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023일째, 2018년 4월 8일(일) 애틀랜타/오전/구름, 오후/대체로 맑음

송삿갓 2018. 4. 9. 09:37

천일여행 1023일째, 201848() 애틀랜타/오전/구름, 오후/대체로 맑음

 

4월 하고도 8일인데 아침 기온이 38, 정말 춥다.

밤사이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일기예보에 이불을 두 개나 덮고 잠자리에 들었더니

새벽녘에 정말 따스함을 느끼며 아침이 되어도 일어나기 싫다는 게으름을 피우고 싶게 하였다.

그럼에도 내가 누구인가?

게으름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나는 아해의 모닝콜에 몸을 일으켜 아침의 차가운 공기에

나를 노출시키며 몸을 움츠리게 하였다.

스트레칭을 하고 어제과 같은 아침, 베이글과 식빵, 아보카도에 치즈, 불루베리 잼에 시리얼까지

커피는 이미 먹은 아침의 여운을 즐기도록 Upgrade해 주는 촉진제가 되었다.

그사이 밝아온 아침, 건너편 숲은 차가운 공기와 어우러져 고요한 일요일아침의 풍경을 그려냈다.

어떤 나무는 이미 짙은 녹색으로 어떤 나무는 이제 막 잎을 피워 연초록의 가녀린 색깔로

강한 햇살로 그림자를 만들어 극과 극의 빛을 조화를 이루는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채색의 조화를 이루며 그를 바라보는 내 눈과 마음을 차분한 사색에 잠기게 한다.

이런 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주전자가 올려 있는 작은 난로 가에 사랑하는 이와 앉아

향긋한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더욱 좋았으련만,

뭐 그런 아쉬움이 있지만 전화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것도 행운이다.

그렇게 차분한 일요일 아침을 보내고 느릿느릿 나갈 준비를 한다.

 

뭐 그렇게 오래 갔다 왔어?” 박일청 사장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하기에 우리한테 삐쳤나 했지요?” 조미영(박일청 사장 부인)

오늘 Northwood 골프클럽의 1번 홀에 인사를 하러 갔더니 두 분이 했던 첫 인사였다.

그리고 18홀을 마치고 클럽하우스에 인사하러 갔을 때

여기 햄버거는 손으로 직접 만들어 주는 건데 먹고 가지요?” 조미영

아닙니다, 그냥 내려가서 TV보면서 쉴래요.”

그 사이 박일청 사장은 눈과 손은 연신 전화기에 가 있고 건성으로 뭐라 말을 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늘 박일청 사장을 만난 게 지난 10월의 CBMC모임에서 보고 처음이니 족히 6개월은 되었다.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편한 후배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좋은데

오늘 클럽하우스에서 인사 할 때처럼 사람을 앞에 두고 전화기를 바라보는 좋지 않은 매너와

매트로시티은행의 김화생 행장과의 골프 사건에서 보인 무례함으로 인해

마음속으로 불가근불가원을 다짐하며 거리를 두고 살기 시작한지 6개월이 된 셈이다.

그 사이 내 생일날 점심시간 가까이 전화를 걸어 와서는 점심을 먹자기에

김영자 사장 부부와 점심 약속이 있어 선약이 있음을 이야기 했더니

자신이 점심을 먹자면 따라야 되지 않느냐는 식의 이야기에 남았던 온정이 식고 5개월,

지난 3월 중순 야운데에 있을 때 점심식사 하자는 메시지가 오고 거의 한 달이 지나고

오늘 Northwood에서 하 사장과 골프를 하는데 바로 앞 팀이라기에 연습하다말고

1번 홀로 미리 가서 인사를 하였을 때도 건성으로 대답하더니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점심을 함께 하자는 형수님의 제안에 마치고 집에 가서

마스터즈 골프를 보겠다고 대답하였지만 거기 있는 거 아는 데 그냥 올 수 없어

예의상 찾아가서 인사를 하니 일부러 인사하러 여기까지 왔어요?”하는 형수님의 말에도

눈은 전화기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이며 뭔가 이야기를 하는 게 건성으로 들리는 것은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온정이 식은 내 마음이 더욱 차가워졌기 때문인가?

그러지 말자고 나를 달래긴 했지만 쉽지 않은 것은 내 성격 때문인가?

 

형수님이 형 무지 좋아하던데?”

지난 수요일 박일청 사장 부부와 식사를 했던 하 사장이 오늘 했던 말이다.

다른 사람 같으면 벌써 내쳤을 텐데 그나마 불가근불가원 정도로 관계유지를 하는 것은

박일청 사장이 선배인데다 형수가 워낙 잘 챙겨준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 예상으론 다음 주말의 토·일 중 하루는 그 부부와 함께 골프를 할 것 같은데

많이 표 나지 않게 적절한 관계유지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어쩌면 박일청 사장은 본인이 그러는 것을 전혀 모르거나 의식하지 않고 있는데

나만 조심하며 신경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 자신이 안쓰럽기도 하다.

 

하종구, 유상선 후배들과 골프를 마치고 집에 와서 올리브 오일에 익힌 토마토를 먹고

아해와 한 참을 영상통화로 마음의 위로를 받고

지난 1주일 입은 빨래를 세탁기에 돌려 널고 마스터즈를 보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어제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매우 춥다는 일기예보에 따라

두 개의 이불을 덮고 잠자리에 들었고 새벽녘 잠시 깼을 때 따스함을 느끼면서

저녁에 호박을 넣고 된장찌개를 끓여 먹을 생각을 했었고

아침에 통화 할 때 아해가 점심으로 된장찌개를 끓여 먹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오늘 골프를 하면서 해가 날 거라는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구름이 많이 끼고 바람이 불면서 추위를 느낄 때 따스한 된장찌개를 또 생각했었다.

저녁에 곱게 간 멸치에 된장을 풀고 감자, 버섯, 호박, 두부 등을 넣고 찌개를 끓였다.

예상했던 것 보다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구수함을 충분히 느끼면서 몸에 온기를 더했다.

무생채에 삼치구이를 곁들여 저녁을 먹고는 카모마일에 아보카도로 저녁시간을 즐겼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잘 보내고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