연습하고 있었던 모습을 본 여자인데, 나중에 물어보니 Tommy보다 오래 골프를
했단다.)이 캐디를 하겠다고 나와선 퍼팅 경사는 물론 어드레스 할 때 방향도
잡아 주는 등의 역할을 하였다.
원래 9홀만 걸을까 했었지만 내일 토너먼트를 위해선 배울게 있다는 생각에 18홀을
걷기로 작정하고 그가 하는 모습을 보며 뭔가를 터득하려 했지만 12번 홀에서
티 샷을 했을 때 천둥번개에 이어 사이렌이 울려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 잠시 낮잠, 그리고 금요일 오후를 보내는 데 무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에는 멀리서 들리는 물소리 같은 게 들리면서 고립된 것 같은 느낌말이다.
아마도 아해가 환송디너에 참가해 통화를 못해서 더욱 그럴 것으로 생각하면서
아해가 한국으로 가면 이런 날과 시간이 많아 질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처지는 게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였다.
구름이 많지만 조금은 밝은, 햇살이 없지만 차분함이 더해지는 그런 날,
황금빛 노을이 창에 비추기 않지만 여러 가지 색상이지만 같은 톤의 그런 날
오늘 저녁은 땅거미가 없을 것처럼 분위기 잡기 좋은 그런 날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는 양희은 노래의 가사가 딱 맞아
떨어져 마음으로 공감하며 차분해진 마음을 다독이고 추스르고.....,
어떤 날 생각나는 그 음악을 듣고 싶어 틀어놓고 마음으로 흥얼거리며
가사를 곱씹어 볼 수 있는 외로움도 하나의 큰 여유로움이라며
사색에 잠긴 멋쟁이라고 폼을 잡아보는 것도 외로움이자 여유라며 다독인다.
과거를 회상하며 후회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아니 내 생에서는 후회란 없다가
내 삶의 철칙 중 하나가 되었으니 그냥 그리움을 달래며 울적인 마음을 달래는
것도 내 삶의 일부며 사랑이라는 그럴 듯한 포장으로 흥얼거려보기도 한다.
TV를 보다보니 한 연예인이 기르는 강아지 이름이 기복이고
한 유명 연예인을 기복이라고 놀리는 데 둘 다 감정의 기복이 크다 해서 붙여졌다.
나도 적지 않은 감정의 기복이 있으니 그 그룹에 가입하는 건가?
그럼에도 마음수련 등으로 잘 다스리며 나름 잘 살고 있으니 다행인 거지.
이것저것 다 한 일들을 정리하다보니 아침 뉴스에서 들었던 Happy Friday가
나도 해당되었기를 바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