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439일 2019년 5월 29일(수) 애틀랜타/맑음

천일여행 1439일 2019년 5월 29일(수) 애틀랜타/맑음

 

여자에 대한 공포감

내가 여자에 대한 공포감을 잊고 산 지 한 참이 되어 이제는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아직도 내가 두려움과 공포가 남아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오늘은 골프장의 그린에 구멍을 내고 모래를 뿌린, 즉 Aerification을 하여

Pines-Pines Turn하는 날이었고 Zu Yang과 두 번째 그룹으로 골프를 시작하였다.

Mr, Yang은 카트를 탔기 때문에 첫 9홀을 2시간 훨씬 전에 마칠 수 있었다.

9번 홀을 마무리 할 무렵 남자 골퍼 한명이 1번 Tee에서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뒤에 여자 골퍼 2명이 카트를 타고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9번 홀을 마친 우리는 자연히 여자 골퍼 2명 뒤에서 기다리다 그녀들이 Tee Shot을 하고

우리도 뒤를 따라 가고 있는데 뒤에 여자 그룹이 따라오는 것을 보고서야

오늘이 수요일이고 여자들 게임하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따르는 것으로 생각,

하지만 1번 홀 페어웨이에 있을 때 스타터인 Scott이 와서는 우리가 여자그룹 중간에 있으니

다음 홀에서 path true하라며 앞의 여자 그룹에 가서 조정을 하겠노라며 떠났다.

잠시 뒤 1번 홀 두 번째 샷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다시 와서는 다음 홀(2번 홀) 중간에

Catch up하여 앞으로 나가도록 이야기 하였다는 말을 남기고 1번 홀 Tee Box 쪽으로 갔다.

급한 마음에 1번 홀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고 바로 2번 홀 Tee Box에 올라가니

앞의 여자 Tee Box에 여자 두 명이 샷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샷을 하기위해 쳐도 되냐는 듯 손을 두세 변 흔들었지만 반응이 없어 알았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Tee Shot을 하자 앞의 여자 2명이 손을 흔들면서 큰 소리를 치는데

"Are kidding me!!"

"Can't you see us???"

순간 식은땀이 줄줄 흐르며 정신은 몽롱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며

Sorry를 연발하면서 그녀들 쪽으로 빨리 걸어가자 인상을 푹푹 쓰며 발광하듯 소리를 친다.

공포감으로 온 몸이 경직되고 Scott의 이야기를 듯고 쳐도 되는 것으로 알았다고 하자

전화로 Scott을 불렀으니 기다리라고 하는 데 나는 당황하듯 "I'm sorry!!"만 반복하였다.

그러다 일단 그냥 가서 빨리 마무리하라는 소리를 듣고 떨 듯이 앞으로 걸어가는 데

볼까지 왜 그리 멀던지...

하기야 Zu Yang은 칠 생각도 못하고 카트를 타고 뒤도 안 보고 앞으로 냅다 도망.....

페어웨이에서 두 번째 샷을 하고 그린 쪽으로 걸어가면서 들었던 생각이

나에게 아직도 사람, 특히 여자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암튼 여자 소리치는 것이 너무도 두렵다......

 

Pines 두 바퀴를 마치고 그릴에 앉아 점심을 먹고 기다리다 동제한의원에 가서

어깨 진찰을 받았지만 침이나 약은 주지 않고 서두르지 말고 Hot Pak으로 서서히

스스로 치료하는 방법이 최고라는 말을 듣고 비상시에 먹을 우황 청심환 10개를 사고

바로 Costco로 가서 빵과 치즈, 햄, 과일 등을 사고 집으로 내려왔다.

아해와 통화를 마치고 잠시 쉬다가 어묵국을 끓여 저녁을 먹고는 설거지,

그리고 오늘 사 온 빵을 썰어 냉동실에 보관하니 엄청 고단하다.

꼭 오늘 우황 청심환을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피곤하고 등줄기가 아픈 게

아마도 아침에 골프장에서 놀란 마음이 더욱 고단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오늘은 많이 늦어져 동네 한 바퀴는 안 될 것 같아서 시간을 가지고 스트레칭을 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