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산문집) - 박완서 매일 천일여행기를 써서 그런지 아님 세상을 살면서 완숙해져 그런지 어떤 날은 한 단어를 떠올린 것만으로도 그 단어를 제목 삼아 혹은 글의 핵심으로 앉아 타이핑을 하면 한 페이지 정도는 너끈히 글이 쓰여 질 때가 있다. 그렇게 쓰여 진 글이 내 마음에 잘 표현되었다며 꼭 들어 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때로는 ‘이건 아니다. 뭐 이런 글을...’하고 씁쓸할 때도 있다. 억지로 ‘글을 써야지’하는 것 보다 편안하고 경륜이 있는 것 같아 ‘어 너 제법이야.’라고 하는 글을 모으면 그게 산문 아닐까? '해가 바뀐다든가 몸이 곤곤할 때면 머릿속으로 이것만은 지켜야지,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지 심각하게 다짐을 하는 버릇이 있다. 방학하는 날 계획표 같은걸 벽에 써붙여 놓아야 안심하고 씩씩하게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