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17일째, 2016년 1월 23일(토) 애틀랜타/날리는 눈, 매우 춥다
어제 밤에 잠자리에 들어 자다가 가위에 눌렸다.
지금까지 경험 한 어떠한 것보다 더 강하게 정말로 숨이 막혀 죽음직전까지 같은 것
겨우 넘어가고 시간을 보니 겨우 11시가 넘었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는 거지
너무 놀랐고 가슴이 아파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지
한 편으론 내가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고
서성이면서 정신을 차리고 밖을 보니 눈이 내리며 쌓이는 거야
제법 많이 쌓이겠구나 하며 TV를 켰어
D.C가 화면에 나오면서 바람과 함께 세차게 내리는 눈이
도로에는 제법 많이 쌓여 차가 한 대도 없는 거야
늦은 시각이기도 하지만 위험한 빙판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였다.
놀란 가슴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가슴은 벌렁거리고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란하면서
아픈 가슴이 갈길 잃어 방황하듯 한 곳에 머무르게 하질 않는다.
추운 토요일 아침 풍경은 참 을씨년스럽다.
건너편 호텔 마당에 있는 세 개의 깃발은 강한 바람에 미친 듯이 펄럭이고
내리는 눈의 새벽의 내 마음을 표현하는 듯 이쪽을 가다 저쪽으로
아래로 내리는 듯하다 위로 치솟으며 집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벌떼 같다.
바람 때문에 흩날리는 눈은 땅에 도달해서도 쌓이지 못하고
집을 잘 못 찾은 듯 다시 허공을 나르며 정착하지 못한다.
길거리에 사람들은 거의 없고 차들도 자동차 도로임을 인식시키려는 듯
순서를 기다렸다 다 지나가면 다른 차가 지나는 것처럼 뜸하다.
하늘에 새는 어떻게든 나와 보려고 기웃거리지만 바람에 빠르게 흐르는 구름이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으려는 듯 이리 막고 저리 막아 꼭 밤하늘의 달처럼 보인다.
두통으로 고생한 머리를 위로라고 쓰린 속을 달래고자 우유 한잔을
따스하게 만들어 마시고는 커피를 내려 새벽 내내 몸부림 친 몸을 위로한다.
배가 고프지만 꼭 체할 것 같아 쉽사리 뭔가를 먹지 못한다.
우는 아이 달래듯 초콜릿과 다트 몇 개로 빈속을 위로한다.
추위 때문에 오늘도 야외운동인 골프를 하지 못하고 집에서 있어야 했다.
오전에 빈둥대다가 11시 조금 넘어 점심을 해 먹었다.
오늘의 점심 식단은 계란 찜
계란 세 개를 풀고 Brown 버섯에 새우젓을 조금 넣어 간을 하여 중탕
대개의 경우 새우젓 간을 하면 많이 넣어 짜게 만들었는데
오늘은 아주 조금만 넣어 심심할 정도로 간을 했는데 오히려 맛이 그럴싸했다.
이번 주는 밖에서 운동을 못 했기에 점심을 먹고 추위를 이겨 보고자
중무장 하고 밖으로 탈출을 시도 했다.
에궁~ 가벼우라고 만든 천 운동화의 틈사이로 비집고 들어 온 차가움은 애교
모자에 목도리까지 하여 입도 거의 가렸지만 눈과 코는 어쩔 수 없이
차가운 바람과 직접 대면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주 차가운 바람과
맞선 눈이 흘린 눈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눈 꼬리를 타고 흐르지만
한기는 온 몸에 전해져 몸을 더욱 움츠리게 했고
보지 않아도 벌겋게 달아 오른 코는 콧물을 흘려 입을 감싼 목도리를 적셨다.
바람을 등지고 걸을 때는 그나마 조금은 나은 편이지만
목장의 결투를 하듯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몸을 뒤로 휘청이 게 하며
보폭을 반으로 걸어야 할 정도로 강하게 밀어붙였다.
여느 때 같으면 한 시간에 걸었던 거리를 거의 30분을 초과해서 걷게 하여
추위로 떤 몸을 녹초로 만들어 운동을 끝내고는 침대에 누워
30분을 넘게 곤한 잠에 빠뜨리게 하였다.
저녁은 또 뭔가 하면 냉장고를 불편하게 할 것 같아 있는 밥에 반찬
현미밥, 카레, 황태콩나물국, 김치, 김
새로 한 것은 없지만 이만하면 훌륭한 만찬이었다.
저녁을 먹곤 욕조에 들어앉을까 했지만 낮에 치렀던 치열한 전투에
부상을 당했는지 콧물이 쉬지를 않아 8층으로 직행
그냥 침대에 누워 책을 읽으며 쉴까 했지만 잠이라도 들면
오늘도 밤바람과 원치 않은 속삭임이 이어질 것 같아
책 읽는다는 명분하에 기계 위를 걷기 위함이었다.
지금 읽는 책이 워낙 두껍고 방대한 데 점점 끌려 들어가는 것이
얼른 읽지 않으면 주중에도 매달릴 것 같다는, 그래서 빨리 읽어야 한다는 명문
샤워하고 홍삼물 타서 마시며 창에 비친 나와 대화를 하듯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잘 잘 수 있겠지?”
내일 9시 30분에 골프를 하게 되어 있지만 12시에 샷건,
하지만 10시에 다시 자세한 내용을 알려 준다고 한다.
아마 내일도 집에서 고독과 대화하는 날이 되어야 할 것 같은 예감,
그러면 책이나 읽지 뭐~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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