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42일째, 2015년 11월 9일(월) 애틀랜타 비
비가 내리는 게 놀라울 뿐이다
오늘은 비가 내리면서 춥기까지 하니까 더 을씨년스럽다
어쩌면 어제도 추웠을지도 안 나와 봤으니까 모르지
아침에 출근해서 서류를 정리하는 데
내가 일하지 않은 것이 티가 나는 건지 아님
우리 거래처들에 문제가 있는 건지 조금 놀랬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재고와 지난 주 수금, 업체별 미수금 현황을 정리해서
파트너와 세일즈, 그리고 Accounting에 메일을 하거든
내가 하지 않아도 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만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도 있고
또 내가 회사의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려는 의도에서 매주 하는 일이거든
내가 휴가를 가거나 외부에 일이 있으면 가끔 거르는 경우가 있는데
지난 2주를 하지 못했잖아
그랬더니 미수금 현황이 갑자기 올라 간 거야, 그것도 오래 된 것들이 많은 거지
일을 마치고 90일 넘게 못 받는 것을 Bad A/R(Aging Receivable)이라고 하는데
받을 확률이 뚝 떨어져서 때로는 심하게 Push하는 부분이야
그걸 경우 매월 한 번 혹은 두 달에 한 번 별도의 자료를 정리하는 데
마지막이 지난 9월 말에 했더구나, 10월에 빼 먹었다는 거지
자료를 만들어 파트너에게 줬더니 몹시 기분 나빠하는 거야
원래 그 친구가 그래,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이기에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 잘 안하려 하고
자신의 약점을 건드리면 다른 사람에 비해 심하게 삐친다
그걸 잔소리나 간섭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신경 쓰는 강도 또한 뚝 떨어진다
그러다 보면 오늘과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거지
어쩌겠어? 미수금이 커지면 회사 자금에 문제가 생기고 어려워지는 거지
자금 어려워지면 걱정은 하지만 행동에는 달라지는 게 없는게
대부분의 미국인들이지
왜냐고?
어려서부터 그렇게 살면서 길들여져 왔기 때문이야
내가 미국에 믿음이 덜 하고 망할 징조가 보인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지
지난 몇 년간 우리 업종의 회사가 한동안은 일이 없어 문 닫고
최근에는 흑자도산 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동안 일은 계속하면서도 의도적으로 돈 주는 것을 게을리 하는 회사가 늘고
자기네 통장에 있는 돈이 모두 자기 돈인 것처럼 쓰다 보니까 흑자도산하는 거지
난 그런 꼴 못 보거든
내가 이들과 아귀할 때
“난 미국에 돈 벌려고 온 거지 너희들처럼 대충 살려고 온 게 아니다”라고 한다
Main 기계 한 대에 문제가 생겼다
기계도 나이가 들어가니까 자꾸 문제가 생기네
언젠가는 새것으로 바꾸어야 하겠지만 아직은 수리하면서 써야 한다
미국에서 Payoff 한 장비는 돈 만드는 기계거든
대체적으로 잘 쓰다가 Payoff하면 고장 나기 시작해서
돈을 잡아먹는 게 미국의 시스템인데 만일 쓸 수 있다면 그건 돈 만드는 기계지
우리 기계의 대부분이 payoff해서 매월 나가는 돈이 적은 편인데
이럴 때 회사자금 문제가 생긴다면 치욕이라 할 수 있지
오늘은 용접하는 부분에 문제가 생겨 내가 손을 못 대고
한국인 용접공을 불렀다
이 사람 참 좋다
일도 꼼꼼하고 성실하게 잘 하고 기술도 좋아
한국 사람들 쟁이 근성이 있어 꼬장 부리곤 하잖아
그런데 꼬장도 안 부리고 참 열심히 하신다
예전에 한국에서 회사생활 할 때
내 멘토 같은 부서장이 입이 닳도록 했던 말이
“고려청자 만들지 마라”는 거였거든
그건 꼬장 부리지 말고 또 혼자만 알지도 말라는 뜻이었거든
그 말 참 좋아해서 나도 내내 강조하며 써먹었던 말이다
그런데 이 용접공이 그런 거야
물론 쟁이로서 고집은 있지만 인상 좋게 웃으면서 살짝 비틀기도 하는 게
아주 마음에 들어, 내가 이런 엔지니어 참 좋아 하거든
그러는 사이 세일즈맨 한 명 컴퓨터 고장 나서 손봐주고
월요일 이래저래 바쁘다
하기사 다음 주 한국 가려고 하는데
문제 있으면 다 들어나서 문제없이 해 주고 다녀오는 게 좋지
비 오는 우중충하고 추운 월요일, 바쁘게 보낸다
에궁, 이제 정신좀 차릴 수 있네
퇴근하면서 Costco에 들려 계란, 바나나, 양파, Roast 닭, 커피를 샀다
계란은 비상용 반찬, 양파는 제일 많이 사용하는 양념,
닭은 도시락용, 커피는 지난번부터 갈지 않은 bean을 사잖아
주차장에서 짐이 많아 계란과 닭만 먼저 들고 와서
내일 CBMC회장 이임식에 입을 양복과 구두를 들고 차로 내려가 걸고
양파, 바나나, 커피를 들고 왔다
그런데 주차장에 내려가면서 집 열쇠만 들고 갔다가 차 문이 안 열려 생각해 보니
차 열쇠를 빼 놓고 간 거야, 덕분에 걸음 한 번 더 했지 뭐
양파와 바나나를 갖고 올라 와서는 저녁 준비를 시작했지
전에 끓여 놓은 황태콩나물국을 조그만 냄비에 덜어 불에 올리고
냉장고에 있는 닭 가슴살을 꺼내 손으로 찢어 놓고
브로커리와 양파, 양송이, 키위를 썰어 준비하고는
사 가지고 온 닭을 해체해서 일부는 내일 도시락에 넣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어 얼리고 살을 발라낸 뼈는 냄비에 끓이기 시작했지
그리고 닭가슴살볶음을 시작 하면서 냉동실에 있던 밥을 꺼내
마이크로웨이브에 넣어 돌리면서
남은 양송이를 말리기 위해 썰어 준비하고
바나나도 며칠 먹을 것을 제외한 나머지를 썰어 말릴 준비를 했지
물론 내일 점심도시락도 준비 완료했어
그사이 국은 충분히 끓었고 닭가슴살볶음은 충분히 볶아졌고
마이크로웨이브에 있는 밥은 촉촉하면서도 따스하게 되었어
황태콩나물국과 닭가슴살볶음, 김치가 오늘 저녁 메뉴야
어제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1식 3찬에 한 가지를 새것으로 해 먹는 룰은 지켜진 셈
밥 먹고, 설거지 하고 어제 빨아서 건조대에 걸어 놓은 속옷과 수건 정리 하고 이를 닦았어
내가 고치지 못하는 습관 중 하나가 이를 닦으면서 다른 것을 하는 거야
아마도 양치질이 시간 낭비로 생각 되서 그러나?
아니면 이빨이 튼튼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건가?
집에서 입는 옷을 빨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를 닦으며 뭔가를 하다가 입안에 있는 치약을 흘려 옷에 묻혀서야
마음먹고 고쳐야지 하다가도 며칠 지나지 않아 또 돌아가고
그러다 보면 또 흘려서 옷에 여기 저기 하얀 치약물 묻히고
참 고쳐지지가 않아
며칠 전에 바지에 흘려 빨았는데 오늘은 셔츠에 잔뜩 묻혔네
이제 할 일은 운동과 샤워만 남았다
구질구질하고 추운 오늘 하루
참 많은 일이 있었고 긴 하루였다
이제 정리하고 운동하러 갈래
피곤해서 많이는 못 하겠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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