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788일째, 2017년 8월 16일(수)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8. 17. 09:16

천일여행 788일째, 2017816() 애틀랜타/맑음

 

아랫배가 살살 아픈 것이 당장이라도 쏟아 낼 것 같아 화장실로 달려간다.

하지만 변기에 앉으면 감감무소식

얼굴이 빨개지도록 힘을 써 보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 같이 반응이 없어

다시 침대로 돌아오지만 여전히 배는 화장실에 가야 한다며 재촉한다.

! 오늘은 정말 집에서 쉬어야 하나보다

어느새 잠들었는지 눈, 몸은 나른한데 배가 의식을 건드린다.

 

모닝콜에 눈을 뜨고 Voice Talk에 전화기를 집어 들었을 때 첫 마디가

오늘 쉬어야 할까봐

징징거리며 줄줄이 설명하자

그래야 되겠네. 오늘 집에서 푹 쉬어요

화룡정점처럼 마음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는 단호한 명령으로 들린다.

 

전화기를 던지듯 내려놓고 몸·마음은 하루 쉬는 ModeSetup

한 시간 쯤은 푹 잤다.

느낌은 어제저녁 잠자리에 들어 모닝콜이 있기까지의 8시간 끊임없이 노력했던

그 만큼 오래, 깊이 잔 것 같다.

 

뭘 하지?’

거의 해 보지 않은 뒹굴뒹굴

그래서 꼭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관성이 작용하기 시작한 거다.

오늘은 그냥 쉬자

바늘로 콕콕 찌르듯 되뇌지만 몸은 계속해서 꿈틀꿈틀

이것도 내 병 중 하나다.

벌떡 일어나 게으르고 싶으면서도 운동을 하는 의지보다 더 강한 병 말이다.

무슨 인내력 테스트 하는 것도 아니면서 한 번 쉬어보자는 의지력을 다짐하곤

일단 Pain kill과 항생제를 먹고 몸을 살살 달래곤 다시 침대에 눕는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였다.

 

점심때까지 하릴없이 보내다 떡만두국을 끓여 먹고는

오후에도 뭔가 하겠다는 뚜렷한 생각 없이 그냥 쉬었다.

이것저것 빨래 다리고 정리하면서 오후를 보냈다.

무료할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푹 쉬면서 몸과 마음을 달랬다.

 

저녁은 누룽지를 끓이고 카레, 오징어젓, 오이무침 등으로 먹었다.

 

얼마 만에 하루종이 집에서 종일 보낸 날인가?

여전히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성공하지 못하는 것도 계속되었지만

하루 종일 집에서 잘 쉰 것에 대해 내 자신이 대견스럽다고 하면 철부지 같은 건가?

 

잘 쉬었으니 내일은 또 열심히!!!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