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877일째 2020년 8월 9일(일) 애틀랜타/맑음, 저녁 무렵 한 차례 소나기

송삿갓 2020. 8. 10. 10:26

천일여행 1877일째 202089() 애틀랜타/맑음, 저녁 무렵 한 차례 소나기

 

인내하기

명상이란 삶이라는 예술에 능숙해지기 위해 하는 행위다.’

나는 글씨를 참 못쓴다.

지금까지 살면서 글씨가 예쁘다거나 잘 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뭔가 예쁘게 할 수 있는 소질이 없어 그런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게 아님을 뒤늦게 알았다.

원래 글씨를 잘 쓰기위해선 또박또박이라는 정성이 필요하고 정성은 인내가 필수다.

그런데 나는 또박또박’, 혹은 정성을 들여 글씨를 써본 적이 거의 없다.

어른이 되어 그런 노력을 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만년필이나 연필을 쓰게 된 계기가 가능한 또박또박 써보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는데

그렇게 노력해도 글씨가 예쁘지 않다는 생각에 금방 포기하곤 했었다.

그럼에도 계속 만년필과 연필을 쓰는 것은 나의 시그니처가 되었기 때문이다.

타자기를 배우게 된 것은 글씨를 예쁘게 쓰지 못하니 기계의 힘을 빌려보기 위함이었고

워드프로세서는 내 악필을 가려주는 구세주와 같은 계기가 되었다.

살면서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내가 인내가 없거나 정성이 없지는 않다는 거다.

뭔가 계획을 세우고 작정을 하면 끈질기게 하는 것으로 보아 인내가 있고

한 가지 목표를 정하면 온갖 정성을 다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아 성실과 정성도 없진 않다.

한데 유독 글씨에서는 그러지 못한다.

언젠가 아해가 빈 옮겨 쓰기 노트를 선물로 준 일이 있는데 손글씨로 어떤 시나 글을

베껴 쓰는 건데 그 때 글씨가 안 예쁘고 삐뚤어도 가능한 정성을 들여 또박또박 쓰겠다며

한 권을 다 쓴 일이 있는데 거기서도 참지 못하고 부분적으론 흘려쓰긴 했지만 노력은 했다.

천일여행기를 쓰면서 얼마동안 계속할지 몰랐지만 1900여일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인내는 있다고 보여 진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명상이 100일을 훌쩍 넘겼다.

이제 제법 습관화되어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를 마무리하는 과정 중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생활에서 어떤 효과가 어떻게 있는지 확실하지는 않은 데 집중력이 좋아졌다는 생각은

조금 하게 되었고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차분한 마음을 가지는 것도 좋게 느껴진다.

하루에 하는 명상이 10분 남짓하거나 15분까지 되는 날도 있지만 그 시간동안 자세를 잡고

움직이지 않으며 마음정리에 집중하는 게 쉽지 않은 날도 많다.

그럴 때 드는 생각이 내가 인내가 부족한가?’인데 그런 판단도 하지 말라는 주의사항이 있다.

오늘 마음 챙김에서 들은 내용이

명상이란 삶이라는 예술에 능숙해지기 위해 하는 행위다.’였다.

삶이 예술이라는 표현에 마음이 쏠렸다.

능숙한 예술가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내의 수련이 필요한가?

그런 생각을 하다 나는 내 삶이 능숙해지기를 위해 얼마나 수련을 했나?‘에 꽂혔다.

내 글씨가 예쁘지 않은 이유는 타고난 솜씨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글씨를 잘 쓰기

위한 또박또박이라는 수련을 충분히 하지 않았고 흘려 쓰는 게 굳어져 그렇게 된 것을...

명상을 시작한 나이가 많이 늦었지만 더 열심히 많이 노력해서, 그러니까 내 삶이라는

예술에 능숙해지기 위한 인내의 과정이기에 계속 해 보는 걸로......

 

오늘 Jonas18홀을 걸었다.

가방에 있는 볼 등 10파운드를 빼냈다며 가방을 메고 호기를 부리며 당당하게 나왔던 그는

몇 홀 지나지 않아 땀범벅에 헐떡거리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18홀을 다 걸었다.

이런 적이 없었다며 오늘 100개를 쳤는데 뭔가 이유를 설명하려는 그를 보며

"오늘 꿀잠을 잘 거야.“라는 격려를 하는 말로 수고의 표현을 대신하였다.

내일 아침 병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오늘을 마무리하려는데 오늘 하루가 엄청 긴 것처럼 느끼는 것은 뭐지?

참 잘 보낸 날이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