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480일째, 2016년 10월 12일(수) 애틀랜타/맑음
아침에 모닝콜을 받고 깨서는 ‘아! 더 누워있고 싶다’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피곤했다.
그럼에도 일어나 아침 수순에 따라 나갈 준비를 서두르곤 사무실에 도착했다.
꽃집 형수님이 서류와 지난 주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때문에 빌려드린 USB를
돌려받기로 한 날이라 기다리다 만났지만 USB만 가져오고 서류는 못 가지고 오셨단다.
‘에궁~ 무슨 일로 바쁘셔서 그랬나?’
어차피 내일 CPA에게 가려고 했던 것이기에 대충 정리하고 클럽으로 Go
오늘은 수요일이라 여자 멤버들의 Event가 있어 내 시간은 9:15
여유를 부려가며 준비를 마치고 연습장으로 올라가는데 멀리서 나를 본 Jim이
쏜살같이 나에게로 와서는 “지금 나갈 거냐?”고 묻는다.
나가도 되냐고 하니 그러라는 대답을 듣고는 ‘오늘도 연습은 땡 이네’하면서 Meadows로 출발
티 샷을 마치고 가려는데 벌써 여자 두 분이 와서는 의아하게 바라본다.
‘나야 뭐 Jim이 가라고 한건 데‘ 하면서도 괜스레 위축된다.
클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남자 멤버들이 여자 Group을 대하기 꺼려한다.
물론 한 사람이 끼는 것은 그냥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룹의 경우는 다르다.
이유?
무서워서 그렇다.
남자들은 무슨 문제가 있어도 거의 개인이 상대를 하지만
여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Group으로 묶어하기 때문에 목소리가 크고 파워가 강하다.
하기야 식당의 메뉴나 가격도 여자 멤버들과 협의를 해서 결정하고
여성 그룹의 눈 밖에 난 직원은 항의를 받으면 바로 조치가 되기에 두려움의 대상이다.
언젠가 한 번은 여성 Group의 중간에 껴서 플레이를 한 적이 있다.
그 때도 물론 Starter가 보내줘서 나간 것인데 자기들 사이에 끼었다고 항의를 했던 모양이다.
두 번째 홀 티 샷을 준비하는 데 Jim이 하얘진 얼굴로 허겁지겁 와서는
미안하지만 돌아가서 기다리다 여성그룹 뒤에 따라 가라고 피할 수 없는 사정을 한다.
어쩔 수 없이 돌아와 뒤를 따르던 좋지 않는 기억이 있는 터라 그 뒤로는 중간에 안 낀다.
오늘은 제일 먼저 나가라고 해서 티 샷을 이미 했는데 여성 둘이 조금 험한 얼굴로
미안하다고 말하며 자신들이 가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표시한다.
그러는 사이 Jim이 와서는 물을 맞지 않았냐며 딴 소리를 한다.
내가 Meadows 첫 홀로 가고 있을 때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며 물을 뿌리고 있다가
Tee box에 가까이 가니 멈췄는데 원래 그렇게 누군가 오면 자동으로 멈추게 되어있다.
그런데 Jim은 혹여나 여성들이 항의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하는 마음에
엉뚱하게도 물을 맞지 않았느냐고 딴 소리를 한 거다.
내가 괜찮다는 눈짓을 보내며 여자 둘을 먼저 보내고 뒤를 따르는데 자꾸 뒤를 보게 되었다.
혹시나 뒤 팀이 빨리 와서 뭐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속으론 ‘내가 뭐 잘 못했나? Jim이 가라고 한 건데 왜 쫄지?’하면서도
뒤에서 누군가 잡아당기듯 자꾸 뒤를 보고 종종 발걸음으로 앞으로 간다.
두 번째 샷을 하려는데 벌써 뒤에 오고 있고 앞은 아지 세 번째 샷을 하지 않았다.
이럴 때 적절한 말이 ‘대략난감’
앞 팀이 세 번째 샷을 하고 다 빠져 나가기도 전에 냅다 샷을 해 버리곤
줄행랑치듯 종종걸음으로 볼이 있는 곳에 가선 앞 팀이 그린에 올라가기 전에
또 냅다 세 번째 샷을 하고 혹여나 앞 팀에서 뭐라 하면
미안하단 말이라도 하는 게 좋을 듯해서 그린으로 달렸다.
앞 팀에서 한 명은 몇 번인가 함께 플레이를 했던 Heather라는 여자인데
남자 멤버들과 잘 어울리면서 나이스하기로 정평이 나 있어 그 편이 좋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린에서 만났는데 오히려 자기들이 늦게 플레이를 해서 미안하다는 듯이 말하곤 떠난다.
다행이지. 참 다행이지.
그런데 내가 왜 그래야 했던 건지 모르겠다.
세 번째 홀에서 대박을 쳤다.
드라이버 티 샷이 물에 빠지고 그곳에서 Drop하고 친 세 번째 샷이 엉뚱하게 벙커로
이은 벙커 샷이 앞의 Creek에 턱걸이를 해서 어렵사리 친 다섯 번째 샷 겨우 그린에
투 퍼팅으로 마무리 Triple Boggy를 하였다.
네 번째 홀에 이르러서야 앞 팀과 뒤따라오는 카트가 보이질 않아 평정과 여유를 찾았다.
운동을 마치고 사무실에 오니 Jonas가 휴가를 다녀와서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어제 Invoice Issue하는 날인데 Liana왈(曰) "Jonas가 Estimate를 만들지 않아 내일 하겠다“
참 그렇게 이야기 할 땐 뭐라 해야 하는지?
점심을 먹고는 Back Up용 컴퓨터를 작업하다가 퇴근하였다.
퇴근할 때까지 Invoice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자료를 늦게 받은 것 같다.
오늘 운동할 때 거리를 재는 Distance Range를 넣는 Pocket의 지퍼가 고장 났다.
퇴근해서 지퍼를 고치던지 아님 예전에 사용하던 골프백을 다시 사용할까 했는데
아해가 치타 백을 사용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다.
“그거 여자 가방이고 거기에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그렇게 이야기는 하지만 이미 마음속에서는 ‘새 가방인데 어떻게든 사용해야지’라며
방법을 강구하다 새겨진 이름은 한 뜸 한 뜸 칼로 뜯어 내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
아해와 통화를 끝내고 건너방 옷장에 있는 가방을 가지고 나와 칼로 작업을 시작하려다
이름 위에 내 Name Tag을 붙이면 된다는 훌륭한 아이디어와 함께
서랍 안에서 잠자고 있는 예전 Rocker Room에서 사용하던 Name Tag을 찾기 시작한다.
어렵지 않게 찾아서는 Tool과 Hot Glue를 이용하여 멋들어지게 개조하였다.
‘그래 색깔이 좀 그렇고 치타 무늬가 있으면 어때? 아해 건데’ 후후후~~~
감자와 두부를 넣은 된장국을 끓이고 김치찌개와 오이무침으로 저녁을 먹고는
가방을 들고 차로 내려가 골프채를 비롯한 부속물을 교체하였다.
내일부터는 치타 무늬가 있는 베이지색 가방이 나와 함께하게 되었다.
어제 모임에서 늦어 잠이 부족해 힘들게 보낸 하루였지만 오늘도 참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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