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752일째, 2017년 7월 11일(화)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7. 12. 09:37

천일여행 752일째, 2017711() 애틀랜타/맑음

 

Favorite Club

지난 토요일 안 사장과 골프를 하면서 나눴던 대화다.

송 사장, 내가 지난 74일 치과의사 이명동 선생하고 골프했잖아

, 그랬지

“Golf ball retriever를 이 선생은 그렇게 안 부른데

무슨 말이야?”

아니 볼 건지는 것 말이야

, 그런데

이 선생은 ‘my favorite club'이라 한다는 거야

한 참을 웃었다.

내가 아는 이 선생은 미국의 신문을 많이 읽고 뉴스를 집중해 들으면서

미국의 시사나 상식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설명도 잘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기에

뭔가 특별한 용어가 있나보다 했었는데 엉뚱한 이야기를 하니 웃을 수밖에······

 

오늘 Eric과 골프를 하면서 그 이야기를 했다.

"Eric, this joke is from my Korean friend"

"What"

one of Korean friend has other name for a golf ball retriever"

"What"

"My favorite club"

 

Eric이 한 참을 웃더니

“That's not for you"

"What for me?"

"Your favorite club is putter or 60 degree"

가만히 듣고만 있자

"Your putting and short game are my せんせい(先生)“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곰곰이 생각하다 Lob wedge를 사용하게 된 일을 기억해냈다.

골프를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는 1996년경인가? 미국법인에 출장을 왔었다.

지금은 뉴질랜드로 이민 가서 사회복지 공무원을 하고 있는 동기,

오중균이 미국법인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함께 골프를 하게 되었다.

자기가 60도 웻지를 새로 샀는데 그린 주변에서는 최고라고 하며

나에게도 사용할 것을 권하기에 당시에 꽤나 날리고 있는 Lob wedge를 하나 샀다.

한국으로 가서 쳐 보는데 이건 영 아니었다.

파고들었다 싶으면 볼이 붕~ 떴다 거의 제자리에 떨어지고

조금 멀리 보내려 살짝 들어 치면 볼을 정통으로 맞춰 그린을 훌쩍 지나곤 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클럽이었고

내가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어려운 클럽을 왜 사용하느냐?”며 핀잔을 주었다.

골프를 접었다 미국에 와서 다시 시작했을 때도 예전에 샀던 60도를 그냥 가지고만 있었다.

그러다 다른 사람과 차별된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 60도를 다시 잡아들었다.

틈만 나면 연습을 하면서 조금씩 익히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내 Favorite Club이 되었다.

Tee shot이나 두 번째가 길지 않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나는

그린 주변에 가면 가장먼저 고려하는 것이 Lob wedge.

나와 비슷한 실력을 가진 한 친구는 60도로 그린에서 스핀으로 세우려고 하는 나에게

그린의 딱딱함이나 경사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걸 세우려 하느냐? 굴려야지하면서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하였음에도 계속 연습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생각하는 만큼 뜨고 떨어져 한두 번 Bounce 하고 멈추는 것을 터득하였다.

그렇다고 할 때마다 되는 것은 아니고 할수록 성공률이 높아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거기에 다른 사람들이 잘 못하는 것을 하는 것에 대한 칭찬을 들으며 더욱 열심히······

 

아해가 골프를 한다 했을 때 다른 것은 몰라도 꼭 강조해 주고 싶은 것이 Lob Wedge.

남자들도 잘 사용하지 않지만 여자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나이가 들어 거리가 줄어들수록 그린 주변에서의 플레이가 많아지면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때문인지 아해는 Lob & Gap wedges 사용을 잘 사용하고 있으면서 실력도 꾸준히 늘고 있다.

 

Eric은 나에게 퍼팅과 숏 게임의 선생이라며 일본말로 센세이(せんせい, 先生)라고 한다.

그가 키가 크고 샷이 길어 나보다 골프를 잘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지만

On green을 하고서도 올리지 못한 나에게 방심하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두 가지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 일요일 1 down에 이어 오늘도 2&1으로 Eric에게 Hole match에서 졌다.

전체 Stroke에선 적어도 2~3타 이겼는데 Hole match는 진 거다.

그 만큼 Eric이 나를 이기기 위해 약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도 남자이기에 지는 것이 싫지만 너무 약게만 치는 것은 지향하고 있다.

약아지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

전체 점수가 나빠지는 습관이 들기 때문이다.

암튼 오늘도 즐겁게 플레이를 하면서 내 핸디는 충분히 지켰다.

 

어제 몸살기에 약을 먹고 잤음에도 밤사이 자주 잠에서 깼다.

다시 음악을 틀고 눈감고 편안함을 유지하다 잠에 들기를 반복하다 아침을 맞이하였다.

때문에 아침에 몸이 무겁긴 했지만 뼈마디와 살이 아프던 몸살기는 사라졌다.

아침식사, 스트레칭, 출근, 운동, 모두를 정상적으로 잘 이겨냈다.

점심은 클럽에서 샐러드를 먹고 Acura에 가서 어제 맡겼던 차를 찾아 사무실로 와서는

내일 있을 Insurance Audit 준비와 매월 CPA에게 전달하는 서류를 정리하였다.

 

퇴근해서 잠시 쉬다 김치찌개와 오징어볶음을 데우고 오이무침과 조개젓으로 저녁상을 차렸다.

멜론으로 후식까지 먹고 나니 포만감에 스르르 잠이 오기까지 하지만 참는다.

한차례 비가 쏟아지려는 듯 하늘이 캄캄해 졌지만 이내 석양이 금빛 노을로

건너편 숲의 윗자락을 촛불처럼 밝히며 저물어가는 하루의 인사를 대신한다.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

길게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