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801일째 2020년 5월 25일(월) 애틀랜타/대체로 흐림, 저녁에 비
오늘 Memorial day라 휴일이었다.
해서 오늘도 골프를 하게 되었는데 시작은 안 사장, Eric, Kevin 등 넷이었다.
시작 전에 연습장에 올라갔는데 연습을 하고 있는 Eric을 향해 아는 체하려 손을 들려다
못 본 척하는 모습에 뻘쭘한 상태에서 마음을 접어야 했다.
나에게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어 그런지 생각을 해봤지만....
나이 60이 넘은 사람들, 특히 내가 이렇게 사는 것에 후회나 반성까지는 아니지만 불편했다.
골프를 하면서도 슬쩍슬쩍 눈치를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도 원인을 모르겠다.
내가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라면 그냥 뭐라고 말이라도 걸어 해소해 볼 시도를 했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모른척하고 골프에 집중하는 데 그럴수록 눈에 거슬리기만 했다.
내가 샷을 하려는 데 딸그락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이나 내가 퍼팅을 하려는 데 기다리지 않고
자기 퍼팅을 먼저 하는 모습, 그리고 티 샷에서도 안 사장이 먼저하고 있는 중에도
바로 자기가 하겠다는 듯 몸을 움찔거리는 모습 같은 것들이 자꾸 눈에 들어와 편치 않았다.
한 마디 말도 하지 않다가 Pines 8번 홀에서 그의 세 번째 샷이 물에 빠졌을 때
"Mr. Song, can you help me?"라며 볼을 건져달라고 부탁을 하기에 건졌는 데
그의 볼이 아니라 그냥 Keep, 다른 때 같으면 그의 볼이 아니더라도 던져 줬을 거였다.
그렇게 거의 대화없이 9홀을 마쳤을 때 그가 간다고 하는 데 조금 의아스러웠다.
나중에 안 사장의 전언에 의하면 오늘 골프를 시작하기 전 연습장에서
전동카트가 올 때까지(6월에 온단다) 허리 때문에 9홀만 치겠다고 했단다.
암튼 그가 9홀을 마치고 떠나고 나서는 마음이 어찌나 편하던지...
그러곤 들었던 생각, 나도 참.....
3번 홀부터 안타까운 나를 생각하며 [갈무리]를 읊조렸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도대체 왜 이런지 몰라. 꼬집어 말할 순 없어도.
옆에서 듣고 있던 안 사장이 추임새를 넣는다.
“빠밤~”
셋이 후반을 치는 데 카트를 타는 Kevin이 앞서 나가서 치고는 걷는 우리를 기다림의 연속,
5번 홀에서 우리는 페어웨이 중간에 있는 데 그린에서 기다리고 있에 먼저 가라고 신호를
했더니 좋아라 하고 떠나고 이후론 안 사장과 둘이 걸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안 사장이
힘이 들어 그런지 대충대충 치기에 나도 보조를 맞추며 충분히 즐기지 못한 마무리를 하였다.
집으로 오는 중에 아해가 집에 비가 샌다며 동영상을 보내왔는데 집에 도착해 보니
새는 수준이 아니고 전등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데 내가 전기에 감전되는 것 같은 무서움,
아해는 전기 감전을 잘 몰라 태연한 것 같은데 그걸 잘 아는 나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 하루라도 빨리 그곳을 빠져나오길 간절히 바란다.
연속 7일(금요일은 9홀)을 걸었더니 지난 토요일 후반부부터 힘들었는데 오늘 18홀을 마치곤
무슨 대장정을 끝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누가 억지로 시킨게 아니고 나 즐겁자고, 운장삼아 한 일임에도 육체적으론 버겁다는 생각,
한 편으론 꼭 의무감으로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그럼에도 하지 않으면 늘어져 있을
것 같고 그러면 게을러질 것 같아 나를 다독여가며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한 건 분명했다.
어쩌면 내가 이러는 게 행복에 겨운 투정 같은 거다.
속이 좋지 않은 듯하여 버섯, 굴, 계란을 넣고 끓인 오트밀, 난 이것을 버섯굴죽으로 부른다.
오늘 저녁 메뉴인데 반찬은 고추짱아지와 오이김치, 그리곤 카모마일과 포도로 후식까지.
설거지를 하곤 족욕을 하며 TV를 보며 저녁 시간을 보내는 데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예보엔 소나기라고 했었는데 그 보단 조금 더 많이 내리는 중에 마음수련을 했다.
3일 연휴를 잘 보내고 내일은 출근이니 오늘 깊이 자기를 바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 하루도 참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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