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807일째 2020년 5월 31일(일)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20. 6. 1. 10:04

천일여행 1807일째 2020531() 애틀랜타/맑음

 

화해 시도

Dr. Fang과 불편한 관계가 마음에 걸려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들었다.

골프장의 주차장에서 아는체하며 손짓을 해도 고개를 숙이곤 모른체하는 모습,

연습장에서 골프하러 나가려고 준비할 때 혹여나 마주치면 손을 흔드는 데

Mrs. Fang은 손을 흔들며 인사를 주고 받는 데 Dr. Fang은 딴 곳을 본다.

급기야 어제 같은 경우는 나와 같은 Tee group에 있자 빠져나가는 것까지

많이 불편하고 신경이 쓰였다.

거기다 박 사장, 그리고 Eric 등과 Dr. Fang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긍정적인 이야기보단 부정적인 이야기를 자꾸 하는 것도 나에겐 좋지 않은 게 분명,

그래서 예전처럼 다시 잘 보내고 싶은 마음이 수시로 일었다.

해서 얼마 전에도 화해를 시도할 생각을 하다가 기회를 놓쳤는데 생각이 나질 않는데

오늘은 작정하곤 아해에게 주려고 샀던 브릿지스톤의 e6 볼 박스를 들고 나갔다.

 

준비를 마치고 연습을 하면서도 Dr. Fang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는데

오늘 그들의 Group이 첫 time, 우리가 두 번째라서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한 참을 연습하는 데 그들이 출발 직전 Dr. Fang이 나타나 볼을 꺼내들고 그에게로

가는데 Starter와 이야기가 끊이질 않고 계속 이어져 잠시 서서 기다렸다.

눈치를 보다 다가가 인사를 하는데 여전히 못 본체를 하기에 더욱 가까이 가서는

볼을 건네주며 선물이라고 하는 데 처음엔 당황하며 손을 내 젓고

이어선 내가 골프 선생인데 자기가 왜 그걸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강하게 거절한다.

그래서 어제 너희가 나와 함께 Tee time에 있다가 빠져나가는 바람에

가까운 친구들과 재미있게 골프를 할 수 있었다며 받으라고 거의 안기다시피 하였다.

그랬더니 결국 카트에서 내려 받고는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예전에 그와 친하게 지낼 때 늘상 하던 방식의 인사를 오랜만에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연습장으로 돌아가는 데 Mrs. Fang에게 내가 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소리가

들리는 데 그런 모습을 본 박 사장이 모든 게 사르르 녹은 것처럼 보였단다.

 

박 사장은 허리가 아파 오늘 못 나온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는

아침에 일어나니 괜찮은 것 같아 나왔다.”며 들이대 우리와 함께 있던 다른 두 멤버를

Dr. Fang보다 먼저 내 보내고 박 사장, Eric등 셋이 Dr. Fang 그룹을 따라 가다

박 사장은 허리가 아프다며 9홀에 멈추고 떠났다.

그가 떠난다고 했을 때 나도 허리가 아파 잠시 생각하며 Eric이 멈춘다면 나도

그럴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Keep going, 나도 후반 9을 마저 걸었다.

 

15번 홀 Tee shot을 하고 페어웨이로 걸어가는 데 지나가던 마샬하고 Eric이 한 참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Eric이 나에게로 와서는 앞 그룹이 우리에게 Path true하라는

말을 들었냐며 "No."라고 하자 앞 그룹이 우리보고 지나가라고 했는데 우리가

거절했다는 말을 마샬에게 들었다며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데 순간 아침에 화해시도 했던 게 물거품이 되는 것 같은 불길한 생각...

그리고 계속 걸으며 생각해보니 그런 만일 그런 거짓말을 했다면 앞으로의 험난을

예상하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으로 나를 타일렀다.

18번 홀 Tee shot을 하곤 Eric이 앞 그룹이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이상한 소리를 하기에 아마도 Communication mistake가 있을 거라는

말로 타이르는데 나 자신도 그렇게 다독였다.

 

골프를 마치고 내 자동차 있는 곳으로 가기위해 주차장을 걷는 데

앞서 마친 Dr. Fang이 나를 보더니 반갑고 친절하게 인사를 하며

자기들이 Slow play로 미안해 지나가라고 했는데 왜 그러지 않았느냐고 설명한다.

순간 스쳤던 장면, 12번 홀에서 우리가 Tee shot을 하려는 데 Mrs. Fang

Cart 길에서 우리를 보고 있었는데 그 때가 지나가라고 신호를 했었지만

우리가 보질 못하고 그들이 가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니까 18번 홀에서 내가 Eric에게 이야기 했던 Communication mistake

순간이었고 Eric에게 긍정적으로 설명한 것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에게 우리가 Path true 신호를 못 봐 미안하다며 지나가려는 데

두 손을 모으고 가까이 오면서 감사합니다.”라는 한국말까지 하기에

셰셰라고 중국말로 화답하면서 오늘 화해시도는 잘 했다는 생각에 몸에 온기가 확 돌았다.

 

애틀랜타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저녁 9시부터 Curfew(통행금지)라는 경고문구가 전화기를

통해 알려왔는데 TV에서는 시위대가 도로 걷는 모습이 보였지만 집 앞의 도로는 한산을

넘어 너무 조용해 약간은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코로나에 폭동까지 참 미국이란 나라 이해가 쉽지 않고 쉽지도 않다.

 

내일은 아침에 병원에 가서 피를 뽑는 날이라 오늘 저녁 이후론 아침까지 금식이다.

에궁~, 맨날 이것저것 검사하는 병원입장에선 사무적으로 금식하세요.”라고 말하지만

따라야하는 나는 불편하기가 그지없지만 어쩌랴....

 

오늘은 마음의 불편함 하나를 해결했다는 가볍고 개운함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니 좋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