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55일째, 2015년 11월 22일(일) 한국 용인, 흐림
어제 저녁도 잠을 잘 이루지 못했어
잠을 자다 깨다 해서 책을 손에 잡았지
앙드레 말로의 ‘정복자들’인데 책을 깊이 있게 읽기보다는 잠이 안 와서
잡고 씨름하는 통에 책 내용에 빠지지 못한다
물론 책 내용도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제 저녁에 동생 부부가 왔잖아
동생이 워낙 기이한 행동을 많이 하더니
이제 나이 들고는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네
제수씨가 워낙 착하고 동생을 잘 보살핀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아침부터 밥을 먹었어
동생이 워낙 밥을 먹어야 하는 습관이 있기에 함께 먹은 거지
그리고 동생 차를 타고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모신 납골당에 다녀왔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어머님께서는 당신이 죽으면 아버지와 함께
넓은 곳에 시원하게 뿌려달라는 말씀을 내내하신다
예전부터 무덤도 싫고 납골당고 갑갑해서 싫으니
훨훨 세상을 날아다니게 깨끗한 곳에 뿌려 달라고 하신다
그 부분은 잘 모르겠어
본인은 그렇게 말씀 하시지만 동생들과 협의해서 잘 처리할 거지만
어머님이 자꾸 그런 말씀 하시니까 마음이 편치는 않네
언제까지 이렇게 혼자 사실 거냐?“고 물으니
지금처럼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하시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소유권이 어떻든
돌아가시고 나면 동생들하고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잖아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처분해서 더 편안히 살라고 하고 싶은데
어머님이 오해하실까 그러지도 못하고
납골당에서 돌아오는 길에 전화기 판매점을 들렸지
어제 밤에 동생이 “어머님 전화기 오래 되었는데 형이 교체해 드리면 더 좋아 하실 거다“하기에
그러려는 마음으로 매장을 갔는데 스마트폰 이외에는 별 것이 없다 하시네
어머님은 스마트폰은 필요 없다 하시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정말로 필요 없는 것 같고 말이다
그래서 김치냉장고를 하나 사 드렸다
전에 한 쪽이 자꾸 얼어서 다른 한 쪽만을 사용하고 있었고
옛날 방식이라 위에서 뚜껑을 열어 사용하시니까 노인네가 허리가 불편 하신 게
마음에 걸렸는데 간 김에 하나 사 드린다 했더니
“앞으로 몇 년을 더 산다고 그런데 돈 쓰느냐?”는 말씀에 은근히 속상하더라고
동생하고 두 말 하지 마시고 그렇게 하시라고 우격다짐으로 구입했다
어머니는 “생활비 받아 사는 것도 부담을 많이 주는데 이런 거 까지”라고 하셨지만
자주 들여다보지 못하는 마음에 내 자신이 송구함을 덜어내려는 마음도 있는 것 같았어
저녁에 동생부부는 집으로 돌아가고 어머님과 도 둘이 있게 되었지
이번 방문에 어머님께 자주 듣는 이야기가 “내가 얼마나 더 산다고”라는 말이야
처음에는 그냥 흘려들었는데 자꾸 반복해 하시니까 ‘정말 그러면 안 되는데’라며
그런 일이 없기를 기도해 보기도 한다
저녁이 다 되어갈 무렵에 어머님이 약수터에 가자고 하시더라고
바퀴가 두 개 달린 손으로 끄는 케리어에 플라스틱 박스를 싣고
그 안에 열 개 가까운 패트병을 넣어 끌고 앞장서신다
통화를 할 때 “오늘 뭐 하셨어요?”하면
“약수터에 다녀왔다”라고 하시는 데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이라
제대로 상상을 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할게 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20여 분을 걸어 도착한 곳이 광교산 약수터(이름이 있는 데 잊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그 옆에 쉼터의 의자에는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누는 것이
꼭 노인정 같은 곳이다
한 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사진을 몇 장 찍고 있는데
“저 위에 구경 다녀 오거라”하면서 운동 삼아 위를 다녀오라 하신다
조금은 가파른 등성을 바라보며 얼마 걸리지 않을 것 같아 출발 하지만
오를수록 끝은 보이지 않고 자꾸 발길을 이끈다
30여분 오르고 나서야 정상에 오르니 정자 두 개에 운동기구가 제법 많이 있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더라고
높이로 보아 연세 많은 분들이 쉽게 오를 수 있는 거리는 아니고
주말에는 가족들이 가벼운 등산차림으로 운동 할 수 있는 도심 가까운 쉼터 같다
시간이 흐르며 제법 어둑어둑, 어머님이 기다릴 것이 걱정되어 조금 빠르게 내려왔지
약수터로 돌아오니 마침 어머님 순서가 되어 물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니
왕복 족히 두 시간은 걸린 것 같으며 오랜 만의 운동이라 그런지 허벅지가 제법 뻐근하다
어머님이 해 주신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고 있노라니 왜 이리 잠이 쏟아지냐
운동과 시차 때문에 그런 것으로 생각되어 다른 날 보다 서둘러 잠자리에 든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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