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467일째, 2016년 9월 29일(목) 애틀랜타/맑음
<완연한 가을>
이런 말을 오늘 같은 날에 쓰면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고 본다.
아침 기온이 60도 아래로 뚝 떨어진 것은 물론 낮 최고가 80 아래에 머물고
하늘은 깊은 바다의 색깔같이 푸르다 못해 검정색에 가까운데 이럴 때 쓰는 말
<검푸르다>
모닝콜로 잠에서 깨려 했지만 눈이 떠지질 않고
몸은 움직이기 싫어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지만
“일어나기 싫구나? 그래도 일어나야지, 벌~떡~”하는 말에 정말로 벌떡
거시기 말고 몸이 벌떡 했다고, 히히히~~~
나가려고 신발까지 신고 문을 열다가 갑자기 생각난 일기예보
출근 준비를 할 때 “오늘 나갈 때 Jacket 하나 챙겨 나가기를 바란다”는 기상예보아나운서의
말이 번뜩 생각이 나서 신발을 벗고 옷장에서 얇은 겉옷을 하나 준비해서 나갔다.
주차장을 걸어가는 데 쌀쌀한 바람이 몸을 오그라들게 해서 얼른 겉옷을 걸쳐야 했다.
사무실에 도착,
어제 퇴근하면서 Upgrade 걸어 놓았던 컴퓨터는 내 손길을 기다리며 정지
밥 달라며 고개를 들고 애처롭게 보고 있는 강아지 같다.
그래서 Redo, 정리를 마치고 클럽으로 향한다.
조금은 쌀쌀한 날씨라 그런지 기분은 더 상쾌하다.
지나가는 자동차와 운전자들이 좋아 보이는 것이 날씨 때문에 기분이 Up 되었다.
클럽의 주차장에 도착하니 다른 날에 비해 자동차가 많다.
‘무슨 토너먼트가 있나?’
오늘 내 시각은 8:40, Ken Goss와 Zac Goss 부자(父子)다.
원래 오영록 사장이 들어와 있지만 이번 주는 쉬기로 했기 때문에 셋이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Goss 부자는 거의 매일 운동을 하는데 아버지인 Ken은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데
요즘에 그리고 백인들에게 보기 드물게 아들이 함께 골프를 한다.
Zac은 2~3년 전 한 번 토너먼트에서 만났었는데 덩치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샷 거리가 길고
정확도 또한 높으면서 상당한 실력을 갖췄고 룰에 대한 해박함에 여러 가지를 배웠었다.
하지만 박박 머리를 깍고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 가까이 하고 싶은 생각을 없었는데
올 들어 나이 들고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꼬박 모시고 운동하는 모습을 보며 다르게 보였다.
그래서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니까.
시간적 여유가 있게 연습장으로 올라갔는데 Tee Sheet을 열심히 보던 Jim이
“지금 나갈 거냐?”고 묻기에 망설임 없이 "Yes"
속으론 ‘오늘도 연습은 못하고 나가네’하면서도
‘얼른 시작해서 빨리 끝나면 좋지 뭐~’하며 출발한다.
네 번째 홀에서 티 샷의 볼이 왼쪽으로 너무 길어 물에 빠져 근처에 가서 Drop하고
샷을 하려는데 순간적으로 뒤에서 팔다리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멈추고 뒤를 보니 안 온다던 오영록 사장이 열심히 따라와 손짓을 하고 있다.
기다렸다 “안 온다더니 어떻게 왔어요?”라고 물으니
“우리 사장님이 자기가 당번 설 테니 나가라고 해서”
“사장이요?”
“와이프”
나머지 6홀을 같이 걸었다.
운동을 끝내고 Grill에 들려 점심을 주문 후 샤워를 마치고 도시락을 Pick-up하러 갔더니
주문할 때와 다른 Helper가 하는 말 주문 들어간 게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묻는 말 “주문을 남자에게 했니? 아님 여자니?”
갑자기 머리가 띵~
‘남자였나? 여자였나?’
대충 “남자다”라고 했더니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이다.
잘 못 짚은 거다.
다시 주문해서 기다렸다 Pick-up해서 사무실로 왔다.
아침에 어루만졌던 컴퓨터가 제대로 일을 해서 Upgrade 완료
일단 2단계까지는 마쳤으니 3단계 작업을 걸어 놓고는 점심을 먹었다.
회사 전체적으로 인터넷이 느리니 다음 단계 작업은 밤새 돌아가야 할 거다.
내일 아침에는 잘 끝나 있으면 좋으련만······
저녁에는 미역국을 끓여 먹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퇴근하는데
아해가 “미역 담가 놓았어?”
“아니, 지금 가서 담그면 안 될까?”
아해가 김치찌개를 먹었다는 이야기에 메뉴를 급 변경하고 미역국은 내일 먹기로 결정했다.
대신 내가 미역국 이야기를 하자 아해는
“나도 내일 미역국 먹어야 하겠다”며 자기 전에 미역을 물에 담근다고 한다.
양파 1/4개, Brown 버섯 4개, 스팸 1/3 캔, 김치와 국물 적당량을
물을 조금 더해서 팔팔 끓이다 당면을 조금 넣었다.
김치찌개가 끓는 중에 콩나물을 삶았다.
지난 주 사다 놓은 콩나물이 반도 더 남았는데 시간이 흘러 색깔이 탁해지기 시작해서
콩나물무침을 위해 삶았다.
삶은 콩나물, 고춧가루 적당량, 소금 조금(이게 제일 중요), 참기를 적당량
무쳐서 먹는데 왠지 조금 쓰고 떫다.
Honey Powder를 조금 넣었는데 단 맛이 별로다.
그럼에도 쓴 맛은 사라져 먹을 만 했다.
저녁 식사에 설거지까지 마치고 집에 와서 잠시 쉬는 동안 개켜 놓은 빨래를 정리하고 나니
7시가 훌쩍 넘는다.
이번 여행을 다녀왔더니 방에 있는 공기정화기가 정신없이 돌아갔다.
소음도 크고 바람도 너무 세서 여러 가지 필터를 교환해야 하는 시기가 지난 것으로 알고
지난 주 판매한 곳에 갔더니 필터는 인터넷을 통해 살 수 있다고 하여 집으로 돌아와
주문을 한지 거의 1주일 이상이 지났는데 Front Desk에서 오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주말에 바꿀까 하다가 기왕 온 것 빨리하는 것이 좋을 거라는 생각에 저녁에 찾아와서
교환을 하는데 먼지가 얼마나 날리던지 몸이 꺼끌꺼끌 하고 목도 컬컬하다.
에궁~ 내가 이런 먼지를 잔뜩 마시면서 살고 있다니
회사에서 돌먼지 수시로 마시면서 집에서 까지·······
필터를 모두 간 후 샤워를 하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몸이 참 간사한 것이 어제까지만 해도 실링팬이 고맙기만 하더니 쌀쌀한 오늘은 바람이 춥다.
이러다 주말에 또 더워지는 거 아냐?
암튼 오늘도 참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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