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688일째, 2017년 5월 8일(월)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5. 9. 09:48

천일여행 688일째, 201758() 애틀랜타/맑음

 

오늘도 맑고 차다.

하지만 적당한 선선함에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출발한 월요일 아침이다.

차량이 많이 않은 사잇길로 출퇴근을 하는데 오늘 아침 큰 사고가 나서 도로 전체를 막고

큰 길로 돌아가도록 안내하여 출근이 조금 늦었다.

에궁~ 아침부터 어쩌다 그리 큰 사로를 냈는지, 그 길도 조심해야겠다.

 

한국은 오늘이 어버이날

예년 같으면 꽃집을 통해 꽃바구니를 어머님께 보내드렸는데 올해는 건너뛰었다.

받을 때는 좋지만 꽃이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고

올해는 발코니에 있는 화분에 꽃이 만발하여 그것으로 만족하신다기에 참았다.

오늘 통화를 하다 보니 지난 토요일에 셋째부부가 저녁에 와서 자고 갔단다.

덜 외로우셨겠다며 스스로 위안을 가지며 동생부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셋째는 참 유별나다.

태어난 과정이나 자랄 때, 그리고 학교를 다닐 때나 성인이 되어서

일반사람들과는 크게 다른 삶을 살더니 결혼도 평범하지 않은 길을 걷는다.

아이들 둘을 낳고 사별한 여자와 결혼하였는데 가난하면서도 잘 살고

어머님께는 가장 잘 하는 며느리고 해서 내가 제일 고마워하는 제수씨이기도 하다.

하지만 살림이 넉넉하지 않아 내가 가장 안쓰러워하는 동생부부다.

그 부부가 어버이날이라고 어머님과 하루 밤을 보내고 갔으니 고마울 밖에

 

아침에 지난 번 고장 났던 Bridge SawPower가 또 나갔다하여 확인하니

Fuse가 두 개나 나가서 교체했다.

오늘 시간을 내서 원인을 점검해야겠다.

 

공장 뒤쪽으로 나가는 Garage Door 하나가 오래전부터 고장이 나서 업체를 불렀지만

와서 보고는 응답이 없어 Christian에게 몇 번을 채근했는데

이른 아침에 덩치 큰 친구가 와서는 시원시원하게 확인을 하고 견적을 내겠단다.

모두가 자기네가 최고라고 하는데 뭐 우리도 그러고 다니니 믿어야 하겠지?

 

아침엔 공장식구들과 Inventory에 관한 미팅을 하였다.

Missing Slabs이 많아 지금까지 자유롭게 출고 하였던 제도를 바꾸어

정해진 시간에만 하루에 두 번, Christian의 허락 하에만 하는 것으로 정했다.

물론 Jonas가 가장 많이 어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도해 보는 것으로 했다.

만일 안 되면 다른 방안을 찾아보기로, 그게 내 일이니까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권영일 사장에게 텍스트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송권식 입니다. 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혹 오전에 도라빌 근처 지나시는 길 있으면 잠시 저에게 들려주세요.

권 사장 드리려고 골프공 한 box 정리해 가지고 나왔습니다.

이른 오후는 어디에 계신지 알려 주시면 그리로 delivery 하구요.

암튼 메시지 주세요..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항상 신경 써 줘 고맙습니다.

죄송하지만 회사 주소 좀 보내주세요.

11시에서 1130분 사이 시간이 가능하면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6 Steve drive, Coralville, ga 30340

1130분 부터 컨퍼런스 콜 미팅이 있습니다...

가능한 이전에...

 

,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1120분을 조금 지나 사무실에 도착하여 준비한 볼을 주니

이 정도면 10년은 쓰겠다라며 많이 고마워 한다.

어느 정도 쓰다 시간이 지나면 버려야지요라며 조금은 미안한 마음의 표현을 하였다.

 

1130분에 사무실 전화회사와 Conference Call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5분이 지나도 연락이 오질 않아 전화를 걸었더니 받질 않고

메시지를 남기라는 기계음만 들린다.

뭐 이런 사람이 있어하면서도 전화를 걸어 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또 10여분이 지났다.

다시 전화를 거니 이번엔 받기에

우리 1130분에 Conference Call 하기로 약속되어 있지 않냐?"고 물으니

아무렇지도 않게 "I'm sorry"하고 만다.

누가 손님이고 사정해야 하는지 원~

내가 건강보험회사 다음으로 싫어하는 회사가 전화통신 회사다.

처음 계약을 할 때는 아주 친절한 척 하다가 계약만 끝나면 나 몰라라 하며

Customer care 쪽으로 넘겨 항의를 하면 그냥 적당히 "I'm sorry"하고

모든 손해는 손님이 감당해야하는 시스템, 그래서 싫다.

암튼 통화를 하는데 뭔가 손해 보든 듯한 느낌이 자꾸 들지만

지금 전화회사를 바꿔봐야 비슷한 경험을 또 하는 게 싫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적당한 선에서 적당한 타협을 하고 만다.

오늘도 그들의 3Contract 요청에 여러 가지 요구를 했지만 받아 낸 것이라곤

10% D/C와 공장에 낡은 Router 교체하는 선인데 그것도 계약서에는 넣어 줄 수 없고

그냥 자신들 내부적으로 Ticket 발행하는 수준에서 정리하자며

바로 Sign하라며 이메일로 Contract을 보내왔다.

조금 망설여지면서 하루 더 생각해 보기로 하였다.

 

점심은 어제 저녁으로 먹으려 클럽에서 togo 해 왔었던 두 가지 Burger,

Microwave에 데워 먹는데 올 들어 처음 먹는 것이라 천천히, 아주 느릿느릿

 

점심을 먹고 났더니 지난 이틀 토너먼트로 고단했던 몸이 나른해졌다.

의장에 편안히 책을 읽다가 잠시 깜박~,

그것도 Jonas가 외출했다 들어오면서 덜그럭 소리를 내는 바람에 5분여로 끝났다.

 

오후에 읽던 책을 마무리하였다.

아해가 사 준 지리의 힘

재미있게 읽었다기 보다는 나의 무지를 깨달았다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원래 지리에 문외한이라 아는 것도 별로 없었지만

어린이 식으로 표현하자면 땅 따먹기가 장·단기 적으로 힘은 물론

나라 경제와 국민의 살림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 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는 거다.

어느 지역에 어떤 나라가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버려지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되는 조그만 바위섬이

국가경쟁력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 것들 말이다.

암튼 좋은 책을 읽었다.

 

저녁은 있는 것들 정리해서 먹는 날

무국, 계란찜, 김치, 감자전

여러 가지 반찬을 해 놓으니 돌려가며 먹기에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버리게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함께 된다.

일단 있는 것들 먹고 다른 음식 생각 해야겠다는 게 오늘의 내 생각

 

후식은 포도와 조금 색다를 차를 마셨다.

우엉차

조금은 오래 우려내야 하는 인내가 더 필요한 차

하지만 보리차처럼 구수함과 약간 쓴 끝 맛이 매력적이다.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