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흐르면
“내가 기타 치는 법 알려줄까?”
“그래? 좋지, 내가 뭘 하면 되는데?”
“우선 가장 쉬운 것 알려줄게
제목이 로망스인데 코드는
왼손의 가운데 손가락 하나로만 잡아도 되고
오른손은 손가락 세 개로 뜯기만 하면 되“
고등학교 1학년 때 쯤 가장 친한 친구이자
기타를 잘 치는 친구의 제안으로
처음 기타를 만지며 배웠던 곡이다
그것도 모든 코드를 잡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치는 것도 아니었다
딩~딩~딩~, 딩~~딩~~딩~~
딩~딩~딩~, 딩~~딩~~딩~~
늦가을 바람에 낙엽이 펄럭펄럭 뒤집히며 구른다
날카로운 끝이 땅바닥에 걸리면 방향을 바꾸며 불규칙하게 튀기도 하며
풀이 가지 못하게 잡으면 윗부분이 가겠다고 파르르 떤다
그러다 캥거루 뛰듯이 툭~툭~ 튀며 굴러간다
바짝 말라 끝이 날카로운 나뭇잎이 땅을 스칠 때마다
가슴을 찌르는 통증같이 그리움을 쿡쿡 쑤셔댄다
바람에 날리던 낙엽이 큰 나무에 결려 한 장 두 장 쌓인다
가장 아래 묻혀있는 나뭇잎은 얼마나 갑갑할까?
모든 먹는 것이 소화되지 않고 명치에 걸려 속을 더부룩하게 하고
캄캄한 곳에 갇혀 보이기도 숨쉬기도 어려운 것과 같이
황무지에 버려지는 것 같은 외로움이나
생각하는 모든 것이 사무친 그리움으로 덧칠해져
가위에 눌리듯 숨이 막혀온다
너와 함께 손잡고 보던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하얀 눈밭에 벌러덩 누우며 활짝 웃던 모습이나
아파서 죽음을 앞둔 사랑하는 이의 눈망울이
기타 줄을 통해 가련하게 울려오는 소리를 통해 내 그리움을 찌른다
그리움이 흐른다
운다
어깨가 들썩이며
눈물이 얼굴을 범벅으로 만든다
당장이라도
너에게 달려가
절대로 떨어지지 말자고
아무렇게나 살아도
매일 손잡고 자고
얼굴 보며 아침을 맞이하자고
몸부림치고 절규하고 싶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생이별로 사냐며
하늘을 원망하기도 하고
하늘에 빌고 빌며
함께해 달라며
떼를 쓰고 싶다
딩~딩~딩~, 딩~~딩~~딩~~
딩~딩~딩~, 딩~~딩~~딩~~
반복
반복
또 반복
몇 번을 들어야
날 달랠 수 있을까?
널 보기 전까진
백 번
천 번
만 번을 들어도
채워지지 않을 그리움이다
바람에 흐르는 낙엽을 보며
오늘도
이렇게 널 그린다
November 1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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