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533일째 2022년 5월 27(금) 강화/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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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오늘 어머님의 건강검진을 위해 비에스 종합병원에 갔다.
예약 시각인 9시보다 20여분 일찍 택시를 타고 도착하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건강검진센터의 직원들이 친절하게 안내를 했다.
옷을 갈아입은 어머님과 문진표를 작성하고 이것저것 검진을 하는 중
가능한 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도와드리며 따라다니면서 많은 걸 체험하고 느끼고...
그동안 엄마는 병원에 혼자 다니며 기다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종합병원이라지만 시골병원이라 그런지 건강검진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인들이다.
그 중에서도 어머님은 연장자에 속하는 데 이것 저것 많은 서류에 서툴러서 당황하고
간호사 등이 묻는 말에 나도 몇 번을 묻곤 하는데 어머님은 오죽하랴.
"제가 할게요"
내시경 센터에서 간호사가 어머님께 이름 쓰고 서명하라는 급작한 요청에 당황해서
손을 떠는 어머님은 보고 내가 하겠다고 나서니
"네, 아버님이 하셔도 되요."라는 간호사의 말에 '나를 남편으로 아나?'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니
"아드님이죠? 그럼 아버님이 하셔도 됩니다."
그렇구나. 나는 내 어머님의 아들이지만 다른 이에겐 나도 노인이구나.
그러기에 내가 벙벙거려도 이상하지 않은데
내 눈에 벙벙거리는 어머님은 다른 이들에겐 더 벙벙거릴 거리게 보일 거고
그러한 걸 몸소 느끼는 어머님은 얼마나 힘들까?
그러니 젊은 누군가와 같이와 도움을 받는 다른 이에 비해
혼자 오시곤 하는 어머님의 허전함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리다.
그래 오늘 잘 한 거구나, 어머님 모시고 온 게.
잠 잘했다며 나를 다독이고 이렇게 내가 있는 중에 기회가 된 것에 감사했다.
건강검진을 마친 후 택시를 타고 읍내에 있는 본죽집으로 이동해서는
어머님은 호박죽, 나는 전복죽으로 허기를 달랬는데
워낙 호박죽을 좋아하시는 어머님은 맛있다며 다 먹을 수도 있겠다했지만
결국 일부분 남겨 조그만 그릇에 담아 Take out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10여분 걸어 주민자치센터로 이동,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했다.
의외로 사람이 많아 제법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투표를 마치고 택시를 불러 집에 도착했다.
많은 일을 했다며 고단해하기는 어머님은 한 참을 주무시는 중에 동생이 들이닥쳤다.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복지사와 어머님을 도와주실 요양보호사가 도착했다.
2020년 12월 한 번 다녀갔다는 사회복지사는 어머님을 보고
“그 때보다 걷는 게 더 불편하고 힘들어 보인다.”며 안쓰러워했다.
물론 그 분도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조금 과한 표현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는 나로선 울컥하며 죄송함에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면담을 하고 설명을 듣는 중에 어머님은 날짜를 줄이자고 고집을 부렸지만
사정하듯 이번만은 져달라는 부탁을 거듭하며 매일 아침 3시간 1주일에 6일씩
도움을 받는 걸로 정리를 하고는 내 통장계좌를 주는 걸로 마무리했다.
그 두 분이 떠나고 동생은 드라이브를 하자는 제안에 어머님은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고
강화섬을 빠져나가 돌다가 막국수집에 자리를 잡고 메밀국수와 만두로 저녁을 먹었다.
제법 많은 양을 먹었기에 조금 운동삼아 산책을 하자며 어머님이 다니시는 교회로 이동
뒷산을 산책하곤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까지 해결했으니 집에선 별로 하는 일 없이 쉬다가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 건강검진을 잘 한 어머님께 감사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음에 감사
이번 주도 잊지 않고 일찍 들어와 어머님 드라이브를 시켜 준 동생에게 감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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