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753일째, 2017년 7월 12일(수)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7. 13. 09:04

천일여행 753일째, 2017712() 애틀랜타/맑음

 

기억력의 한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전부 사실일까 아님 잘못된 것일까?

오늘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면서 작년과 2년 전 이맘때의 기억

뚜렷하기에 틀림없이 그 기억이 맞다 생각 했지만 조금은 틀렸다.

아해가 내 천일여행을 보면서 이야기 했을 때야 내가 기억하는 날짜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천일여행이라는 일기가 있어 그나마 틀린 것을 찾아내고 함께한 추억을 더듬긴 하였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떨어지게 된 일이기도 하다.

만일 기록을 사실대로 하지 않는다면?‘ 하는 아찔한 생각도 하였다.

 

오늘 운동을 마치고 잠시 박일청 사장과 통화를 하였다.

한국에 간다는 계획과 페이스북을 통해 갔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지만

언제 여기로 돌아오는지는 모르고 있었던 터라 첫 질문이

잘 다녀오셨어요?”였다.

그럼, 지난 금요일에 왔지. 송 사장도 잘 다녀왔어?”

, 잘 다녀왔습니다

다녀왔는데도 연락이 없어 궁금해 내가 먼저 전화를 했지

, 감사합니다

나는 송 사장이 먼저 전화할 줄 알았어

아니요, 저는 언제 오시는지 몰라 전화를 못했습니다

에잇, 이 사람아! 카톡으로 연락하면 되지, 사랑이 부족해 그런 거 아닌가?”

후배인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는 핀잔 섞인 소리다.

에궁, 그럴리가요? 선배님 여행 방해 할 까봐 얌전히 기다린 거죠

그야말로 순간적인 대처였다.

그래? 연락 안 했다고 한 마디 하려다 내가 한 방 먹었네

제가 어떻게 형님께... 당연히 제가 선배님을 사랑하죠

허허허~ 그래요. 언제 한 번 봅시다

, 그러시죠. 이번 주는 곤란하고 다음 주 하루 날 잡죠

그래요. 연락주세요

그렇게 끊었다.

나는 카톡 같은 SNS로 사람들과 소통을 즐겨하지 않고

그렇다고 전화로 안부를 묻거나 하는 것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사무실에선 한국말로 떠드는 것이 싫어서, 집에서는 그냥 조용히 쉬고 싶어서,

그리고 누군가 함께 있을 땐 예의 상이라는 이유를 달아

특별히 급한 것 아니곤 연락을 주고받는 일이 거의 없다.

때문에 회사에 있을 때 전화가 오면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집에 있을 땐 거의 무시하곤 나중에 내가 집에 들어가면 전화랑 안 친해서라는 이유를 댄다.

물론 한 사람을 제외하곤 말이다.

그러니 박 사장이 한국에서 왔는지를 카톡으로 묻는 일은 가능성이 희박한 거다.

그걸 방해 할까봐 얌전히 기다렸다고 순간대처를 한 것이다.

전화를 끊곤 순간대처에 대해 한 사람이 기억났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순간대처능력이 뛰어나다고 인정한 이가 한 사람 있다.

30대 초반에 나와 동갑인데 상사였었던 그 사람,

그 이전까진 순간대처능력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자부했었다.

그 사람과 회의를 마칠 때 자 지금까지 회의한 주요한 사항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하더니 토의한 주요항목들을 하나씩 열거하면서 여러 사람들이 개진했던 의견을 나열하곤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렇게 정리하는 데 동의를 했었죠라며 회의록을 정리하였다.

마치더니 이렇게 정리하는 것을 동의한다는 의미에서 참가자들이 서명합시다라며

회의록이 돌아 내 손에 잡혔을 때 깜짝 놀라며 멈칫했었다.

거의 모두 그가 제시한 의견대로 결론 지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명을 거부할 수가 없었던 것이 이미 앞에서 몇 사람이 서명을 마쳤기에 그냥 진행하며

그가 무섭다는 생각과 함께 다음부턴 당하지 않는 방법이 무얼까?’하며 머리를 굴렸다.

 

순간대처능력이 빠르다는 것은 칭찬 같은 긍정적인 말론 머리회전이 빠르다지만

비난 섞인 나쁜 말론 잔 대가리를 잘 굴린다라고 한다.

하지만 당사자 바로 앞에선 나쁜 말로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고

너무 빠른 사람에게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데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놀란 사람은 오직 그 한 사람이다.

내가 기술기획에 소속해 있을 때 그 사람은 몇 개월 정도 내 상사를 했었는데

매 번 비슷하게 회의를 이끌어 가곤 하여 자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었던 것 같다.

나중에 부서가 다를 때부턴 그가 참석하는 회의에선

오늘 회의록은 제가 작성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맞서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이 기억도 정확 한 건가?

 

오늘 운동은 Yang Kim과 함께 했다.

원래 혼자 9홀을 걸으려 했는데 시작 직전에 나타나선

제가 Join 해도 될까요?”

갑자기 나타나시면 늘 상 하시는 말씀이라 한 번은 농담으로

안 되는데요라고 했었지만 거절할 수 없는 요청,

잠시 뒤 Jim이 나타나더니 “Mr. Kim will join with you"라기에 "Yes, I know"

지난 74일 안 사장이 이명동 선생과 함께 할 때도 Join 하셨는데

, 김 두 분이 Slow player라 몇 번 경고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더 느려지셨나?’하는 생각을 했었기에 오늘은 늦지 말아야 하는데라는 혼잣말을 했다.

다행이 지연시키지 않으려 내가 치고 나면 카트를 타고 먼저 가서 치곤하는 노력을 보이셨다.

때문에 내가 예상했던 시각에 거의 맞춰 끝낼 수 있었다.

이어 샤워, 점심 Togo, 사무실 도착, 점심 식사까지 마치니 12시를 조금 넘겼다.

Insurance Auditor1230~ 130분 사이에 도착한다 하였으니 시간 여유가 있어

자료를 다시 한 번 검토하며 시간을 보냈다.

 

1시를 조금 넘겼을 때 Auditor가 도착하였다.

작년에도 왔던 사람이라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맞이하였고

그 역시 작년과 비슷하니 금방 끝낼 수 있을 거라며 나에게서 자료를 건네받곤

혼자 앉아서 컴퓨터 작업을 하고 필요하면 부를 테니 내 할 일 하라기에 자리로 돌아왔다.

 

한 시간 가까이 자료를 검토하고는 일부의 문제를 찾아냈다.

작년, 그러니까 20168월 말 LuisInsurance가 약 한 달간 Suspend 된 일이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미 Check을 발행한 금액이 16천 달러 조금 넘는다.

이는 우리가 Penalty를 받아야 하는데 아마도 4~5천 달러는 더 내야 하는 부분이다.

다른 것은 이상이 없다며 한 달 뒤 Package를 보내 줄 것이고 내년에 다시 보잔다.

안 봤으면 참 좋으련만 말이다.

암튼 Audit은 그렇게 끝났고 Accounting 사무실 형광등 교체 작업을 했다.

자꾸 문제가 되어 이 참에 LED Type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조수로 Christian의 도움을 받았다.

오랜만에 천장을 보며 하는 일이라 그런지 마치고 났더니 등줄기가 시큰거렸다.

파스파도 붙여야 하나?

그런데 누가 붙여주지?

 

퇴근하면서 아해와 통화를 하는데 떨어져 있는 게 어찌나 야속하던지······

그렇게 이야기하면 아해가 마음 아프고 또 징징댄다고 그럴까봐 꾹 참고 견디며 집에 도착,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통화를 마쳤다.

 

집으로 들어와 일하면서 뒤집어 쓴 먼지 씻어내기 위해 샤워, 잠시 쉬다 저녁 준비,

오늘도 딱히 준비래야 별 것이 없었다.

닭볶음탕 데우고, 계란찜에 김치, 무친 조개젓으로 상을 차려선 천천히 먹고는 체리로 후식,

앉아서 TV 보다가 설거지하고 저녁을 보냈다.

 

Audit 준비하고 받는 다고 신경 써서 그런 가 급 피곤해졌다.

자꾸 눈이 감기는 걸 참으며 저물어가는 노을과 눈으로 대화를 하였다.

노을에 비친 나뭇가지가 잔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이 한숨지어지는 가슴을 달래기도 하였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