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675일째 2020년 1월 20일(월)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20. 1. 21. 11:24

천일여행 1675일째 2020120() 애틀랜타/맑음

 

게을러 지고 있는게 분명하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는 것 때문에 귀찮아하면서 가능한 피하려는 게 얼마 전부터...

날씨가 추워지니까.’로 내 자신에게 변명을 만들면서 따스해지면 괜찮아 질 것으로 다독다독.

오늘 아침 기온이 어제보다 더 내려갔다.

게을러지지 말자며 벌떡 일어나 아침 운동을 하는 건 그래도 다행이었다.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면서 아니 어제 저녁부터 오늘은 공장의 기계를 고쳐야 하므로

작업복(달리 작업복이랄 게 없지만 먼지가 많이 타거나 혹시 손상이 있어도 괜찮은 옷)

준비하면서 보온에 신경을 많이 썼다.

운동을 마치고 옷을 입으면서 추운 날씨에 공장으로 나가 기계를 고쳐야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또한 게을러지는 것 중의 하나고

사무실 컴퓨터를 Windows 10으로 변경하는 걸 차일피일 미푸는 것 또한 게으름의 하나다.

어제 잠자리에 들 때 오늘 출근하면 오전엔 2대의 컴퓨터를 마치고

오후엔 Part가 도착하면 기계를 고칠 마음을 먹으면서 수차례 마음 속 예행연습까지 하였다.

그랬음에도 아침에 출근하면서는 약간의 귀차니즘이 발동하며 언제까지?’라는 생각을 했다.

 

사무실에 출근해 년말 결산과 세금보고 자료 등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Luis가 와서는

“Bridge Saw를 사용할 수 없냐?“고 묻는데 뻔히 알면서 그런다는 반감의 생각이 들었다.

“Part가 올 때까지 SawPower를 손대지 마라.”고 말하는 것 또한 좋은 태도는 아니었다.

"Cesar의 기계를 사용하면 되는 데 그 또한 Jonas에게 묻고 Arrange해서 사용하라.“

"Cesar가 오늘 일을 하지 않는다.“는 대답이다.

절대 그럴 일이 없기에 정말이냐?”고 물으니 아무도 안 나왔다며 그렇단다.

그의 의도는 자기가 CesarSaw를 사용할 요량으로 묻는 다는 걸 알았기에

그들이 오늘 일을 안 해도 Jonas 허락 없이 사용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고 5분도 지나지

않아 Cesar가 와서는 Saw에 문제가 있다며 봐 달란다.

지난 금요일 Luis Saw를 점검하며 Control Board 한 장으로 교체하였는데

아마도 그게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짐작하여 가서 확인하니 아니나 다를까.

Luis Machine에 있는 것을 떼서 장착해 돌려보니 문제가 없이 잘 돌아간다.

결국 Board 한 장이 더 문제가 생긴 게 확인 되었기에 Christian에게 Part를 추가로 Order

하라고 시키고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몸에 한기가 도는 게 좋지가 않다.

해서 서둘러 채비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오트밀을 끓여 따뜻하게 점심을 먹고는

침대에 누워 한 숨 자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아해가 잠 잘 시각이 되어 영상통화를 하고 쉬면서 시간을 보내는 데

Christian으로부터 Part Order는 잘 했는데

CesarMachine이 같은 문제로 Shutdown했단다.

정말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며 Control Board를 모두 바꿀까하는 생각을 하다

일단 내일 Part가 도착하면 Luis 것부터 수리를 완료하고 다음 생각을 하는 걸로 정했다.

어차피 추워 적어도 수요일까진 운동을 못할 것 같은데 기계와 씨름하게 생겼다.

자꾸 게을러지려는 나를 혼내는 건가?

 

<리스본행 야간열차>

영화를 봤다.

아해가 잠자리에 들기 전 한 번 봐.“라며 추천해 준 영화였는데

아마존에선 찾기 쉽지 않아 구글에서 한글로 찾았더니 여러 군데에 있어

골라서 볼 수 있었고 자리를 잡아 움직이지 않고 끝까지 봤다.

마쳤을 때 아해가 왜 이 영화를 보라고 했을까?’란 생각을 잠시하고는

나중에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정리한 이유는 영화의 Ending장면에서

안과의사가 스위스로 돌아가려는 그레고리우스에게 했던 말이 너무 강해서다.

왜 여기에 머물 생각을 하지 않는 거죠?”

머물렀는지 아님 떠났는지 영화에선 알 수 없지만

난 머물러야한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소할 수 있다.‘

영화에서 아마데우스가 쓴 책 <언어의 연금술사>였듯이 좋은 문장이 많이 나온다.

수첩을 들고 적어놓고 싶을 정도로 많아 영화를 마쳤을 땐 거의 다 잊었다.

하지만 생각 날 듯 말 듯한 긴 문장이 위의 것이라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았다.

아마데우스와 스테파니아의 운명적인 만남은 아쉬움을 남긴 체 함께하지 못한다.

그리고 또 다른 우연한 만남인 그레고리우스와 안과의사인 마리아나는

어떤 결과인지 숙제로 남기고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고 한 참을 생각하는데 안도하고 마음이 푸근하였다.

 

아침부터 기계를 고치느라 떨어 힘들었던 하루

또 다른 기계가 말썽을 일으켜 내일 아침부터 또 씨름해야하는 귀찮은 상황이었지만

아해가 권해 준 영화를 보고 푸근해진 이유는 아해와의 만남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을 정리하면서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만남이 사소했는지 요란했는지에 대한 다름의 정의는 쉽지 않지만

난 운명적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이렇게 저문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